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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화의 세계]
칠성탱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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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희  /  2020 년 7 월 [통권 제87호]  /     /  작성일20-07-20 14:58  /   조회8,356회  /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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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희

 

 칠성탱화七星幀畵는 수명장수신壽命長壽神으로 일컬어지는 칠성을 봉안한 전각인 칠성각七星閣에 봉안된다. 그래서 칠성각에서는 주로 자손 잇기를 원하거나 혹은 자손의 무병無病과 장수를 기원한다. 특히 어린이의 무병한 성장과 장수를 기원하였다. 칠성은 인간의 수명을 관장하는 것 외에도 비를 내리게 하고 재물과 재능에 관한 것을 관장하면서 가람 수호신의 기능도 가지고 있다.

 

  칠성신앙은 한국불교 신앙의 다양성을 보여 주는 대표적인 경우의 하나로, 칠성은 104위 신중탱화에서 보면 여타의 다른 신중과 같이 불법수호에 참여하는 신중의 하나였으나, 조선조 초기에 들어 칠성에 대한 신앙적 기능이 강화되며 독립된 신앙형태를 지니게 된다. 이는 칠성이 일반 민중의 신앙대상으로 확산됨을 의미하며, 이에 따라 원래 신중神衆의 하나였던 칠성이 신중탱화에서 분화되어 별개의 탱화로 나타나게 된다. 또한 태장계 만다라의 최외원最外圓에는 방위까지 배대 되면서 도설되어 있다.

 


직지사 칠성탱

 

  칠성각에는 소재회상도消災會上圖인 칠성탱화만 봉안한다. 칠성신앙의 대상은 칠여래七如來의 화현인 북두칠성에 대한 신앙이 아니라, 칠여래의 증명을 거친 칠성신七星神이다. 칠성탱화를 그릴 때에는 칠여래와 함께 북두칠성을 상징하는 칠원성군七元星君을 반드시 묘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칠성탱화는 대략 다섯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첫째, 칠여래와 칠원성군을 위주로 그려지는 경우. 이 유형은 중앙에 치성광 여래熾盛光如來를 두고 좌우보처로 일광 보살日光菩薩, 월광 보살月光菩薩, 그리고 상단 좌우에 칠여래를, 하단 좌우에는 칠원성군을 배치하는 구도를 보인다. 둘째, 첫째의 구도에 삼태三台․육성六星․이십팔수二十八宿를 도설圖設하는 유형. 삼태 등은 모두 탱화의 위쪽 좌우에 묘사된다. 이러한 구도는 가장 많이 나타나는 칠성탱의 유형이라 할 수 있는데, 직지사 칠성탱(사진 1)을 대표적인 예다.

 

  셋째, 둘째의 구도에다 일광 보살․월광 보살의 바깥 좌우에 다시 보필성補弼星을 도설하고, 칠원성군의 중앙에는 자미대제통성紫微大帝統星을 그린 것이다. 넷째, 제3형의 구도에 신불습합神佛習合 관계의 칠성이 아닌 칠성 원래의 모습을 아래쪽에 그린 유형이다. 여기에서는 칠여래와 칠원성군, 불교와 습합되지 않은 본래 모습의 칠성이 모두 묘사된다. 이때 칠여래는 당연히 여래상을 하고 있고 칠원성군은 관모와 관복을 입은 형상을 하고 있지만, 원 모습의 칠성은 도사상道士像을 하고 있어 특이하다. 이러한 도상적 특성을 잘 보여주는 경우로는 화엄사 원통전의 칠성탱(사진 2)을 들 수 있겠다. 다섯째, 앞의 네 가지 유형이 한 탱화 속에 전체적으로 묘사되는 것과 달리 칠여래와 칠성이 각각 별개의 그림으로 도설되는 유형이다. 때로는 두 폭 때로는 세 폭의 탱화 속에 한쪽은 3여래, 한쪽은 4여래를 도설하는 경우도 있어 주목된다. 통영 선원시교당의 칠성탱(사진 3)의 경우를 좋은 보기이다. 이렇게 탱화를 각각 도설하게 되는 것은 칠성에 대한 신앙적인 기능이 분화되었음을 의미한다.

 

 

화엄사 원통전 칠성탱

 

 

  칠성탱화가 다양하게 그리고 널리 봉안된 것은 칠성의 주존主尊인 치성광 여래가 약사 여래와 같은 역할을 담당하여 자식이 없는 부인이나 아들을 낳고 싶어 하는 부인, 자식의 수명을 비는 신도들의 귀의 대상으로 큰 인기를 모았기 때문이다.

 

  현존 칠성탱화 중 가장 오래된 것은 일본 고베神戶 다문사多聞寺에 보관되어 있는 것과 일본인 개인 소장품으로 1569년(선조 2)에 그려진 칠성탱화다. 이들 탱화는 구도법이나 존상들이 복잡하고, 배치도 특이하여, 임진왜란 이후의 칠성탱화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구도를 보여 주는 귀중한 자료이다. 이와 함께 통도사 비로암의 칠성탱(사진 4)은 우주 천체를 배경으로 한 특이한 예例다. 쌍계사 칠성탱(사진 5)의 경우처럼 칠성 관련 의궤에 충실하고 독특한 허공회상虛空會上으로 그려진 경우도 현존한다. 칠성은 어떤 공능功能을 보유하고 있을까? 

 


통영 선원사교당 칠성탱

 

  중앙에 칠성탱화의 본존인 치성광 여래가 원형의 두광과 신광 안에 선정인을 한 채 앉아 계신다. 치성광 여래는 천재지변天災地變을 관장하고 난리[전쟁]와 질병을 다스리며 재앙을 물리칠 뿐만 아니라, 특히 자식 낳기를 원하는 사람이 불공을 올리면 그 원을 살펴 들어준다고 한다. 그래서 『석문의범釋門儀範』 「칠성청七星請 유치由致」(유치는 불공佛供의 취지를 사뢰어 올리고 발원한다는 뜻)에 “우러러 생각하옵건대, 치성광 여래님과 북두칠성께옵서는 지혜와 신통이 불가사의하셔서 모든 중생의 마음을 두루 아시고, 갖가지 방편을 모두 쓰시어 중생들의 한량없는 고통을 멸해 주시옵니다.”라고 나온다.

 

  좌우 협시인 일광 보살과 월광 보살이 ‘약사여래 후불도’에서와 같이, 해를 보관에 얹은 일광 보살은 번뇌를 제거하고 광명을 가져다준다고 한다. 월광 보살 역시 달을 보관에 얹은 모습으로, 중생 인도를 완성하겠다는 대서원을 세우신 분이다. 본존의 좌우에 칠원성군이 칠여래로 상징화되어 나타나 있다. 최승세계最勝世界 운의통증 여래運意通證如來는 자손에 만 가지 덕을 주고, 묘보세계妙寶世界 광음자재 여래光音自在如來는 장애와 재난을 없애준다. 원만세계圓滿世界 금색성취 여래金色成就如來는 업장業障을 소멸해 주고, 무우세계無憂世界 최승길상 여래最勝吉祥如來는 소원을 이루게 해 주며, 정주세계淨住世界 광달지변 여래廣達智辯如來는 백 가지 장애를 없애 준다. 법의세계法意世界 법해유희 여래法海遊戱如來는 복덕을 고루 갖추게 해주며, 유리세계琉璃世界 약사유리광 여래藥師琉璃光如來는 수명을 오래도록 연장해 주는 분이다. 

 


통도사 비로암 칠성탱

 

  본존의 오른쪽 끝에 있는 북두진군자미대제北斗辰君紫微大帝는 일반적으로 칠성님으로 불린다. 그 아래에 칠원성군이 시립해 있다. 칠원성군은 소재강복(消災降福, 재앙을 소멸하고 복을 줌)의 신력을 가지고 있기에 일반 민중들이 깊이 신봉하였다. 자손만덕子孫萬德 탐낭성군貪狼星君, 장난원리障難遠離 거문성군巨門星君, 업장소제業障消除 녹존성군祿存星君, 소구개득所求皆得 문곡성군文曲星君, 백장진멸百障殄滅 염정성군廉貞星君, 복덕구족福德具足 무곡성군武曲星君, 수명장원壽命長遠 파군성군破君星君 등이다. 이들 칠원성군이 불교적에 수용되어 부처님의 모습으로 나타난 것이 곧 칠여래이다. 

 

  칠원성군의 양끝에 각 1위의 권속이 시립해 있고, 칠여래 위로는 널리 모든 부처님께 귀의한 이십팔수二十八宿가 각각 좌우로 십사위十四位씩 나뉘어져 배치되어 있다. 본존 치성광 여래의 좌측 상단에 묘수昴宿, 필수畢宿, 자수觜宿, 참수參宿, 귀수鬼宿, 정수井宿, 유수柳宿, 성수星宿, 진수軫宿, 항수亢宿, 장수張宿, 익수翼宿, 각수角宿, 저수氐宿가 묘사되어 있고 우측상단에 여수女宿, 우수牛宿, 두수斗宿, 미수尾宿, 기수箕宿, 방수房宿, 심수心宿, 허수虛宿, 위수危宿, 실수室宿, 규수奎宿, 벽수壁宿, 위수胃宿, 누수婁宿가 각각 표현되어 있다. 그 위로 삼태(三台. 상태성上台星, 중태성中台星, 하태성下台星) 육성六星이 각각 좌, 우에 도설되어 칠성탱화 전체를 형성한다. 이러한 배치는 조금씩 차이는 있어도 거의 동일한 배치의 양상이다. 

 


쌍계사 칠성탱

 

  위와 같은 칠성탱화의 도설圖設은 「칠성청 유치문」의 내용을 통해 뜻 새김 할 수 있다. 칠성님께 불공을 올린다는 것은 하심下心으로 자신의 자세에 대해 반성하고, 부모나 자식을 비롯한 가족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새롭게 정립하자는 것으로, 그 의미를 넓혀 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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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희
위덕대 대학원 박사과정 졸업(철학박사). 김해시청 벽화공모전, 전통미술대전 심사위원역임. 미술실기 전서-산수화의 이해와 실기(공저)
사)한국미술협회 한국화 분과위원, 삼성현미술대전 초대작가. 국내외 개인전 11회, 단체 및 그룹전 300여 회.
다수의 불사에 동참하였으며 현재는 미술 이론과 실기 특히, 한국 불화의 현대성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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