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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다도]
모든 것은 한맛 일미차선 一味茶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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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룡  /  2021 년 10 월 [통권 제102호]  /     /  작성일21-10-05 11:07  /   조회3,518회  /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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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茶道 10 / 지운스님의 차명상 ⑤

 

일미차선의 수행 방법은 첫 맛보기와 차맛의 변화를 알아 가는 것이다. 첫맛 알기는 사마타(주1)관, 차맛 변화 알기는 위빠사나(주2)관과 같아서 일미차선을 지관쌍수止觀雙修라고 한다. 

 

차맛은 직관直觀이며 선禪의 맛 또한 직관이다. 직관의 특성은 말, 생각, 문자 등에 매개하지 않으므로, 차와 선은 서로 통하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고 지운스님은 말씀하신다. 한편, 서로 다른 점은 차맛의 직관은 감각에서 오는 것임에 반해, 선의 맛은 그 감각마저 벗어난다는 것이다. 일단 선으로 들어가면 차맛을 포함한 모든 것이 선 아닌 것이 없다. 그래서 선이라는 한맛으로 모든 것이 관통되기 때문에 차와 선은 한맛 즉 차선일미茶禪一味가 된다.

 

 

사진 2. 자비선사 일주문

 

감각은 순수하지 못하다. 왜냐하면 과거 경험이 감각에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차를 마실 때 과거에 맛보았던 경험이 제거되면 차맛의 본성을 있는 그대로 알 수 있게 되고, 그것이 선의 맛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사진 1. 초의선사 휘호 차선

 

 

첫맛과 차맛의 변화를 알아차리면 과거에 마셨던 차맛을 상기하여 지금 느끼는 맛과 비교 분별한다든지, 지금의 맛에 홀려 환상이나 공상을 일으켜 미래로 흘러가지 않게 된다. 즉, 차맛의 변화 속에 있는 그대로의 첫맛을 감지하고 그 차맛이 말을 떠나고 생각을 떠난 선禪맛으로 반조된다. 그때 차맛과 선은 둘이 아닌 한맛[一味]이 된다. 그래서 차선일미가 아니라 일미차선이다. 무미의 한 가지 차맛을 통하여 한맛의 선으로 가기 때문이다.

 

첫맛 알기(주3)

 

첫맛 알기의 단계를 설명해 보자.

첫말 알기의 첫 단계는 말 그대로 그냥 마시면서 느끼는 맛으로, 차를 마시는 순간 맛이 어떠하다고 반응하는 맛의 단계를 이른다.

두 번째 단계는 차맛과 그 차맛을 보는 정신작용이 다름을 아는 것이다. 마치 거문고를 켤 때 거문고 줄이 진동하고 소리가 나는 것과 같다. 거문고를 거듭 켜지 않는 이상, 점차 그 진동은 줄어들면서 마침내 멈춘다. 이처럼  정신을 차맛에 고정시켜 맛을 보면 생각의 이미지와 진동이 점차 멈추면서 차맛을 보는 정신작용과 차맛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다.

 

사진 3. 수련생 숙소인 호선당


 

사진 3. 수련생 숙소인 호선당 내부 

 

 

세 번째는 차를 마시면서 차맛이 변한다는 사실을 알기 시작하는 단계다. 자세히 차맛을 보면 차맛이 변화하는 순간순간을 놓치지 않게 되며, 번뇌망상이 끼어들 틈이 없어져 마음이 편안해진다. 이때 차맛의 변화를 놓치지 않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지운스님은 강조한다. 변화를 알아차리는 것이 곧 마음이 깨어 있는 상태이며 존재의 실상實相을 바로 보는 것이다.

 

네 번째 단계는 맛의 공통점을 아는 것이다. 앞의 단계가 차맛의 변화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차별됨을 아는 것이라면, 이번에는 그 차별된 맛 속에서 공통된 무미無味의 한 가지 맛을 찾아내는 것이다. 장소나 시간 또는 차의 종류에 관계없이 무미의 맛을 알아낸다면 이는 일미一味의 경지에 이른 것이라 할 수 있다.

 

첫맛을 느끼고 맛의 변화를 알게 될 때, 마음은 하나로 집중되어 들뜨지 않고 차분해진다. 한 점에 집중할 때의 의식은 다른 대상을 배제시킬 뿐만 아니라, 대상을 따라가지 않아 의식 자체에 머물러 일념一念의 앎으로 통합된다.

 

집중으로 통합된 일념의 앎은 마치 거울에 비친 모습을 통해 거울의 존재를 알아차리듯, 보이는 대상을 통해 바라보는 주체자를 인식하며 일념의 인식 주체인 의식 자체에도 초점을 맞출 수 있다. 이때는 앎만이 있을 뿐, 대상에 대한 인식이나 의지력, 지적知的 활동의 간섭에서 완전히 자유롭다.

 

현대인들은 수많은 대상에 이끌리고 집착하면서 살고 있다. 하나의 대상에 집중함으로써 내부의 모든 방해물들을 제거하는 데 일단 성공하면, 그 다음엔 관심을 집중시켰던 하나의 대상물조차 버릴 수 있게 된다. 즉, 차수행자가 차맛[대상]과 하나가 되는 순간, 대상으로서의 차맛[대상물]은 저절로 사라진다. 그리고 마침내 어떤 것에도 묶임이 없는 자유로움을 만끽할 수 있게 된다.

 

첫맛 차茶 - 첫맛은 이렇게 -

 

차 마실 때 

그냥 느끼는 맛이 첫맛이라네

과거에 맛보던 것과 비교하지 말게

고정관념으로 맛보는 것도 

차에 대한 모독이라네

 

집중되지 않을 때

지그시 눈을 감고

맛을 음미하게

바로 그때 

달빛 속 고요한 송광사처럼

아무 생각 없이 느끼는 차맛이

첫맛이라네

 

이렇게 차맛 즐길 때

깨어나는 마음 멈출 수 없어

마음 그릇에 가득 찬 갖가지 상념들

앞 다투어 허공 속으로 도망가니

구름 밟고 날아갈 듯 가쁜

돌사람 차맛 보네.

 

차맛 변화 알기(주4)

 

차맛 변화의 앎은 선禪의 맛을 감지하지 못하게 하는 여러 가지 장애들을 없애 준다. 차맛의 변화 속에 순간순간 달라지는 맛을 포착하여 알아차리면, 차맛과 알아차리는 앎이 일치하기 때문에 밖으로부터 들어오는 소음이 차맛 보는 마음에 비집고 들어가지 못하여 방해하지 못한다. 또 속에서 일어나는 갖가지 생각들도 역시 방해하지 못할 뿐 아니라, 소음과 생각은 그대로 두어도 저절로 사라짐을 알게 된다.

 

 

사진 4. 자비선사 경내에 있는 거석

 

이렇게 정진하여 차맛이 선禪맛으로 자연스럽게 체험되면 주관과 객관이 사라져 맛보는 주체와 맛이라는 대상의 경계가 사라지면서 모든 것이 상호의존, 상호관통하여 평등해진 하나의 맛으로 나타난다. 차맛에 대한 고정관념이 깨지면서 감지된 맛의 성질이 공空함을 체험하면 차맛의 이미지가 진실이 아닌 환幻이며, 아침이슬이나 거품같이 실체가 없음을 알고 비로소 마음이 망상妄想의 잠에서 깨어난다.

 

 

사진 4. 자비선사 경내에 있는 거석에 있는 성혈을 확대한 모습 

 

 

차맛의 본성이 무미의 한 가지 맛으로 무자성 공임을 깨달으면 ‘나’와 ‘내 것’이라는 ‘것’이 모두 사라지므로, 자연히 차맛에 집착해 일어나는 괴로움에서도 벗어난다.

이것은 단지 차맛에만 한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모든 느낌에 해당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모든 일은 감각에 귀결되기 때문이다. 차맛의 본성이란 곧 모든 존재의 본성이므로, 차맛의 본성을 안다는 것은 곧 모든 존재의 본성을 깨닫는 것이다.

 

일미차一味茶

 

무심히 차맛 따라 물처럼 흘러가세

샛강물이 흘러흘러 바다 한맛 되듯이

마시고 또 마셔서

한맛의 큰 바다에 이르세

 

맛보는 자와

보이는 맛이 따로 없어

오로지 한맛뿐인 바다에 이르세

 

유정이든 무정이든

정신이건 물질이건

주관과 객관이 홀연히 없어져

분별 다하고 하나가 되어

또렷이 한 생명의 맛으로 살아 춤추네.

 

명상을 더 깊이 공부하실 분을 위해

 

지금까지 필자의 세 번째 차 스승이신 원허 지운스님과의 인연에서 시작하여, 차수행법의 개략적인 원리와 실제 차수행법인 한마음차선, 한마음 공양차선 그리고 일미차선에 관하여 소개하였다. 실제 실습을 하면서 해도 어려운 것을 무딘 필력으로 기술하느라 엉성하기 짝이 없었다. 이에 스님의 명상 관련 저서를 소개하면서 긴 여정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관심 있는 분들께서는 꼭 찾아보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차명상에 관하여는 A4용지 60쪽 분량의 학인스님들과의 질의응답 내용이 기초가 되어 1999년 도서출판 법공양에서 『찻잔 속에 달이 뜨네』라는 제목으로 초판이 발행되면서 우리나라 아니 전 세계 차명상의 효시가 되었다. 그 후, 법공양, 연꽃호수, 도서출판 차생활 등 여러 출판사에서 출판하였고, 같은 출판사의 책도 출판 연도에 따라 내용이 조금씩 다르지만 차수행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어느 책을 구해도 좋을 것이다.

 

다만, 행차선行茶禪(주5)을 더욱 깊이 공부하실 분은 최근에 발간된 『명상 차를 논하다 3 행다선』(주6)을 추천하며, 필자가 언급하지 못한 오색차 명상과 차선시茶禪詩 명상은 각각 『차와 명상 1 오색차 명상』(주7), 『찻잔 속에 달이 뜨네』(주8)를 보시기 바란다.

그리고 조금 다른 방향이긴 하나 사진을 통한 명상에 관심이 있으시면 지운스님께서 직접 찍은 사진으로 엮은 『사진, 마음을 꿰뚫다』(주9)를 살펴보셨으면 한다.

 

주)

주1. 사마타Samatha : 지止로 번역하고, 한 가지 대상에 마음을 집중하여 생각의 흐름을 그쳐 마음이 고요히 안정되어지는[定] 수행법. 

주2. 위빠사나Vipassana : 관觀으로 번역하고, 몸과 마음에서 일어나는 모든 대상을 원인과 조건으로 꿰뚫어보고 지혜를 얻는[慧] 수행법.

주3.  지운, 『찻잔 속에  달이 뜨네』, pp.37-44, 도서출판 법공양(1999.12.).

주4. 지운, 『찻잔 속에  달이 뜨네』, pp.67-112, 도서출판 법공양(1999.12.).

주5. 지운스님께서는 ‘茶’를 ‘다’로 읽으시나 필자는 첫 번째 차 스승이신 효당스님의 뜻에 따라 ‘차’로 읽기를 보급하고 있다. 이에 관해서는 후에 다시 언급하려 한다.

주6. 지운, 『명상 차를 논하다 3 행다선』, 연꽃호수(2020.11.),

주7. 원허, 『차와 명상 1 오색차 명상』, 연꽃호수(2014.4).

주8. 지운, 『찻잔 속에  달이 뜨네』, pp.165-197, 도서출판 법공양(2009.5.).

주9. 지운, 『시가 있는 사진 선명상  사진, 마음을 꿰뚫다』, 연꽃호수(20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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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룡
계간 《차생활》 편집인. (사)설가차문화연구원 이사장, (사)생명축산연구협회 협회장, (사)아시아-태평양 지구생명 환경개선협회 협회장, (사)한국茶명상협회 이사·감사. 현 경북대 농업생명과학대학 명예교수. 『차도학』(국립 상주대 출판부, 2005) 이외 저 역서 다수. 「차의 품질평가」 등 논문 및 연구보고서 100여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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