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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살리는 사찰음식]
초여름으로 가는 계절 입하에 만나는 사찰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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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희  /  2023 년 5 월 [통권 제121호]  /     /  작성일23-05-05 12:42  /   조회1,662회  /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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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절기 중에 하나인 ‘청명淸明’이 지나면 그야말로 역동의 계절을 목격하게 됩니다. 청명에는 오동나무에 꽃이 피고 종달새가 울기 시작하며 부지깽이만 땅에 꽂아 두어도 싹이 날 지경이라니 생명이 움트는 최고의 절기가 청명일입니다. 어느덧 청명일이 지났고 생동감이 넘치는 가정의 달 5월입니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부처님오신날 등 매주 중요한 날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사진 1. 아기부처님 관불대.

 

사월이라 초여름이니 입하 소만 절기로다

비 온 끝에 볕이 나니 날씨도 좋구나

떡갈잎 퍼질 때에 뻐꾹새 자주 울고

보리 이삭 패어 나니 꾀꼬리 소리 한다

농사도 한창이요 누에치기 바쁘구나 

남녀노소 일이 바빠 집에 있을 틈이 없어 

적막한 대사립을 녹음에 닫았도다 

 

농가월령가 속 시절음식

 

농가월령가를 보면 이달에 벌써 입하立夏가 들어 있고 할 일들이 참 많습니다. 24절기 중에 일곱 번째 날로 곡우와 소만 사이에 있는 절기가 바로 입하입니다. 여름에 들어섰다는 의미이고 이 무렵에는 봄빛이 완전히 물러나고 산과 들의 나뭇잎이 무성해집니다. 농사일이 바빠지고 개구리와 지렁이가 본격적으로 활동하는 시기입니다. 지구의 온도가 점차 높아지고 있는 현실 속에서 절기의 흐름이 조금씩 어긋나는 모습을 보여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하지만 생명존중과 자비사상을 바탕으로 하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잡고 열심히 실천수행해나가면 분명 지구는 다시 살아날 것입니다.

 

사진 2. 모내기철에 만개하는 아카시아꽃.

 

입하의 유래를 보면 홰나무꽃이 피는 여름이라 하여 괴하槐夏라고도 불렀고, 홰나무 이파리 즙으로 반죽해서 만든 괴엽도槐葉淘 역시 입하에 먹는 시절음식입니다. 입하 전후에 수확한 차를 두물머리라고 합니다. 두물머리가 곡우 전에 첫물로 딴 우전차보다 상품이라고 초의선사께서 평하셨다고 합니다. 그러니 어린 쑥을 뜯어 멥쌀가루와 섞어 쑥버무리를 만들어 햇차와 곁들여 차 한 잔 나누면 얼마나 좋을까 상상해봅니다. 개인적으로 쑥버무리는 쌀가루가 많이 묻어 있는 것을 좋아하는지라 어린 쑥에 하얀 쌀가루를 듬뿍 뿌려 시루에 안칩니다. 더 멋을 내고 싶을 때는 분홍빛 절편으로 복사꽃을 만들어 쑥버무리 위에 살포시 뿌려 줍니다. 이렇게 하면 마치 복사꽃이 떨어진 들판을 연상케 하여 떠나는 봄을 조금은 쉽게 보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진 3. 쑥버무리 위에 복사꽃 절편.

 

 

남송대를 대표하는 음식의 족보 『산가청공』

 

남송대 조리서인 『산가청공山家淸供』에 보면 입하 전후에는 앵두가 빨갛게 익어 가고 죽순도 부드럽게 올라오는 시절이라고 말합니다. 새로 나온 과일과 채소들이 많아 몸을 보호하고 완두콩과 찹쌀밥을 지어 먹으면 눈이 맑아지고 다리가 튼튼해진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입하 무렵에는 신록이 짙어지고 한낮에는 여름 기운을 느낍니다. 남송대 임홍이 쓴 『산가청공』은 ‘산에 있는 집에서 올리는 맑은 음식’이라는 뜻입니다. 산가山家는 자연을 벗 삼은 자의 집을 뜻하고, 청공淸供은 소박하고 수양에 도움이 되는 음식을 공양한다는 뜻이 됩니다. 『산가청공』은 남송대를 대표하는 음식의 족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찰음식조리법의 기본이 될 수 있는 채식조리법과 소박한 식사를 실제로 제공할 때의 정보를 담고 있어서 유용한 참고서가 되어 줍니다. 남송대의 음식과 식문화, 문학, 인물 등의 이야기를 담은 『산가천공』은 식보로서 갖는 의미가 매우 크다는 생각입니다.

 

자괴화(아카시아꽃)를 활용한 음식

 

매년 이맘때면 개구리가 짝을 찾아 울기 시작하고 못자리에는 벼에 싹이 터서 쑥쑥 자랍니다. 보리 이삭이 익기 시작하고 잡초가 무성하게 올라와 농사일이 바빠지기 시작합니다. 어린 시절을 떠올려 보면 이 시기에 논에는 물이 가득하고 모내기가 한창이었던 기억이 납니다. 아카시아꽃이 향기를 품고 피어나는 날에 시골 논에서는 모내기를 시작합니다. 향기를 기억하고 바람을 기억하듯이 원고를 쓰는 동안에도 아카시아 향기가 전해지는 듯 반갑기만 합니다. 

 

사진 4. 하얀 아카시아와 분홍 아카시아.

 

사찰음식을 배우면서 제철 식재료를 사용하다 보면 참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습니다. 음식의 궁합과 조리방법, 그리고 풍류와 문화를 자세히 알게 되고, 식재료의 철을 알고 특징을 알아가며 계절음식을 만들어 갑니다. 5월에 피는 싱그러운 아카시아꽃은 다양한 방법으로 요리할 수 있습니다. 물김치를 담가서 아카시아 꽃송이를 넣기도 하고, 화전을 부치거나 부각을 만들기도 합니다. 자괴화刺槐花라고 불리는 아카시아꽃을 활용하여 다양한 요리에 응용해 보시기를 권합니다. 다만 향기가 매우 진해서 씹었을 때 입안에 향이 오래 남습니다. 강한 향기로 인해 다른 음식의 맛을 해칠 수 있으니 유의해서 사용하면 좋겠습니다. 

 

우리 땅에서 나고 자란 싱싱한 식재료를 활용한 음식은 제조와 소비가 선순환 구조를 이루어 탄소중립을 촉진하고 착한 소비로 이루어집니다. 

 

약이 되는 음식

 

음식을 만드는 일은 정성이고 사랑입니다. 원력과 신심으로 발보리심하여 오직 이 음식을 드실 분만 생각합니다. 약사여래부처님의 영험한 손길처럼 제가 만든 음식을 만나면 치유가 되고, 치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재료의 특성을 잘 파악하여 재료가 가진 본래의 맛과 영양을 살려 입에 맞도록 하는 것을 ‘요리料理’라고 합니다. 요리는 오감을 총동원하여 우리 두뇌의 모든 부분을 골고루 자극합니다.

 

사진 5. 눈개승마.

 

뇌 과학자에 따르면 요리는 두뇌건강과 매우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합니다. 뇌의 가소성은 쓰면 쓸수록 좋아진다고 하니 여러분도 제가 소개하는 음식을 잘 따라 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약이 되는 음식을 만들어 마음까지 치유할 수 있는 약사여래의 손길이길 기도하면서 5월에 만날 수 있는 다양한 식재료와 조리법을 알려 드리겠습니다.

 

① 뽕잎나물과 다래순나물


작년에 문경 윤필암에 갔을 때 암주 공곡스님께 배운 뽕잎나물입니다. 뽕나무에 새잎이 돋아나고 있었고 스님께서는 그 어떤 나물보다 몸에 좋고 건강한 음식이라며 나물 반찬을 만들어 주셨습니다. 그때 처음으로 먹어 보았던 뽕잎과 다래순 맛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사찰음식의 양념은 아주 간단합니다. 최소한의 양념으로 재료 본연의 맛을 살려내면서 무엇보다 맛있게 버무리는 방법을 알려 드립니다. 

 

사진 6. 뽕잎.

 

재료

여린 뽕잎, 다래순, 한식 간장, 들기름. 통깨, (물/소금).

 

만드는 법

1. 뜨거운 물에 데친 뽕잎은 찬물에 씻어서 물기를 짜 주세요.

2. 한식 간장으로 간을 맞추고 들기름과 통깨를 넣고 버무려 주세요.

3. 기타 나물 종류-다래순, 삼잎국화, 머위잎, 참취, 우산나물, 어수리, 눈개승마.

4. 기타 나물 종류도 한식 간장이나 된장, 고추장을 사용해서 조물조물 맛있게 만들어 드시기 바랍니다.

 

TIP

- 뽕잎은 차로 만들어 드셔도 좋고 여린 잎은 나물로 활용하면 좋습니다.

- 약성이 뛰어난 건강 식재료입니다.

- 나물을 무칠 때는 맨손으로 무쳐 주세요.

 

② 재피순 고추장 장아찌


재피열매와 산초열매를 같은 장소에서 비교해 볼 수 있는 곳이 바로 문경 윤필암입니다. 삼성각으로 올라가는 길에 재피나무와 산초나무가 나란히 있기 때문입니다. 보통 이맘때가 되면 재피나무에서 새순이 올라옵니다. 아주 연한 새순과 잎을 수확해서 음식을 만드는 데 사용합니다. 산초는 열매를 주로 사용하고 재피는 잎과 열매를 모두 사용하고 있습니다. 외국에 허브가 있다면 우리에겐 재피와 산초가 있습니다. 

 

사진 7. 재피순.

 

재료

재피새순, 고추장, 조청, 한식 간장.

 

만드는 법

1. 부드러운 재피순을 깨끗이 씻어서 물기를 제거해 줍니다.

2. 물기를 날린 재피순에 고추장과 조청으로 간을 맞춰 주세요.

3. 간을 맞추기 위해 간장과 조청은 가감해 주세요.

 

TIP

- 참죽나무순, 눈개승마, 두릅, 엄나무순을 활용하여 같은 방법으로 고추장 장아찌를 만들 수 있습니다.

- 재피는 향균 효과가 뛰어나 여름음식과 함께 하면 좋습니다.

 

③ 머위잎 상실적


이맘때가 되면 머윗대는 두툼해지고 머위잎은 손바닥만큼 커집니다. 머윗대는 껍질을 벗겨 데쳐서 나물로 무쳐 드시고, 머위잎은 도토리가루로 반죽을 하여 머위잎 상실적을 부쳐서 드시면 좋습니다. 『동의보감』에 따르면 머위는 성질이 따뜻하고 독이 없으며 한자로 ‘봉두채蜂斗菜’라고 합니다. 위장 건강 개선과 해독작용이 있고 식이섬유가 풍부해서 장 건강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합니다. 도토리를 한자로 상실橡實이라고 하여 이 음식은 머위잎 상실적이라고 이름하였습니다.

 

사진 8. 머위잎 상실적.

 

재료

머위잎, 도토리가루, 청홍고추 한식 간장, 포도씨유

 

만드는 법

1. 도토리가루에 물과 간장, 청홍고추를 넣고 무르게 반죽해 주세요.

2. 머위잎을 반죽에 담가서 꺼낸 다음 반죽을 얇게 입혀 주세요.

3. 팬에 기름을 두르고 머위잎을 앞뒤로 구워 주세요.

 

TIP

- 도토리가루로 반죽을 하면 쫄깃한 식감을 즐길 수 있습니다.

- 머위잎과 도토리가루는 따뜻한 성질의 음식으로 속을 편안하게 합니다.

- 반죽의 간은 한식 간장으로 하고 아주 묽게 만들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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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희
한국전통음식연구가. 경기대학교에서 국문학과 교육학을 전공하였고, 동국대학교 대학원에서 음식과 명상을 연구하고 있다. 국가무형문화재 제38호 궁중음식연구원 과정을 이수하였으며, 사찰음식전문지도사, 한식진흥원 교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식물기반음식과 발효음식을 연구하는 살림음식연구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논문으로 「사찰음식의 지혜」가 있다. 현재 대학에서 한식전공 학생들에게 한국전통식문화와 전통음식을 강의하고 있다.
natureswa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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