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책소개
이 책에서 소개하는 불교학자는 모두 36명(일본 학자 7명 포함)으로, 이들은 19세기 후반부터 1945년 해방 이전에 출생했고, 근대 학문으로서 한국 불교학 연구에 큰 발자취를 남긴 또한 실천적 지식인으로서 학술 활동을 활발히 펼친 이들을 대상으로 했다. 모두 4부로서 제1부는 ‘전통을 딛고 근대로 향하다’, 제2부는 ‘타자의 시각, 애정과 편향’, 제3부는 ‘근대 학문의 지평에 서서’, 제4부는 ‘한국 불교학의 틀을 만들다’로 구성되어 있다.저자소개
서울대학교 국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조선시대 불교사 연구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일본 도쿄대학 인도철학불교학과에서 수학하며 중국 송대 화엄을 주제로 석사논문을 제출하기도 했다. 한국사상사학회·불교학연구회 연구이사를 역임했고, 현재 동국대학교 불교학술원 HK교수로 재직 중이다.주요 저서로 『조선후기 불교사 연구: 임제법통과 교학전통』(2010), 『Glocal History of Korean Buddhism』(2014), 『토픽한국사 12』(2016), 『韓國佛敎史』(2017, 일본 춘추사) 등이 있으며, 『조계고승전』(2020)을 함께 번역했다. 『신앙과 사상으로 본 불교전통의 흐름』(2007), 『테마 한국불교(1~10)』(2013~2021), 『The State, Religion, and Thinkers in Korean Buddhism』(2014), 『East Asian Buddhism and Modern Buddhist Studies』(2017) 등을 비롯해 스무 권이 넘는 불교학술서를 기획하고 함께 펴냈다.
이 밖에도 「동아시아 근대불교 연구의 특성과 오리엔탈리즘의 투영」, 「역사학에서 본 한국불교사 연구 100년」, 「동아시아의 징관 화엄 계승과 그 역사적 전개」, 「조선 불교, 고려 불교의 단절인가 연속인가?」, “Formation of a Chos?n Buddhist Tradition: Dharma Lineage and the Monastic Curriculum from a Synchronic and a Diachronic Perspective”, “Buddhism and the Afterlife in the Late Joseon Dynasty: Leading Souls to the Afterlife in a Confucian Society” 등 50여 편이 넘는 학술논문을 발표했다.
대원불교문화상 대상·선리연구원 학술상 등을 수상했으며, 조선시대 불교를 동아시아의 시각에서 바라보면서 근대불교에도 관심을 두고 연구를 이어나가고 있다.
목차
1부_전통을 딛고 근대로 향하다.
01. 이능화, 한국 불교 연구의 초석을 다진 선구자
02. 박한영, 한국 근대 불교계의 종장이자 교육자
03. 권상로, 근대 한국 불교를 대표하는 승려 학자
04. 안진호, 『석문의범』을 편찬한 의례와 사지의 대가
05. 김영수, 한국 불교 교단사 체계를 정립한 학자
06. 김태흡, 방송 등으로 불교의 대중화 모색
07. 최남선, 조선학의 개척과 통불교론 주창
08. 김경주, 한국 불교의 정체성을 고민한 지식인
09. 강유문, 『포교법개설』을 펴낸 불교 청년운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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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_타자의 시각, 애정과 편향
01. 누카리야 가이텐, 선학 연구의 대가, 한국 불교사상 조형
02. 다카하시 도루, 식민사관과 조선시대 불교사 정립
03. 오야 도쿠조, 대각국사 의천과 고려대장경 연구
04. 구로다 료, 한국 불교문헌 서지학 연구의 공로자
05. 에다 도시오, 조선시대 불서와 한국 불교 특성 연구
06. 가와무라 도키, 일생의 노작 『조선불교사』 저술
07. 나카기리 이사오, 한국 불교미술 연구의 조력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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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_근대 학문의 지평에 서서
01. 백성욱, 전통과 근대를 겪은 교육자이자 정치인
02. 김법린, 프랑스 유학 학자이자 정계의 명망가
03. 김잉석, 한국 화엄학 연구의 초석을 다진 학인
04. 허영호, 식민지 불교 지식인의 굴곡진 삶과 업적
05. 박종홍, 한국 철학의 주체적 길을 모색한 철학자
06. 고유섭, 탑파 연구의 금자탑을 세운 한국 미술 연구자
07. 고형곤, 선과 서양철학을 접목한 한국 철학자
08. 최범술, 경계를 넘나든 불교계의 올라운드 플레이어
09. 이종익, 조계종 보조종조론을 내세운 원칙주의자
10. 이재열, 보조종조론을 끝까지 견지한 재야 불교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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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부_한국 불교학의 틀을 만들다
01. 김동화, 현대 한국 불교학의 기반을 닦은 학자
02. 조명기, 현대 한국 불교사학의 밑그림을 그리다
03. 우정상, 전통과 근대식 교육의 병행과 조선불교 연구
04. 이영무, 출가와 재가를 넘나든 승려 학자의 삶
05. 이기영, 경성제대에서 루뱅대학까지 동서양을 엮은 원효 학자
06. 안계현, 동국대 불교사학의 전통을 연 역사학자
07. 김지견, 일본에서 불교학 박사학위를 받은 첫 한국인
08. 이지관, 학술 연구에 매진한 현대 한국의 대표 학승
09. 고익진, 한국 불교사상사 정립에 일생을 바치다
10. 심재룡, 철학자의 눈으로 불교를 바라보다
책속으로
18쪽(이능화) 『조선불교통사』는 고대부터 근대까지 한국 불교사 전체의 흐름을 시기별·주제별로 나누어 서술한 책이다. 이능화는 책의 출간을 앞두고 쓴 글에서 “조선의 승려조차도 조선 불교의 역사를 알지 못하고 계통적 역사 서술이 없다.”라고 비판하며, 이는 족보와 계보를 몰라 상놈이 되는 것과 같은 것이라 비유했다. 그러면서 한국 불교사에 대한 계통적 이해를 도모하고 참고 자료를 제공하기 위해 오래도록 노력을 기울인 결과, 이 책을 내게 되었다고 밝혔다..
36쪽(권상로) 권상로가 쌓아 올린 학문 연구의 업적과 경향에 대해 살펴보자. 그는 1912년 자신이 발행을 맡은 《조선불교월보》에 인도와중국, 한국과 일본의 불교사를 간략히 개관했고, 일본 근대 불교사학의 개척자 무라카미 센쇼(村上專精)의 『불교통일론』 일부를번역·수록했다. 무라카미가 제시한 연구방법론은 ‘주석(경전 강독), 달의(교리와 조직법), 비평(진위 판명), 역사(교단의 변천), 비교(다른 종교와 비교)’였는데, 이를 위해서는 교리, 논리, 역사, 비교, 비평의 안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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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쪽(강유문) 강유문은 일제강점기의 암울한 현실과 불교 근대화 및 대중화라는 지상 명제 사이에서 고뇌하며 현실의 당면 과제와 불교의 나아갈 길을 스스로 찾고 헤쳐 나가려 한 선각적 지식인이었다. 일본에 유학 가서 사학을 전공한 그였기에 한국 불교의 역사에 큰 관심을 가졌고 관련 글을 쓰기도 했다. 또한 불교 잡지를 직접 발행하고 사지 편찬을 주도했다. 무엇보다 『포교법 개설』을 저술하여 불교가 사회와 민중 속으로 더 깊이 들어갈 수 있는 방안을 모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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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쪽(도야 도쿠조) 한국 불교와 관련된 오야 도쿠조의 연구 성과를 소개하면, 먼저 고산지본을 영인한 『신편제종교장총록』(1936, 이하 『교장』), 그리고 다음 해에 나온 연구서 『고려속장조조고』를 들 수 있다. 『교장』은 의천이 동아시아 찬술 불교 주석서를 집성하여 간행한 것으로 『신편제종교장총록』은 『교장』의 목록집이라 할 수 있다. 오야는 교토 북서쪽 산속에 자리 잡은 고산지에 소장된 현존 최고본 『신편제종교장총록』을 영인하고 처음으로 본격적 연구를 수행했다. 그 결과 송과 요, 고려와 일본으로 이어지는 동아시아 세계의 불교 주석서 유통 양상과 『교장』의 현존 여부 등을 밝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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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4쪽(김법린) 학술의 영역뿐 아니라 불교계의 개혁과 정치 활동에도 적극적이었다. 귀국한 직후인 1928년 조선불교청년회에 들어갔고 다음 해에는 조선불교 선교양종 승려대회에 참가하여 종헌제정에 앞장섰다. 그러다 학업을 계속하기 위해 1930년 일본으로 가서 도쿄에 있는 조동종 종립대학인 고마자와대학에서 불교를 공부했고 조선불교청년총동맹 조직을 주도했으며 만당卍黨의 도쿄 지부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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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2쪽(조명기) 한국 불교 문헌을 집성하고 편찬하는 데 큰 관심을 가졌다. 일본 등에 산재하고 있는 원효의 저술을 발굴하여 『원효전집』을 내거나 『고려대장경』을 영인·간행하는 일에 한몫을 단단히 했고, 『한글대장경』의 기획에도 관여했다. 또 만해 한용운의 『한용운 전집』을 펴내기도 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원효와 의상, 원측, 의천 등 신라와 고려의 학승과 불교사상에 대한 연구를 이어가며 해방 후 초창기 한국 불교사상 연구의 밑그림을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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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0쪽(김지견) 김지견은 『법계도기총수록』에 실린 의상의 「일승법계도합시일인」을 저본으로 하여 역주 작업을 진행했는데, 기존의 〈대정신수대장경〉 수록본보다 『총수록』본을 선본으로 판정하고 원제목도「일승법계도합시일인」이라고 보았다. 1993년 대한전통불교연구원에서 『화엄일승법계도기』로 출간하면서 한·중·일의 관련 주석을 참고 자료에 함께 넣었다. 여기서도 기존 번역에 대한 오류를 지적하는 한편 신수대장경본과 교감한 대조표를 붙여서 문헌학적 엄밀성을 갖춘 연구 성과로 평가된다.
머리말
이 책은 근·현대기에 한국 불교학 연구를 개척하고 일으킨 선구자 36명의 삶의 행적과 학문적 업적을 간략하게 정리하여 소개한 것이다. 그중에는 잘 알려진 학자와 학승들도 많이 있지만 비교적 생소한 인물도 적지 않고, 또 식민지라는 시대 상황을 반영하여 일본인 학자도 7명이 포함되었다. 19세기 후반부터 1945년 해방 이전에 출생했고, 근대 학문으로서 한국 불교학 연구에 큰 발자취를 남긴, 또한 실천적 지식인으로서 학술 활동을 활발히 펼친 이들을 대상으로 했다.모두 4부로서 제1부는 ‘전통을 딛고 근대로 향하다’, 제2부는 ‘타자의 시각, 애정과 편향’, 제3부는 ‘근대 학문의 지평에 서서’, 제4부는 ‘한국 불교학의 틀을 만들다’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는 이능화, 박한영, 권상로, 안진호, 김영수, 김태흡, 최남선, 김경주, 강유문의 9명으로, 19세기 조선에서 태어나 전통 교육을 받고 성장한 뒤에 한국불교 연구의 터전을 닦고 불교 근대화를 추구한 이들이다. 제2부는 일본인 학자들을 모았는데, 누카리야 가이텐, 다카하시 도루, 오야 도쿠조, 구로다 료, 에다 도시오, 가와무라 도키, 나카기리 이사오의 7명을 선정했다. 19세기 후반 서양의 근대 불교학을 일찍이 도입한 일본의 학문적 성과를 바탕으로 한국불교에 관한 선도적 연구를 수행한 이들이다.
제3부는 근대적 연구방법론을 적용하여 한국 불교학 연구의 주춧돌을 세우거나 그 기반을 공고히 한 이들이다. 백성욱, 김법 린, 김잉석, 허영호, 박종홍, 고유섭, 고형곤, 최범술, 이종익, 이 재열의 10명인데, 일본은 물론 프랑스와 독일 유학파도 포함되었고, 식민지 조선의 유일한 대학인 경성제대 출신도 들어 있어 다양한 시각의 연구 경향과 지형을 엿볼 수 있다. 제4부는 김동화, 조명기, 우정상, 이영무, 이기영, 안계현, 김지견, 이지관, 고익진, 심재룡의 10명이다. 이들은 해방 이후 학계를 주도하며 한국 불 교학 연구의 기둥과 벽을 세웠고 지금도 큰 잔향을 남기고 있다.
이 책은 2021년 1월부터 2023년 12월까지 3년 동안 백련불교문화재단의 월간 『고경』 제93호부터 제128호까지에 실린 ‘근대한국의 불교학자들’ 36편을 다시 손보아 펴낸 것이다. 지난 100여 년간 한국 불교학 연구의 금자탑을 쌓아 올리는 데 이바지한 분들을 36명으로 간추리다 보니, 널리 알려져 있거나 많은 업적을 남겼음에도 미처 다루지 못한 학자들도 있다. 또 1945년 해방 이후 출생한 분들을 선정 대상에 넣지 못한 것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성철사상연구원 서재영 원장님의 주선과 백련불교문화재단 이 사장 원택스님의 배려로 도서출판 장경각 백련불학총서의 하나로 책을 출간하게 되어 감사하게 생각한다. 편집을 꼼꼼히 보아주신 장경각 정길숙 부장님께도 고마움을 전한다.
불모지에 놓여 있던 한국 불교학을 갈고닦아 알찬 열매를 맺기 위해 고군분투한 이들의 삶의 향취가 조금이나마 전해지고 알려지기를 바라며, 부끄럽지 않은 후학이 되리라 다짐해 본다.
2025년 2월 남산 아래 충무로에서
김용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