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과 손가락 사이]
불[火]국토처럼, 명자꽃 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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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목 / 2019 년 4 월 [통권 제72호] / / 작성일20-05-22 08:32 / 조회5,009회 / 댓글0건본문
최재목 | 시인·영남대 철학과 교수
우리 중간 중간 줄줄 새면서 살아왔지만
사이 길에 붉은 꽃 되어, 가을 드는 마을에 마주 앉았다
차마 들킬까 이 마음 숨긴 끝자락 아프도록 문지르며
이나무 먼나무…, 그런 이름들만 들먹여 봐도
아득하여라
햇살로 꽃잎 다독이며 계신, 허접하여 거룩한 하느님
하마터면 뚝뚝 다 익어서 떨어질까 봐
대봉감 홍시 딛고, 하나…둘…일곱 발자국 걸어, 가랑잎 흔들리듯
고요 속을 디디며 부처는 올까
가장 존귀한 것이라곤
얼굴 붉히며 타오르는 이 마음 밖에, 천상천하유아독존…
아니 천상천하 You are 독종…
그래, 세상 살며 진 빚 어쩌다 중간 중간 가을 햇살로 터져
짓무르는데
손 벌려도 더는 없더라, 거기 그저 명자꽃만 궁시렁 궁시렁
불(火)국토처럼, 피어있더라
하마터면 참 아름다웠을 꽃이여
맨발
이 벌판 위에는
여름이라는 맨발이
걸어간다
애비 없는 추억들이, 집 잃은 게딱지 햇살들이
신발을 벗어들고
허물어진 개미둔덕을 넘어,
어리석은 고로, 진실에서만 철썩이는 파도들이
해당화 가시들이
지상의 가장 아름다운 바다를 벗어놓고
노을 속으로
에미 없는 돌을 밟으면서
맨발로 걸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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