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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와 빛의 말씀]
자성을 바로 보는 것이 성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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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스님  /  2023 년 10 월 [통권 제126호]  /     /  작성일23-10-05 12:05  /   조회2,525회  /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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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체중생이 진여본성인 불성을 다 가지고 있어서, 불佛이나 법法이나 승僧이나 평등하여 추호도 증감차별이 없느니라.” - 『대반열반경』 

 

“자성을 바로 보면 곧바로 성불한다.”고 하였는데 자성이 도대체 무엇이기에 보기만 하면 부처가 된다 하는가? 자성이란 모든 중생이 지니고 있는 진여의 본성으로서 불성, 법성, 법신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다. 또한 중생이란 사람만이 아니라 육도중생을 다 포함해 일컫는 말이다. 이 불성이란 것은 성불한 부처님이나 미혹한 중생이나 돈 많은 부자나 빈곤한 거지나 출가한 스님이나 생업에 종사하는 속인이나 차별 없이 누구나 갖추고 있는 것이다.

 

불성은 누구나 갖추고 있다

 

성불한다고 늘어나고 미혹하다고 줄어드는 법도 없다. 극악한 중생과 원만한 부처가 그 불성에 있어선 전혀 차이가 없다는 것은 참으로 불가사의한 일이다. 선한 기미라곤 전혀 없어 보이는 극악한 단선근중생斷善根衆生도 깨치면 곧 부처이다. 무엇을 깨친다는 말인가? 본래 구비하고 있던 진여자성, 즉 불성을 깨치는 것이다. 

 

사진 1. 성철스님의 도첩(승려증). 

 

요즘 하나님 믿는 분들이 많은데 그 분은 죄 많고 가련한 우리 중생들과는 달리 모든 것을 초월해 저 멀리 계시는 분이라고 다들 생각한다. 허나 우리 불교에서는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 하나님의 지고지순한 가치를 바로 이 죄인이 전혀 부족함 없이 완전히 구비하고 있다고 선언한다. 개개인 속에 다 하나님이 있어 하나님 아닌 이가 하나도 없다는 것이 불교의 주장이다. 이는 다른 종교가 도저히 따라올 수 없는 불교의 우수성이다.

 

“일체중생이 그 누구를 막론하고 평등하게 불성을 구유具有하고 있건마는, 항상 한량이 없는 번뇌망상이 개복盖覆(주1)한 고로 능히 그 불성을 볼 수 없느니라.” - 『대반열반경』

 

지고지순한 가치의 하나님과 불성을 누구나 가지고 있다 하면 혹자는 “그럼 왜 내 눈에는 보이지 않는가?” 하고 의문을 제기할 것이다. 그것은 번뇌망상에 가려져 있기 때문이다. 먹구름이 하늘을 가리면 늘 빛나고 있는 태양을 볼 수 없고 밝은 거울에 먼지가 앉으면 거울의 밝은 빛이 드러나지 않듯, 번뇌망상에 가려 있으면 우리 안에 늘 자리하고 있는 부처님의 성품과 하나님을 보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나 먼지를 깨끗이 닦아낸 밝은 거울이든 때가 꼬질꼬질 낀 거울이든 그 바탕에 있어선 전혀 차이가 없는것이다. 먼지가 앉았다고 구름이 끼었다고 거울의 성품과 태양의 빛이 손상되는 것은 아니다. 

 

번뇌망상을 제거하면 지혜광명이 빛난다

 

① “사무애지四無碍智(주2)가 곧 불성이니 불성은 곧 여래니라.”  - 『대반열반경』

② “불성은 불가사의한 것이니 이는 제불의 경계니라.”  - 『대반열반경』

 

먼지만 걷어내면 거울의 밝은 바탕이 드러나듯 번뇌망상을 제거하면 부처님의 지혜광명이 환히 드러나는데 그걸 모르고 있으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이 자리에도 불성의 거울, 하나님의 거울을 가지지 않은 자는 한 사람도 없다. 열심히 화두를 들어 확연히 깨치면 빛이 샐 틈조차 없어 보이던 그 두꺼운 번뇌 망상의 구름장도 단번에 확 걷힌다. 그러면 자성을 분명히 보아 한가로운 도인으로서 자유자재한 삶을 누리게 될 것이다. 모두들 어렵다고 여기지만 하지 않는 것이 문제일 뿐, 해 보면 그리 어렵지도 않다.

 

사진 2. 제자들과 함께 가야산 산행에 나선 성철스님(가운데 지팡이 든 분).

 

원택스님(성철스님 바로 뒷쪽 안경 낀 분), 원융스님(왼쪽 아래), 원해스님(맨 오른쪽).

“중도를 불성이라 부르나니 그러므로 불성은 상주항일常住恒一(주3)하여 변동과 천역遷易(주4)이 없느니라.” - 『대반열반경』

 

견성하면 성불이라고 앞서 주장했는데, 부처님이 깨달음을 얻고 처음으로 말씀하신 대각선언大覺宣言을 살펴보면 중도를 깨달았다고 했지 불성을 깨달았다는 말은 하지 않으셨다. 그래서 혹자는 ‘견성하면 성불한다는 주장은 부처님의 근본 말씀과 어긋난 것이 아닌가’ 하고 의심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열반경』을 근거로 살펴보면 중도가 곧 불성임을 확연히 알 수 있다. 따라서 부처님이 중도를 깨달았다는 말씀은 자성을 바로 보았다는 말씀과 한 치도 다를 것이 없다. 표현만 다를 뿐이다.

 

① “중도의 대법大法을 불성이라 호칭하나니 그러므로 불성은 상락아정常樂我淨이니라.” - 『대반열반경』

② “불성은 제일의공第一義空(주5)이라 이름하며 제일의공은 지혜라 이름하느니라.” - 『대반열반경』

③ “12인연을 불성이라 부르나니 불성은 즉시 제일의공이요 제일의공은 중도라 하며 중도는 불타니 불타는 열반이라 하느니라.”- 『대반열반경』

④ “자성이 무량무변한 일체의 공덕을 원만 구비하였느니라. 자성이 법法·보報·화化의 삼신三身(주6)을 구비하여서 발명發明(주7)하여 사지四智(주8)가 되나니, 견문의 반연攀緣(주9)을 이거離去(주10)하지 않고 초연히 불지佛地에 등입登入(주11)하느니라.” - 『기신론』·『단경』

 

자성 속에는 불교에서 목표로 삼고 추구하는 궁극의 경지인 3신身과 4지智가 빠짐없이 구비되어 있다. 따라서 자성만 확실히 보면 곧 구경을 성취하는 것이다. 그러면 그 자성은 어디에 있을까? 흔히들 보고 듣고 느끼고 아는 등의 일상적인 작용을 떠나 자성이 따로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데 그것이 아니다. 보고 듣고 느끼고 아는 이것이 불성이다. 이것이 자성이고 3신과 4지를 원만히 구비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육조스님의 논지는 보고 듣고 느끼고 아는 이 일상사에 3신과 4지의 모든 공덕이 다 구비되어 있으니 이런 작용들의 근본을 바로 알면 누구든지 성불한다는 것이다. 이는 어렵고 힘든 것이 아니라 너무도 당연한 이치다.

 

사진 3. 백련암의 가을 풍경.

 

중생이 곧 부처임을 처음 밝힌 분이 누구인가? 바로 석가모니부처님이시다. 석가모니부처님도 이런 사실을 몰랐었다. 헌데 성불해서 살펴보니 당신과 전혀 차별이 없는 불성을 일체중생이 빠짐없이 갖추고 있더라는 것이다. 굳이 차이를 논하자면 중생은 다만 번뇌 망상에 가려 스스로 보지 못할 뿐이었다. 그래서 『화엄경』에 보면 “신기하고도 신기하구나!” 하고 부처님께서 탄복하신 구절이 나온다. 중생이 곧 부처라는 것을 바로 믿고 바로 보고 철저하게 깨달으면 그가 곧 부처님이다. 누구나 불성을 가지고 있으니 이는 결코 어려운 일이라 할 수 없다. 바로 믿고 열심히 노력하기만 하면 누구나 성취할 수 있다.

 

-성철스님의 책 『옛 거울을 부수고 오너라』(장경각, 2007) 중에서 발췌 -

 

<각주>

1) 덮개로 덮어 씌움

2) 사무애변四無礙辯·사무애해四無礙解라고도 함. 온갖 교법에 통달한 법무애지法無礙智, 온갖 교법의 요의要義를 아는 의무애지義無礙智, 여러 가지 말을 알아 통달하지 못함이 없는 사무애지辭無礙智, 대중에 맞춰 그들이 좋아하는 것에 따라 자유자재로 설하는 요설무애지樂說無礙智의 네 가지.

3) 3세에 걸쳐서 항상 존재하며 변하지 않고 온전한 자신의 모습을 지키고 있음. 무상과 무아의 반대.

4)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함.

5) 가장 깊은 의미의 공.

6) 법신은 진리 그 자체로서의 불신佛身, 보신은 원을 세우고 수행한 결과로서의 불신, 화신은 중생을 구제하려고 세상에 다양한 모습으로 화현한 불신.

7) 이치를 스스로 깨달아서 밝힘.

8) 여래가 지닌 지혜로서 중생이 지니고 있는 8식을 바꾸어 얻는다. 이것을 전식득지轉識得智라고 한다. 전5식은 성소작지成所作智로, 제6식은 묘관찰지妙觀察智로, 제7식은 평등성지平等性智로, 마지막 제8식은 대원경지大圓鏡智로 바꾼다.

9) 산스크리트 ‘ālambana’의 번역어로서 마음이 대상을 의지해서 작용을 일으키는 것을 말함.

10) 멀리 떠나감.

11) 올라 들어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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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스님
성철스님은 1936년 해인사로 출가하여 1947년 문경 봉암사에서 '부처님 법대로 살자'는 기치를 내걸고 ‘봉암사 결사’를 주도하였다. 1955년 대구 팔공산 성전암으로 들어가 10여 년 동안 절문 밖을 나서지 않았는데 세상에서는 ‘10년 동구불출’의 수행으로 칭송하였다. 1967년 해인총림 초대 방장으로 취임하여 ‘백일법문’을 하였다. 1981년 1월 대한불교조계종 종정에 추대되어 “산은 산, 물은 물”이라는 법어로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다. 1993년 11월 4일 해인사에서 열반하였다. 20세기 한국 불교를 대표하는 인물이자 ‘우리 곁에 왔던 부처’로서 많은 사람들의 추앙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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