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와 빛의 말씀]
동안상찰선사 「십현담十玄談」 강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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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스님 / 2025 년 5 월 [통권 제145호] / / 작성일25-05-04 23:46 / 조회87회 / 댓글0건본문
성철스님의 미공개 법문 5
1965년 성철스님 김용사 설선당說禪堂 강설분
해인사 백련암의 성철 큰스님 서고 장경각에는 「십현담요해」 및 「십현담요해언해」가 소장되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1965년 문경 김용사에서 열렸던 성철 큰스님의 첫 공식법문인 운달산 법회를 녹음한 릴 테이프 중 어렵게 복원된 내용 중 「십현담」을 강설한 대목이 있었습니다.
큰스님의 육성을 담은 가장 이른 시기의 자료인 이 강설 녹음은 이미 공개된 바 있어 많은 분들이 들었을 것이지만 글로 옮겨 적은 것은 보지 못했습니다. 녹취한 원고를 몇 차례에 걸쳐 『고경』에 연재하고자 합니다.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꾸짖고 바로잡아 주시기 바랍니다.
사진 1. 백련암 소장 『십현담요해』 표지.
「십현담」은 동안상찰同安常察(?~961) 스님이 선수행을 심인, 조의, 현기, 진이, 연고, 달본, 파환향, 전위, 회기, 일색이라는 십현十玄으로 나누어 밝힌 글입니다. 여기에 법안종을 창시한 청량문익(855~958)은 원문의 내용에 충실하면서도 조동선의 입장에서 주석을 달았고, 조선 초의 설잠 김시습(1435~1493)은 「십현담요해」를 저술하였고, 만해 한용운(1879~1944)은 설악산 오세암에서 설잠의 요해를 보고 소견이 다른 바가 있어 「십현담주해」를 내고 그 감회를 이어 「님의 침묵」이라는 시집을 상재하였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동안상찰(同安常察, ?~961) 스님인데, 동안同安은, 같을 동同자 또는 한 가지 동同자, 편안할 안安자, 상찰常察은 항상 상常자, 살필 찰察자를 씁니다.
학인: 어느 때 사람인가요?
스님: 송나라 때, 아니 당나라 때인데, 그이가 선종 가풍을 가지고 시詩 열 개를 지었어. 종문에서 아주 유명합니다. 「십현시」라고도 합니다. 지금까지 한 진도보다 조금 어려운 점이 있긴 있는데, 그래도 인자 한 번 알아 놓으면 좋지.
1. 심인心印
심인心印이라!
학인: 이거는 아무리 봐도 뭐가 뭔지 잘 모르… (우물쭈물)
스님: 응? 이거 모르겄제? 진도進度가 좀 어렵제?
학인:비유같은 것을 많이 들어서 해 주시면… (대중, 성철스님 큰 웃음)
스님: 임마! 그러면 되나? 이놈아가 자꾸 고함을 질러샀네. 니 말대로 하면 내 목만 아프거든? 이놈은 아무리 고함을 질러도 귀에 안 듣길 판인데 내 목만 아프게 자꾸 고함을 질러라 하네. 응? 그래 그 말도 좋아. 그러면 우째 함 보자. 고함 한번 질러보자. 듣기나 안 듣기나 보자.
문군심인問君心印이 작하안作何顔고
심인心印이라, 마음이라, 마음자리다 그 말이여. 이건 천상 직접 해석해야지 달리 해석할 수 없으니까, 심인이라는 것은 마음자리라 그 말입니다. 마음자리라 하니까 마음자리라는 무슨 자리가 있는 줄 알면 안 돼. 그런데 말로 하자니까 마음자리라 하는 거야.
그대에게 묻노니 마음자리가 어떠한 모양을 갖추었나 말입니다. 어떠한 낯을 갖추었느냐? 앞에 마음자리라는 표제를 내놓았거든? 그걸 너한테 물어본다 이 말이여.마음자리의 모양이, 얼굴이 어떻게 생겼느냐 말입니다.
심인心印을 수인誰人이 감수전敢授傳고
그 마음자리를 어떤 사람이 대중에게 전하겠느냐? 이심전심以心傳心이라는 말을 하거든? 이심전심 그런 소리 안 해? 이심전심이라 이렇게들 흔히 하는데, 이것은 실제에 있어서 ‘석가유미회釋迦猶未會 가섭기능전迦葉豈能傳’, 즉 석가도 모르는데 가섭이 어찌 전하겠나 하는 것과 같아. 말을 하자니 전한다고 하지만, 이것은 실제 가섭이 전하려야 전할 수 없고, 받으려야 받을 수 없어.

그렇지만 전하려야 전할 수 없고 받으려야 받을 수 없는 이것을 깨쳐놓으면 바로 깨쳤나 못 깨쳤나 하는 것을 감정은 다 해. 감정鑑定, 감정하는 그게 전하는 것이지, 실제 뭔가 물건이 있어 그걸 갖고 말하는 게 아니야.감정인가鑑定認可라 말이여. 감정을 할 때는 전하고 받고 할 수 없잖아, 응? 이 물건이 어떻게 되나 감정하는 것이라 말이여.
‘문군심인작하안問君心印作何顔’, 그대에게 묻노니 마음자리가 어떤 모양이더냐? ‘심인수인감수전心印誰人敢授傳’, 심인, 즉 마음이 대체 어떻게 된 물건이길래, 어떤 사람은 받고, 또 어떤 사람이 그걸 전한다는 말이냐? 석가도 모르는데, 가섭이 어찌 전할 수 있는 일이겠어? 이것은 전하려야 전할 수 없고 받으려야 받을 수 없는 것입니다. 그러나 아무것도 없는 게 아니거든? 분명히 깨친다 말입니다. 깨치게 되면 그 사람이 바로 깨쳤나 못 깨쳤나 하는 것을 분명히 감정鑑定합니다. 그것을 전한다 하고 받는다 하는 것이지, 실제 무슨 물건이 있어서 받고 물건이 있어서 전하는 게 아닙니다.
역겁歷劫에 탄연坦然이 무이색無異色이라
여러 억천만겁 동안 이 마음자리는 탄연坦然해서 즉, 평탄해서 아무 티끌이 없이 청정하다는 말입니다. 억천만겁이 지나도록 이 마음은 청정해서 자성自性에 무이색無異色, 즉 다른 빛, 잡색雜色이 없습니다. 자기는 본시 청정하다 말입니다.
호위심인조허언呼爲心印早虛言이라
불러서 마음자리다 할 때 그것도 벌써 거짓말이야. 자성自性은 청정淸淨해서 부처가 아니면 알 수 없고, 조사가 전하려야 전할 수 없는데, 거기에서 뭐 심인心印이니 마음이니 뭐니 잡아 말하는 것은 할 수 없어서 하는 것이지, 심心이라고 말을 할 때 벌써 거짓말이 되어 버리고 말았다 이것입니다.
수지본자영공성須知本自靈空性은
모름지기 알지라. 본래 스스로 신령하고 공한 성품이라. 심인心印을 영공성靈空性이라 하는데, 영공성이란 말도 안 맞는 말이야.심인이라 하는 것도 거짓말인데, 영공성이라 하면 더 말이 될 건가 말이야. 그렇지만 천상 그냥 아무 말도 하기 싫다면 할 수 없지만,중생을 위한다면 할 수 없이 경상境相을 안 쓸 수 없거든? 수지본자영공성은, 모름지기 알지라, 심인心印은 본래 스스로 영공한 성품이라.
장유홍로화리연將喻紅爐火裏蓮이라
비유로 말하자면,벌건 화로에 불이 훤하게 댕겼는데 그 화로 속에 연꽃이 완전하게 피어 있더라 말입니다. 이전에도 화리연火裏蓮, 화로 속에 연꽃 얘기를 했는데,지금 이것은 이전 비유와는 달라.영공성靈空性을 화리연이라 한 이것은 깨쳐야 알지 그렇지 않으면 안 돼.
물위무심운시도勿謂無心云是道
곧 이렇게 되면 모든 것이 다 떨어져 결국 무심이 되는 것이거든? 그렇지만, 무심無心을 가지고 도道라 하지 말라 말이야.
무심유격일중관無心猶隔一重關이라
무심도 한 중관重關, 태산이 앞을 가렸더라 이것입니다.결국 성불成佛이다, 견성見性이다 하는 것은 무심無心을 다해 성불成佛 한다는 것을 먼저 많이 이야기했지? 부처님도 말씀하셨어. 무심을 다해 견성해서 성불했다 안 하던가 말이야.무심無心이 무념無念이고 무주無住고, 육조六祖스님 『단경壇經』에 말씀했잖아? 무심무념無心無念을 갖고 구경究竟이라 해놓은 게 있다 말이야. 무심무념을 갖고 이 심인心印, 심지心地를 알 수 있나 이것이야.그렇지만 무심無心을 갖고는 모른다 말이야.그러면 어찌해야 하겠나? 참으로 무심해 버리면 이 기별奇別을 완전히 알 수 있는 것이지만 무심無心도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오종무심, 오위무심五位無心(주1)이라고 그때 먼저 말 안했어? 여기에서 말하는 무심이라 하는 것은 제8아뢰야第八阿賴耶 무심이라고 얘기하는 거야.아뢰야근본식阿賴耶根本識이 완전 떨어져야 이 심인心印을 알 수 있는 것이거든? 제8아뢰야식의 근본무명根本無明이 떨어지지 않은 자재위自在位의 무심無心 갖고는 이 심인을 모른다 이것이야.자재위의 무심으로서는 절대로 심인을 모르고 태산이 앞을 가리고 있는 것 같아. 자재위의 무심을 완전히 벗어나서 제8아뢰야식이 완전히 다 끊어진 대원경지大圓境地가 나타나야 이 심인을 알 수 있습니다.
학인: 그런데, 아까 스님께서 석가도 유미회猶未會라고 하셨는데 지금은 대원경지가 나타나야 심인을 알 수 있다고 하시는군요?
스님: 그래, 유미회猶未會라고 했지. 아직 몰랐다고 했어. 그게 그렇게 어렵다는 말이야.그렇지만 알 수 있다고 하는 건 분명히 아는 데서 하는 소리야. 응? 분명히 아는 데서 하는 소린데, 가섭도 전하지 못하고 석가도 모르고 하는 그런 말이 아니라, 그렇게 어렵지만 근본을 얻어 분명히 알고 분명히 전하는 가운데서 하는 소리야. 그래 그것도 물어 봐야지.그래 말뜻은 잘 들을 줄 아는가? 인제 그런 줄 알면 됐잖아?
심인心印
문군심인작하안問君心印作何顔
심인수인감수전心印誰人敢授傳
역겁탄연무이색歷劫坦然無異色
호위심인조허언呼爲心印早虛言
수지본자허공성須知本自虛空性
장유홍로화리연將喩紅爐火裏蓮
막이무심운시도莫以無心云是道
무심유격일중관無心猶隔一重關
그대에게 묻노니 심인이란 어찌 생겼는가
심인을 뉘라서 감히 전할 수 있겠는가
긴 세월 한결같이 다른 색깔이 없으니
심인이라고 호칭을 붙이면 벌써 잘못이다.
본래부터 텅 비고 공한 성품인 줄 반드시 알아야 하니
비유하자면 붉은 화로 속에 피어난 연꽃 같다고나 할까
(그렇다고) 무심을 도라고도 절대로 말하지 말게
무심하더라도 오히려 한 관문에 가로막힌다.
<각주>
(주1) 오위무심五位無心 : 극수면(아주 깊은 잠), 민절(기절상태), 무상천(어떠한 생각도 일어나지 않는 세계), 무상정(심리작용 멸절상태), 멸진정(모든 것이 끊어진 선정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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