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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와 빛의 말씀]
동안상찰 선사 『십현담』 강설 ④ 진이塵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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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스님  /  2025 년 8 월 [통권 제148호]  /     /  작성일25-08-05 13:27  /   조회43회  /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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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스님의 미공개 법문 8   

 

진이塵異라. 티끌도 다르다는 것인데, 뭐가 다른지 한 번 봅시다.

 

탁자자탁청자청濁者自濁清者清

 

탁濁한 사람은 스스로 탁濁하고, 청淸한 사람은 스스로 청淸하다는 것입니다. 쉽게 말하면, 검은 건 검은 그대로, 희면 흰 그대로라는 것이지. 탁한 사람은 탁한 그대로, 맑은 사람은 맑은 그대로라는 말입니다.

 

보리번뇌등공평菩提煩惱等空平

 

보리菩提니 번뇌煩惱니 하는 게 다 평등하고 공평하다 말이야 응? 중생이 볼 때는 탁자자탁濁者自濁이요 청자청清者清이지만, 이건 차원이 바뀐 데서 하는 소리야. 중생이 보는 탁자자탁청자청濁者自濁清者清의 차원에서 하는 소리가 아니란 말이여. 차원이 바뀐 데서 하는 소리야. 보리菩提와 번뇌煩惱가 두루 안 되려야 안 될 수가 없거든? 이쪽 차원에서 하는 말이지 경전經典에서 하는 소리가 아니란 말입니다. 탁자자탁청자청濁者自濁清者清인데, 보리번뇌菩提煩惱가 등공평等空平이라. 보리菩提와 번뇌煩惱가 다 똑같이 평등합니다.

 

수언변벽무인감誰言卞璧無人鑒

 

누가 변벽卞璧을 아는 사람이 없다고 말하는가? 변벽卞璧은, 화씨벽和氏璧인데, 초나라 사람 변화卞和가 발견한 옥이야. 어째서 변벽卞璧이라 했는가 하면, 초나라 때 화씨라는 사람이 저 산에 가서 큰 옥을 하나 캤어. 큰 옥을 하나 캐 가지고 내려왔지만 아무도 그 옥을 알아보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변화卞和는 먼저 “참으로 이 옥玉은 천하에 비할 것이 없는 보물寶物이다.”라고 하면서 초楚나라 여왕厲王한테 바쳤습니다. 그러자 여왕은 옥玉 세공인을 불러 감정을 했는데, 그 세공인이 “이것은 돌이라 해야지 옥이 아닙니다.”라고 하자 분노한 여왕厲王이 변화卞和의 다리 하나를 탁 잘라 버리고 쫓아내 버렸거든. 변화卞和 자기가 볼 때 이것은 분명히 최고의 옥玉인데, 옥이 아니라고 해서 다리 하나가 잘렸단 말이야. 

 

 사진 1. 화씨벽和氏璧의 전설이 내려오는 안휘성의 변화동卞和洞 표지. 사진 : Choi’s world.

 

다리가 잘린 채 불구가 된 변화卞和는 그 뒤에 여왕厲王의 아들이 새로운 왕, 무왕武王이 되었다는 말을 듣고 또 그 옥을 가져갔어. 아들 무왕武王한테 가져가면 나을런가 싶어서 옥을 가져갔는데, 이번에도 가짜라는 판정을 받았어. 무왕이 우리 아버지를 속이려고 했으면 됐지, 또 나를 속이려고 하나 하면서 나머지 다리도 잘라 버렸단 말이야. 결국 변화卞和는 양다리가 다 잘려 버리고 통곡을 했어. 그리고 다시 또, 무왕의 아들 문왕文王이 즉위하자 다시 그 옥을 바쳤는데, 문왕은 이 옥을 가져다 반으로 갈라보니 과연 세상에서 가장 좋은 빛깔을 가진 옥이라는 걸 확인하고 도장을 만들었습니다. 결국 화씨는 옥을 가지고 성공을 했거든. 참으로 눈 밝은 사람이 있어서 천하에 최고로 훌륭한 옥이라는 것을 완전히 인정받게 되었다 말입니다. 양다리가 다 잘리고 난 뒤에 비로소 인정을 받았어.

 


사진 2. 화씨벽和氏璧의 전설이 내려오는 안휘성의 변화동卞和洞. 사진 : Choi’s world.

 

그렇게나 옥玉도 감정하기 어렵다 말이야. 수언변벽무인감誰言卞璧無人鑒, 누가 화씨 옥을 알아볼 줄 아는 사람이 없다 말하는가 말이야. 변벽卞璧은 자성自性을 말해. 자성自性을 비유한 것이야. 누가 자성自性을 아는 사람이 없고, 자성自性을 깨친 사람이 없다고 그렇게 말하는가 말이야.

 

아도여주도처정我道驪珠到處晶

 

여주驪珠는 용궁의 용龍 중에도 제일 무서운 용의 턱밑에 있는 여의주如意珠를 말해. 그 여의주는 아주 귀한, 존귀한 것이야. 고귀한 자성自性을 비유한 것이지. 아도여주도처정我道驪珠到處晶, 나는 말하겠다, 여의주는 도처에 빛나고 있어. 처처에 빛나고 있어. 여의주 아닌 게 하나도 없고, 변벽卞璧이 아닌 게 하나도 없다 이것이야. 고기가 물을 벗어나고 태양이 허공을 벗어나면 벗어났지, 자성을 벗어날 수는 없다 말이야. 중생이 부처라 하는 것은 도저히 벗어나려야 벗어날 수 없거든.

 

사진 3. 해인사 대적광전에서 설법하시는 성철스님.

 

전체가 다 이 자성自性 가운데 건립되어 있는데, 눈을 감고 못 볼 뿐이지, 눈만 뜨면 처처에 빛나는 햇빛을 피할 수 있나? 눈 감은 사람은 암만 햇빛을 보려 해도 못 보는 거고, 눈 뜬 사람은 암만 햇빛을 피하려 해도 피할 수 없어. 근본은 눈을 떴나, 못 떴나 이것이 문제지 햇빛에는 관계가 없거든? 수언변벽무인감誰言卞璧無人鑒, 누가 옥을 볼 줄 아는 사람이 없다 하느냐? 만인이 다 본다 말입니다. 아도여주도처정我道驪珠到處晶, 나는 말하리라, 여의주는 도처에 빛나고 있다 말이야. 그래 완전히 눈뜬 사람일 때 태양광명太陽光明을 본다는 소리거든.

 

만법민시전체현萬法泯時全體現

 

일체 만법萬法이 다 떨어질 그때 전체가 드러난다 말이야. 중생이라는 것은 해를 보려 해도 볼 수 없어. 구름이 해를 가리고 있기 때문이지. 그 구름이 완전히 딱 걷혀 버리면 해는 그대로 드러나지 않는가 말이야. 만법萬法은 번뇌망상煩惱妄想을 말하는 거야. 결국 부처고 조사고, 불교고 예수교고 다 도매금으로 다 버려야 해. 불교만은 살리려고 해도 안 돼. 다 죽는 판이야. 불교건 유교건 예수교건 무슨 교라 하건 전부가 다 봉사들을 위한 잠꼬대입니다. 일체 만법을 다 완전히 몰아서 저 삼천대천세계 밖으로 확 집어 던져 내버리고 나면 전체가 확 드러나 버려. 구름이 완전히 걷히면 해가 드러나듯이 말이야, 만법민시전체현萬法泯時全體現, 만법이 다 자취를 감출 때 전체가 드러난다 말입니다. 

 

삼승분별강안명三乘分別強安名

 

삼승三乘으로 분별한 것은 거짓말로 진眞이니 법계法界니 불성佛性이니 부처니 중생이니 한다는 말입니다. 내가 이렇게 말하면 교敎하고 선禪하고 관계를 대강 알겠지? 만법민시전체현萬法泯時全體現, 일체 만법이 다 없어질 때, 불교고 유교고 할 것 없이 전체가 다 없어질 때 전체가 드러나고, 삼승분별강안명三乘分別強安名, 삼승으로 분별하여 말한 것은 거짓으로 이름한 것이라 말이야. 부처라 하기도 하고 심지心地라 하기도 하고, 법계法界라 하기도 하고, 진여眞如라 하기도 하고, 연기緣起니 중도中道니 뭐 오만 말이 다 생겨 벌어진다 말이야. 그러나 그건 전부 다 가명假名, 거짓 이름이다 이 말이야.

 

장부자유충천지丈夫自有衝天志

 

장부는 모두 다 무진장보검無盡藏寶劍을 가지고 있고, 충천지衝天志를 다 가지고 있다 말이여. 누구든지 충천지衝天志를 안 가지고 있는 사람은 하나도 없어.

 

막향여래행처행莫向如來行處行

 

여래가 가는 곳으로 따라가지 않는다 말이라. 부처는 부처고 나는 나야. 나는 내 밥 먹고 살지 부처고 조사고 다 소용없다 말이라. 불佛이라는 것은 중생을 고치기 위한 약藥이지, 중생을 다 제도하면 약이 무슨 소용이 있어? 중생제도를 다 마치고 나면 부처란 약이 필요가 없어. 병이 다 나은 사람이 약을 자꾸 쓰면 그건 미친 놈 아니야? 병이 다 나았다는 것은 모든 것을 다 해탈한 사람이란 말이야. 영원한 대자유를 얻은 대장부가 되었단 말이야. 하늘을 뚫는 기상, 충천지衝天志를 가졌어. 나는 내 것 먹고 살지 남의 말 안 들어. 막향여래행처행莫向如來行處行, 여래가 가는 곳에 가지 않아. 부처고 조사고 그건 다 잠꼬대하는 소리지. 그런 약은 이제 다 필요 없어. 자유자재自由自在로, 누구든지 충천지衝天志를 다해서 막향여래행처행莫向如來行處行하는 그런 사람이 되어야 돼. 그런데 거기 가서 다시 삼승이니 중생이니 조사니 부처니 그래 가지고 되겠어? 그렇게 했다가는 자기 할 일 마치기도 전에 저 북망산北邙山으로 바로 갈 거야. 

 

진이塵異

 

탁자자탁청자청 濁者自濁淸者淸 

보리번뇌등공평 菩提煩惱等空平 

수언변벽무인감 誰言卞璧無人鑑 

아도여주도처정 我道驪珠到處晶

 

만법민시전체현 萬法泯時全體現 

삼승분별강안명 三乘分別强安名 

장부개유충천지 丈夫自有衝天志 

막향여래행처행 莫向如來行處行

 

탁한 것은 스스로 탁하고 맑은 것은 스스로 맑아

보리와 번뇌는 모두 공하고 평등하다

누가 변화의 옥을 알아볼 사람이 없다고 말하는가

나는 말하리라, 검은 용의 여의주는 곳곳에서 빛난다고.

 

온갖 법이 사라질 때에 온전한 바탕이 드러나고

삼승으로 분별한 것은 억지로 이름 붙인 것이네

대장부란 본래 충천의 기상이 있으니

여래께서 가신 길이라도 절대로 가지 마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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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스님
성철스님은 1936년 해인사로 출가하여 1947년 문경 봉암사에서 '부처님 법대로 살자'는 기치를 내걸고 ‘봉암사 결사’를 주도하였다. 1955년 대구 팔공산 성전암으로 들어가 10여 년 동안 절문 밖을 나서지 않았는데 세상에서는 ‘10년 동구불출’의 수행으로 칭송하였다. 1967년 해인총림 초대 방장으로 취임하여 ‘백일법문’을 하였다. 1981년 1월 대한불교조계종 종정에 추대되어 “산은 산, 물은 물”이라는 법어로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다. 1993년 11월 4일 해인사에서 열반하였다. 20세기 한국 불교를 대표하는 인물이자 ‘우리 곁에 왔던 부처’로서 많은 사람들의 추앙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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