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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살리는 사찰음식]
기후미식의 원형 사찰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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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희  /  2025 년 12 월 [통권 제152호]  /     /  작성일25-12-04 10:02  /   조회9회  /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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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음식은 불교의 자비와 절제, 공존의 정신을 바탕으로 합니다. 자연의 모든 생명을 귀하게 여기며, 생명을 해치지 않고도 풍요를 느낄 수 있다는 믿음에서 비롯된 음식 문화입니다. 인공조미료나 육류를 사용하지 않고, 제철 채소와 산나물, 발효식품을 중심으로 하여 ‘있는 그대로의 맛’, 즉 ‘자연의 본래맛[本味]’을 추구합니다. 이러한 식문화는 탐욕을 줄이고, 필요 이상의 자원을 소비하지 않으며, 음식의 생명과 순환에 감사하는 태도를 길러 줍니다. 

 

사찰음식과 기후미식의 만남

 

‘기후미식(Climate Gastronomy)’은 기후변화 대응과 식문화의 재구성을 목표로 하는 새로운 개념입니다. 지속가능한 농업, 지역 식재료의 활용, 음식물 쓰레기 감축, 저탄소 조리 방식 등을 통해 지구 환경에 부담을 덜 주면서도 맛과 즐거움을 추구합니다. 즉, 단순히 음식을 ‘먹는’ 행위가 아니라, 지속가능한 지구를 위한 선택의 과정으로서 ‘먹는 행위의 윤리’를 되돌아보는 미식 운동입니다. 

 

사진 1. 김치속재료(김치페스타). 

 

사찰음식은 이미 오래전부터 기후미식의 철학을 실천해 온 전통적 모델이라 할 수 있습니다. 남은 재료를 다시 활용하고, 제철과 지역 식재료를 중심으로 한 조리법은 탄소발자국을 줄이는 지혜입니다. 육류 대신 식물성 단백질을 활용하는 사찰음식은 기후위기 시대의 ‘플랜트 베이스드 푸드(plant-based food)’와 일맥상통합니다.

불의 사용을 최소화하고, 발효와 절임 등 자연의 시간을 존중하는 조리법은 에너지 절약과 생태적 순환을 보여줍니다. 천천히, 감사히 먹는 ‘발우공양鉢盂供養’의 정신은 소비 중심 사회에 던지는 깊은 성찰의 메시지입니다.

 

사진 2. 백김치(김치페스타). 

 

사찰음식은 단순한 전통요리가 아니라, 지속가능한 삶의 철학이자 기후미식의 원형原型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연과 인간이 조화를 이루며, 음식 한 그릇을 통해 생명과 지구의 순환을 느끼게 하는 사찰음식은 오늘날 우리가 실천해야 할 기후위기 시대의 새로운 미식 가치를 제시합니다. 즉, “먹는 일은 수행이며, 지구를 살리는 일”이라는 사찰음식의 가르침은 기후미식의 가장 깊은 뿌리가 됩니다. 

 

남도국제미식산업박람회

 

지난 10월 한 달 동안 전남 목포에서는 남도국제미식산업박람회가 열렸습니다. 저는 행사기간 동안 사찰음식을 주제로 지속가능미식주간의 장엄을 담당하였고, 사찰음식과 기후미식을 주제로 남도미식국제컨퍼런스에서 위와 같은 내용으로 발표하였습니다. 또한 사찰음식 장인 지견스님과 경운스님, 그리고 소리명상 전문가 선정스님과 구례 화엄사 마하연 보살님께서 사찰음식의 진면목을 선보였으며, 전통음식연구가 홍성란 선생님의 유밀과가 소개되었습니다. 

 

사진 3. 단호박물김치. 

 

그리고 발효음식에서는 기순도 명인님께서 전통 장을 기반으로 건강한 먹거리를 선사해 주셨습니다. 이번 달 지구를 살리는 사찰음식에서는 남도국제미식산업박람회에서 소개된 경운스님의 가을버섯묵과 도토리채소밀쌈을 소개해 봅니다. 

 

사진 4. 가을버섯묵.

 

가을버섯묵

 

【 재료 】 

모듬버섯(목이버섯, 표고버섯, 느타리, 새송이, 팽이버섯), 한천 가루(물 100리터+한천 10그램), 들기름, 간장, 청홍고추, 양념장(간장, 채수, 참기름, 깨가루), 초장(고추장, 현미식초, 유기농원당, 참기름, 통깨).

 

【 만드는 법 】

1. 버섯은 흐르는 물에 한 번만 헹궈 사용합니다.

2. 물기를 털고 버섯을 손질합니다.

- 목이버섯은 손으로 찢어서 준비합니다.

- 표고버섯 밑동은 찢어서 준비하고 갓은 어슷 썰어 준비합니다.

- 느타리는 얇게 찢어 주고, 새송이는 반으로 갈라 어슷 썰어 줍니다.

3. 청홍고추는 반으로 갈라 채썰어 준비합니다.

4. 팬에 목이버섯, 표고버섯, 느타리, 새송이버섯을 먼저 넣고 중간불에서 볶은 후 팽이버섯은 가장 늦게 넣고 볶아 줍니다.

5. 버섯을 볶은 후 버섯이 잠길 정도로만 물을 붓고 끓이면서 간장과 들기름을 넣어 간을 맞춥니다.

6. 물 100리터+한천 가루 10그램을 녹인 후 5에 넣어 줍니다.

7. 끓으면 바로 불을 끄고 들기름으로 코팅된 틀에 넣어 굳힙니다.

8. 굳은 묵은 먹기 좋게 썰어서 양념장에 찍어 먹습니다. 

 

사진 5. 경운스님의 버섯묵. 

 

도토리 채소 밀쌈

 

【 재료 】 

반죽(도토리 가루 3T, 밀가루 1 Cup, 간장 또는 소금), 속재료(애호박, 당근, 오이, 

버섯, 새싹 채소), 소금, 포도씨유.

 

【 만드는 법 】

1. 도토리 가루와 밀가루를 섞고 간을 하여 반죽을 만들어 줍니다.

2. 애호박과 당근, 오이, 버섯 등은 채 썰어 준비합니다.

3. 팬에 기름을 두르고 소금으로 간을 맞춰 채소를 하나씩 볶아 내서 식힙니다.

4. 팬에 기름을 두르고 반죽을 길쭉하게 부쳐 냅니다. 폭 3cm, 길이 10cm 정도로 하면 좋습니다.

5. 밀전병을 아래 놓고 그 위에 볶은 채소들을 올려서 돌돌 말아 줍니다.

6. 연겨자 소스를 만들어 곁들여 드시면 좋습니다. 

 

사진 6. 도토리 채소 밀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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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희
궁중음식문화재단이 지정한 한식예술장인 제28호 사찰음식 찬품장이다. 경기대학교에서 국문학과 교육학을 전공하였고, 동국대학교 일반대학원 선학과 박사과정, 사찰음식전문지도사, 한식진흥원 교강사이다. 국가유산 조선왕조궁중음식연구원 과정을 이수하였으며, 식물기반음식과 발효음식을 연구하는 살림음식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논문으로 「사찰음식의 지혜」가 있고, 현재 대학에서 사찰음식과 궁중음식을 강의하며, 혜원정사 사찰음식 전수관 전임교수로 활동 중이다.
natureswa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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