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및 특별서평]
옥기玉器 분석으로 민족의 기원 추적
페이지 정보
고경 필자 / 2020 년 7 월 [통권 제87호] / / 작성일20-07-20 15:26 / 조회10,556회 / 댓글0건본문
서평 – 『한민족과 홍산문화』
김윤태 | 선善 출판사 대표
국내 최초로 홍산문화 옥기玉器들을 분석해 한민족의 기원을 추적한 책이 나왔다. 『한민족과 홍산문화-홍산문화 옥기에서 찾은 한민족의 기원』(선善 출판사, 사진)이 바로 그 것이다. 기원전 4500년경부터 기원전 3000년경까지 현재 내몽고 동남부와 요녕성 서부에 분포했던 신석기시대 문화를 ‘홍산문화’라고 한다. 1906년 일본인 도리이 류조鳥居龍藏가 처음 발견했고, 1980년대 이후 본격적으로 발굴되기 시작했지만 국내에는 여전히 생소한 편이다. 그러나 한민족의 기원을 밝혀줄 문화일 수도 있다는 가능성 때문에 관심을 가진 학자가 적지는 않다. 중국은 이미 ‘동북공정’을 통해 홍산문화를 자신들의 역사로 편입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홍산옥기는 홍산문화의 핵심 중 핵심으로 홍산문화 연구에 필수적이다. 홍산옥기에 대한 책이 중국에서는 수십 권 나왔지만, 워낙 희소하고 접근하기 어려워 국내에서 출간된 책 가운데 이를 소개한 것은 매우 드물다. 이 책을 통해 저자는 그 동안 알려진 홍산옥기들을 소개하고, 학문적·예술적 가치가 높은 홍산옥기 180점도 처음으로 공개했다. 옥기 가운데 봉황 한 쌍, 소똥구리, 사마귀 등은 한 번도 발견되지 않았던 것들이다. 옥기와 다른 자료들을 철저하게 검증하고 정밀하게 분석해 책을 쓴 저자는 “홍산옥기 분석을 통해 홍산문화가 한민족의 기원임을 증명할 결정적인 증거들을 찾았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홍산옥기에 대한 특징들도 정리했다.
첫째, 홍산문화에서 한민족의 고유부호가 사용됐다고 저자는 설명했다. 홍산옥기의 유일한 무늬인 사격자무늬는 신석기시대의 빗살무늬토기를 거쳐, 고조선, 신라, 가야, 고구려, 백제, 통일신라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나타난다. 광개토대왕을 기리는 호우총 청동그릇(보물 1878호), 가야의 기마인물형토기(국보 275호)에도 이 무늬가 나온다. 저자는 바로 이 무늬를 ‘곰’ 또는 ‘곰족’을 표시하는 것으로, 고대 한민족의 부호라고 파악했다.
둘째, 동아시아에서 용은 고대 한국의 토템의 대상이었던 곰을 모델로 만들었다고 책은 지적한다. 동아시아에서 용과 봉황은 홍산문화를 비롯한 요하문명에서 시작되었다. 곰토템을 가진 홍산문화 사람들이 ‘하늘을 날 수 있는 신령한 동물’을 만들면서 자연스럽게 곰을 모델로 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곰은 고대 한국의 토템의 대상이었고 이는 단군신화에도 나온다.
셋째, 동아시아에서 봉황은 한국 토종의 긴꼬리닭을 보고 만들었다고 저자는 분석했다. 긴꼬리닭은 상고시대부터 현재까지 한국의 고유 특산품이다. 긴꼬리닭은 머리 위로 돌출한 벼슬, 나누어진 꼬리, 부리 밑의 고기수염, 10개의 주 날개[主翼] 등이 특징이다. 홍산옥기 봉황은 이런 특징을 그대로 닮았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한민족의 기원과 관련 있는 것으로 보이는 홍산문화는 어떤 사회였을까? 저자의 결론은 크게 두 가지다. 홍산문화는 인간 중심의 사회였다는 것이 첫 번째다. 홍산문화 유물에는 다른 시대에 비해 인물상이 눈에 띄게 많이 등장하고, 지금까지 확인된 홍산문화 옥기 중에서 가장 무겁고 큰 것은 신상이 아닌 인물상이라는 점 때문이다. 홍산문화는 여성 우위의 사회였다는 것이 두 번째 결론이다. 여성상들은 눈, 코, 귀, 눈썹이 모두 크고 입은 굳게 다물어서 위풍당당하다; 매우 큰 여성상 조각들도 있다; 남성상과 여성상을 한 쌍으로 조각하면서 여성상의 머리만 사격자 무늬로 장식했다는 점이 주된 이유다. 사격자 무늬는 당시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었고 소중한 옥기에만 새겼다. 여성상에만 사격자 무늬를 새긴 것은 따라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검사 출신 변호사인 저자(구본진)는 20대부터 돌도끼·돌칼·토기 등 고대 유물을 수집했고, 독립운동가의 친필을 모으는 과정에 신채호·박은식 등이 심혈을 기울였던 한국 고대사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 글씨 분석을 통해 한민족의 기원과 특성을 추적한 『어린아이 한국인 : 글씨에서 찾은 한국인의 DNA』(2015년, 김영사)를 쓰며 홍산문화를 다루기 시작한 저자는 홍산문화를 연구하기 위해 한국요하문명연구소를 설립했고 이를 소개하는 유튜브 K-Relic을 운영하고 있다. 한민족의 기원과 역사 그리고 미술과 고대사에 관심이 있는 독자들은 일독一讀할 만한 책이다. 책을 읽으면 한민족에 대한 자부심을 느낄 수 있고 한국의 과거는 물론, 현재와 미래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저작권자(©) 월간 고경. 무단전재-재배포금지
|
많이 본 뉴스
-
화마가 할퀴고 간 산청에서 방생법회를 봉행하며
2001년에 성철 종정예하의 출생지에 생가를 복원하고 그 앞쪽에는 대웅전을 지었습니다. 경내로 들어오는 입구쪽에는 2층 목조기와집을 지었습니다. 2층 목조건물 1층 기둥은 직경 40cm가 넘는 돌기…
원택스님 /
-
홍성 상륜암 선준스님의 사찰음식
충남 홍성의 거북이 마을에는 보개산이 마을을 수호합니다. 보개산 숲속에는 12개의 바위가 있고 하나하나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산자락의 끝에는 작은 암자 상륜암이 자리하고 있습니…
박성희 /
-
티베트 난민들의 귀의처 포카라의 빼마찰 싸캬 사원
포카라 근교 햄쟈(Hemja) 마을에 자리 잡은 따시빨켈(Tashi Palkhel) 티베트 난민촌 캠프 위에 자리 잡은 빼마찰 사원은 포카라-안나푸르나 간의 국도에서도 눈에 잘 띈다. 사진…
김규현 /
-
하늘과 땅을 품고 덮다[函蓋乾坤]
중국선 이야기 50_ 운문종 ❺ 문언文偃이 창립한 운문종의 사상적 특질은 ‘운문삼구雲門三句’에 있다고 잘 알려져 있다. 특히 『종문십규론宗門十規論』에서는 “소양韶陽(…
김진무 /
-
성당시대의 법화경변상도
성당 시기에는 중국의 국력이 절정에 달했고, 실크로드가 유례없이 번영했기 때문에 하서와 중원 간의 교류가 매우 빈번했다. 중국의 불교 사원에 나타난 대규모의 〈법화경변상도〉는 이 시기의 막고굴 〈법…
김선희 /
※ 로그인 하시면 추천과 댓글에 참여하실 수 있습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