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삶, 나의 기도]
수련회로 다진 가화만사성
페이지 정보
박성미 / 1998 년 6 월 [통권 제10호] / / 작성일20-05-06 08:33 / 조회13,351회 / 댓글0건본문
박성미 보살님
백련암에 오르기 하루 전날 제대로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극도의 불안감과 긴장, 기대감으로 지낸 지 벌써 몇 달. 수련법회를 신청한 날부터 연속되는 불안, 긴장, 초조함을 달래기 위해 하루 일과를 500배로 올리고는 기운이 빠져 넋 놓고 앉았다가 남편에게 야단까지 맞았다. 가기도 전에 진이 다 빠지면 정작 3000배는 할 수가 없다고….
혼자서 곰곰이 생각을 하다 다시 일과를 200배, 300배로…로 올려나갔다. 땀을 흘리며 오직 한 가지, 이번엔 꼭 삼천배를 해 낼 수 있는 힘을 갖게 해 달라고 간절한 원도 세웠다. 경험상으로 볼 때 일단은 정신력이 우선하므로, ‘나 자신에게 질 수 없다. 나의 육신에 절대 끄달리지 않고 이끌고 나가리라’라고 다짐에 다짐을 하였다.
작년 수련회에서 삼천배를 통과하지 못하고 하산할 때의 미안함, 내가 이것밖에 안 되었을까? 특히나 우리 딸 은송이에게 너무나 미안했다. 남편도 딸도 다 했는데….
“엄마, 느낌이 어때요? 할 수 있겠어요? 괜찮아요?”
“그래! 이번엔 꼭 해낼꺼야. 꼭!”

백련암에 도착하여 기도 시작 전, 가슴이 쿵쿵, 다시금 긴장과 불안이 엄습해 온다. 한번 못 했다고 또 못 할까봐? 정말 이를 악물고 버텼다. 단 한 번의 고비를 넘기고 생각보다는 너무나 쉽게 삼천배를 통과했을 때, 나도 할 수 있다는, 해냈다는 성취감과 쾌감, 그리고 자신감! 저도 모르게 흐르는 눈물을 꾹 참으며 기도를 마쳤다. 남편의 눈길걱정과 격려의을 보며 무한한 감사를 드린다. 우리 딸에게도….
둘째 날, 머리가 깨어질 듯한 통증이 있었다. 하산하고 싶은 마음이 너무나 간절했지만 약을 먹으며 모질게 참았다. 그야말로 육신에 끄달리지 않으려고, 아니 나의 육신을 이겨내고 싶었기에.
셋째 날부터는 이상하게 기분도 상쾌하고 느낌도 좋았다. 너무도 이상하리만큼. 그래서인지 백련암이 달리 보이기 시작했다. 아니 그야말로 백련암이 좋아졌다. 말로는 형언할 수 없는 이것, 그래 바로 이것이었구나 하면서 자신을 추스린다.
‘달리 살리라. 진짜 틀리게 살리라. 게으름도 버리고.’
지금껏까지도 열심히 살았지만 더더욱 열심히 살아가리라.
나에게 이런 무한한 힘을 내도록 힘껏 밀어준 남편과 딸 은송이, 열심히 살아가자.
저작권자(©) 월간 고경. 무단전재-재배포금지
|
많이 본 뉴스
-
인도 데라둔 민될링 닝마빠 사원
3년 전 『고경』 연재를 시작하면서 티베트 불교에 관련된 걸출한 인물과 사찰 그리고 종단을 고루고루 섞어 가려고 기획은 하였다. 그러나 이미 지나온 연재 목록을 살펴보니 더러 빠진 아이템이 있었는데…
김규현 /
-
출가자와 사원 감소에 직면한 일본 불교
사토 아쯔시_ 도요대학 강사 한국도 그렇겠지만 일본 사회가 안고 있는 큰 문제 중 하나가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인구 감소다. 저출산에 따른 노동력 부족으로…
고경 필자 /
-
『성철스님의 책 이야기』에서 발견한 소중한 자료
무관심이 오히려 보물을 지켜낸 힘 지난 6월 5일과 6일, 황금연휴임에도 불구하고 백련불교문화재단의 사무국장 일엄스님과 성철사상연구원 서재영 원장 그리고 동국대 불교학술원 서수정 박사와 김…
원택스님 /
-
사찰음식, 축제가 되다
사찰음식이 국가무형유산으로 등재되었습니다. 불교 전래 이후 꾸준히 발전해 오면서 현재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는 점과 불교의 불상생 원칙과 생명존중, 절제의 철학적 가치를 음식으로 구현하여 고유한 음식…
박성희 /
-
운문삼종병雲門三種病
중국선 이야기 52_ 운문종 ❼ 운문종을 창시한 문언의 선사상은 다양하게 제시되지만, 그의 선사상은 남종선과 그 이전에 출현한 조사선의 사상적 근거인 당하즉시當下卽是…
김진무 /
※ 로그인 하시면 추천과 댓글에 참여하실 수 있습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