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및 특별서평]
고통을 대면하며 삶의 의미를 묻다
페이지 정보
장웅연 / 2019 년 11 월 [통권 제79호] / / 작성일20-05-22 08:32 / 조회7,832회 / 댓글0건본문
장웅연 / 불교 작가
“삶의 의미를 묻는 것이 취미다. 그 마음을 다시 한 번 책으로 엮었다. 글쓰기는 힘들고 돈이 되지 않지만 그래도 내게는 재미있는 일이다. 평소 좋아하는 48개의 선문답을 골라 나의 삶에 비추어보면서 ‘어떻게 하면 죽을 때 후회가 덜할까’ 방도를 고민했다. 선문답들은 그간 책에서 보거나 불교계 기자 생활을 하면서 주워들은 것들이다. 남송의 무문혜개가 펴낸 『무문관無門關』에 수록된 48칙則을 따라 했다. ‘수시垂示-본칙本則-착어着語-평창評唱-송頌’이라는 선어록의 전통적 구조를 차용했다. 참신할까 싶어서 시와 산문을 섞어도 봤다.

교정을 위해 찬찬히 읽어보니, 분노와 불안을 다스리는 데 어느 정도 효과가 있다. 이번 책 역시 사랑하는 아내에게 바치는 책이다. 또한 한두 개의 구절이라도 사람들에게 유용했으면 좋겠다. 내가 어느 수준까지 철학적 언어를 구사할 수 있는지 도전해보는 시간이기도 했다. 인생이 처음이라 실수가 많았다. 처음이니까 어쩔 수 없었다, 이만하면 됐다, 생각하기로 한다.”
- 『죽을 만큼 힘들 때 읽는 책』‘머리말’에서
고령화 사회라는 상황을 감안하면 그리 많은 나이는 아니겠다. 그러면서도 앞으로의 인생이 그리 길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실감할 만한 계기가 개인적으로 있었다. 좌절감이 컸고 조바심이 났다. 삶에 대해 하고픈 말이 갑자기 많아졌다. 그래서 나온 책이 『죽을 f만큼 힘들 때 읽는 책』(장웅연 지음, 담앤북스, 사진)이다. 『고경』에 연재한 글이 토대가 됐다.
글을 쓰는 게 직업이다. 열심히 써야만 생계를 이어갈 수 있고 쓰라고 시키면 쓴다. 내가 원하는 게 아니라 조직이 원하는 글을 써야만 돈을 번다. 매일같이 쓰고 기계적으로 쓰는 와중에서, 가끔 내가 쓰고 싶은 것을 쓰기도 한다. 그런 글들이 모이고 출판을 해주겠다는 귀인을 만나면 책이 된다. 이번 책도 그와 같다. 내 딴에는 연륜과 치유의 글쓰기다. 물론 책 한 권 썼다고 삶이 변화하지 않으리란 건 충분히 안다. 나이를 얼렁뚱땅 먹었는지 뭐 하나 명쾌한 일이 없고 여전히 쉽게 속아 넘어간다. 서툴고 미욱한 내가 그럼에도 삶에 대해 깨달은 것이 있다면, 목숨이 다하기 전까지는 절대 고통이 끝나지 않으리라는 사실이다. 다만 이것은 삶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희망이기도 하다. 산다는 것은 결국은 산다는 것이어서, 어떻게든 살아내야 하고 끝내는 살아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나 자신이 나의 가장 소중한 친구가 될 만큼, 끔찍하게 외로웠다. 책을 쓰는 순간만큼은 마음이 어두워지거나 쓸쓸해지지 않는다. 나는 더 이상 쓸 수 없게 될 때까지는 좋은 글을 써서 나와 세상에 기여하려 한다. 할 수 있는 것도 하고 싶은 것도 이것뿐이다. 행여 그것이 객기이거나 오류이더라도, 누군가에게는 위약僞藥이라도 되리라 믿는다.
저작권자(©) 월간 고경. 무단전재-재배포금지
|
많이 본 뉴스
-
화마가 할퀴고 간 산청에서 방생법회를 봉행하며
2001년에 성철 종정예하의 출생지에 생가를 복원하고 그 앞쪽에는 대웅전을 지었습니다. 경내로 들어오는 입구쪽에는 2층 목조기와집을 지었습니다. 2층 목조건물 1층 기둥은 직경 40cm가 넘는 돌기…
원택스님 /
-
홍성 상륜암 선준스님의 사찰음식
충남 홍성의 거북이 마을에는 보개산이 마을을 수호합니다. 보개산 숲속에는 12개의 바위가 있고 하나하나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산자락의 끝에는 작은 암자 상륜암이 자리하고 있습니…
박성희 /
-
티베트 난민들의 귀의처 포카라의 빼마찰 싸캬 사원
포카라 근교 햄쟈(Hemja) 마을에 자리 잡은 따시빨켈(Tashi Palkhel) 티베트 난민촌 캠프 위에 자리 잡은 빼마찰 사원은 포카라-안나푸르나 간의 국도에서도 눈에 잘 띈다. 사진…
김규현 /
-
하늘과 땅을 품고 덮다[函蓋乾坤]
중국선 이야기 50_ 운문종 ❺ 문언文偃이 창립한 운문종의 사상적 특질은 ‘운문삼구雲門三句’에 있다고 잘 알려져 있다. 특히 『종문십규론宗門十規論』에서는 “소양韶陽(…
김진무 /
-
성당시대의 법화경변상도
성당 시기에는 중국의 국력이 절정에 달했고, 실크로드가 유례없이 번영했기 때문에 하서와 중원 간의 교류가 매우 빈번했다. 중국의 불교 사원에 나타난 대규모의 〈법화경변상도〉는 이 시기의 막고굴 〈법…
김선희 /
※ 로그인 하시면 추천과 댓글에 참여하실 수 있습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