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과 손가락 사이]
뒤도 안 돌아보고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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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목 / 2019 년 9 월 [통권 제77호] / / 작성일20-05-22 08:32 / 조회7,182회 / 댓글0건본문
최재목 | 시인 · 영남대 철학과 교수
창가의 봄은 자꾸 흔들렸다
암스테르담에서 체코의 프라하로 가는 5월
열차엔 붓다도 함께 했다
아무 말씀도 없이, 물 한 모금도 안 드시고,
반쯤 뜬 눈으로,
시시각각 달라지는 바깥 풍경에
눈을 떼지 않았다
그런 무상無常 앞에, 햇살이 찾아들고,
드디어 종착역 표시판이 나타났다
“어디 가세요? 바쁘실 텐데…”
물어도 대답이 없다
나는 혼자 머쓱하여 포켓용 사전 뒷면에다 펜을 대고
가만히 흔들림 속에 생멸하는 내 마음을 따라 나섰다
선線은 꾸불꾸불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가르고
말해야 할 것과 말하지 말아야 할 것을 나눈다
오로지 내가 여기 있음을
나더러 말 하라 한다.
“나처럼…눈 떼지 마라, 무상 앞에서…. 너도 곧 종점이다”
붓다는 눈 뜬 채 열반에 드셨다
나는 차 속에 붓다를 남겨둔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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