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철스님 추모 기사]
불국정토 구현을 가피하여 주시옵소서
페이지 정보
월주스님 / 1998 년 9 월 [통권 제11호] / / 작성일20-05-06 08:33 / 조회11,923회 / 댓글0건본문
성철 대종사 열반 5주기 추모 및 사리탑 회향
추모사2 불국정토 구현을 가피하여 주시옵소서
월주/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5년 전 성철 대종사의 열반 소식은 비단 교계뿐만 아니라 전 국민적인 슬픔이었습니다. 경계에 따라 변하는 것이 마음인지라 시간이 흐름에 따라 추모의 마음도 잦아드는 것이 인지상정이겠지만, 대종사의 열반 5주기를 맞는 종도들의 마음은 대종사에 대한 그리움으로 더욱 애틋해지기만 합니다.
성철 큰스님께서는 조선왕조 오백 년의 억불 정책과 일제시대 왜색불교로 침체되고 피폐되어 쇠미해진 임제의 종풍을 다시 선양하였습니다. 돌이켜 생간컨대, 성철 큰스님께서 이르시는 한 마디 게송은 곧 사천만 국민 모두의 화두가 되었고, 깨달음을 향한 불퇴전의 원력을 세우고 장좌불와의 수행정진을 멈추지 않으시며 널리 후학을 제접한 것은 대스승의 진면목이었습니다. 무소유로 일관하신 스님의 행장은 인천의 귀감이었으며, 모든 국민들 심지어 타종교인과 외국인들까지 큰스님을 친견하여 가르침을 청하였으니 실로 뭇 생명의 대스승이라 하겠습니다.
이제 성철 큰스님의 열반 5주기를 맞아 문도회와 해인사가 사부대중의 여망을 모아 사리탑을 건립하여 회향하게 되었습니다. 성철 큰스님의 사리탑은 지금까지의 일반적인 형태를 따르지 않고 파격을 보임으로써 살활자재(殺活自在)한 선가의 일미(一味)를 담고 있습니다. 위로 원구(圓球)을 올리고 아래로 반구(半球)를 중층(重層)함으로써 성철 큰스님과 불교의 진리를 형상화한 것은 매우 독창적인 것입니다. 살피니 푸른 산에 둥근 바퀴가 걸린 형상입니다. 큰스님께서는 열반하시기 전에 “일생 동안 남녀의 무리를 속여서 하늘을 넘치는 죄업은 수미산을 지나친다. 산채로 무간지옥에 떨어져서 그 한이 만 갈래나 되는지라 둥근 한 수레바퀴 붉음을 내뱉으며 푸른 산에 걸렸도다”는 게송을 남기셨습니다. 그런데 오늘 사리탑을 보니 그 형상이 둥근 수레바퀴가 푸른 산에 걸린 일륜괘벽산(一輪掛碧山)인지라, 성철 큰스님께서 마지막으로 내리신 게송이 오롯이 담겨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이 진정 큰스님의 위신력이요, 문도 여러분과 해인사 대중의 원력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성철 큰스님께서 열반하신 후 5년 동안 우리 종단은 종도들의 염원을 모아 종단 개혁 불사를 원만히 성취하였으며, 종단을 안정시키고 종도 대중이 화합하는 가운데 21세기 불교 발전을 이룩할 수 있는 토양을 형성하였습니다. 종단이 안정과 화합이라는 기반 위에 승풍을 진작시키고 상구하화(上求下化)를 병행함으로써 일체중생을 제도하는 것이 성철 큰스님의 가르침을 받드는 것입니다. 성철 큰스님의 열반 5주기를 추모하는 이 자리에서 소납은 종단의 안정과 번영을 위하여 매진하라는 성철 큰스님의 가르침과 종도 대중의 뜻을 높이 받들고자 합니다.
앙망하오니, 성철 큰스님이시여!
비록 열반에 드셨으나 세간에 대한 연민과 종단에 대한 원력으로 종단이 부단한 개혁과 발전을 통하여 종도 대중을 깨달음으로 이끄는 참된 화합승단이 되고 널리 중생을 교화하여 불국정토의 구현을 향도할 수 있도록 가피하여 주시옵소서.
여기 모인 대중 모두는 큰스님의 가르침을 받들어 종단의 화합과 발전, 수행과 전법에 일로매진할 것을 서원하오니 대자비로 감응하여 주시옵소서.
끝으로 성철 대종사 사리탑 건립 불사가 원만하게 회향되도록 힘쓰신 문도 여러분과 해인사 대중 스님, 그리고 모연에 동참해 주신 사부대중 여러분에게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1998년 11월 8일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성철대종사사리탑건립추진위원장 송월주 분향 삼배
저작권자(©) 월간 고경. 무단전재-재배포금지
|
많이 본 뉴스
-
인간은 울기 위해 태어났습니다
천년 고도 교토에는 수많은 정원이 있습니다. 대부분은 료안지龍安寺나 다이토쿠지大德寺처럼 사찰의 방장 정원이거나, 가쓰라리큐桂離宮, 슈가쿠인리큐修學院離宮처럼 황실 정원입니다. 정원에 가더라도 거기 있…
서종택 /
-
팔순八旬에 다시 보이는 성철 큰스님 유필
아마도 우리 세대는 ‘인생칠십고래희人生七十古來稀’라고, ‘사람이 일흔 살까지 산다는 것은 예로부터 드문 일’이라는 말을 젊은 날부터 귀가 따갑게 들으며 살아왔고, 소납도 70살까지 살면 다행이다 하…
원택스님 /
-
말법시대 불명참회와 53불신앙
지난 호에서 살펴본 윈강 11굴 태화 7년(483) 명문과 석경산 뇌음동의 참회의식은 당시 수행자가 말법시대를 대비했다는 의미이다. 그렇다면 북위 효문제(재위 471∼499) 때 조성된 윈강 11굴…
고혜련 /
-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
연꽃은 불교를 선명하게 상징하는 대표적인 꽃이다. 진흙탕 안에서도 고아한 모습으로 그 자태를 은근히 드러내지만 그것을 자랑으로 삼지 아니한다. 연은 잎에서부터 뿌리며 씨앗까지 인간 삶에 어느 하나 …
김세리 /
-
불교에서 유래한 고려시대 대표과자 유밀과
찬란하게 아름다웠던 벚꽃의 향연은 막을 내리고 연둣빛이 선연히 짙어가는 5월입니다. 마치 차례로 줄을 서서 4월이 밀어 올린 기운을 받아 5월은 더욱 찬란하게 되는 느낌입니다. 장미꽃의 붉은 향기는…
박성희 /
※ 로그인 하시면 추천과 댓글에 참여하실 수 있습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