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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자와 책의 향기]
티베트어 사전, 어떤 것이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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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중우(조병활)  /  2019 년 7 월 [통권 제75호]  /     /  작성일20-06-26 14:48  /   조회5,667회  /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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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중우火中牛 | 불교학자 · 자유기고가 

 

사전辭典 · 詞典은 해당 (학문)분야의 역량이 결집된 책이다. 그 분야에 얼마나 많은 사전이 있고, 그 사전이 싣고 있는 예문이 얼마나 다양하고 풍부하며, 그 사전의 표제어 숫자가 얼마나 되는지가 그 분야의 (학문적) 역량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우리나라는 사전이 많은 나라에 속하지는 않는다. 국어사전은 어느 정도 갖추고 있으나, 외국어 철학 역사 등 개별분야에 들어가면 관련 사전이 거의 없다. 설사 있다 해도 대개는 외국 사전을 번역飜譯하거나 번안飜案한 유형에 속한다. 불학佛學(주1) 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최근에 어느 정도 늘기는 했지만 여전히 부족하다. 사전이 특히 결핍된 분야 가운데 한 곳이 티베트(어)불교 영역이다.

 

 

알다시피 불교를 학문적으로 깊이 있게 제대로 연구하려면 기본적인 자료인 대장경을 읽어야 된다. 현재 전하는 대장경 가운데 경전의 많음과 내용의 다양성이라는 견지에서 티베트대장경을 따라가는 문헌은 거의 없다. 수량이 적지 않은 한역대장경 역시 내용의 풍부함과 번역의 정확성에서 티베트대장경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 중론衆論이다. 범어梵語와 어순語順이 같은 티베트어 번역이 범어와 어순이 정반대인 고전 한문보다 경전의 원의原意를 더 잘 보존해 전달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적지않은 학자들이 티베트대장경 등 티베트문헌을 읽고 곱씹으며 불교를 학문적으로 연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80년 대 이후 많은 학자들이 티베트어를 배워 ‘불학 연구’에 적지 않은 연구 성과를 내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부족하고 미비하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2012년 출간된 장문사해藏文辭海. 

 

 

우리나라의 티베트학 연구 성과가 미흡한 원인은 여러 가지이다. 연구 성과의 미흡은 티베트 사전 편찬에도 적지 않은 악惡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티베트학 관련 사전이 거의 전무하다는 점이 이를 증명한다. 그나마 『티베트어-한글사전』(전재성 편저, 한국빠알리성전협회, 2010)이 체면을 세워주고 있다. 일본에도 티베트학 관련사전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수량이나 내용에서 중국에서 발간된 티 베트학 사전에 비할 바가 아니다. 중국에서 발간된 티베트학 사전은 수량도 많고 내용도 알차다. 정치적 목적을 위해서든 학문적 연구를 위해서든 그들은 열심히 사전을 만들었고, 만들고 있다. 중국에서 발간된 티베트학 사전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일종의 법수法數사전인 최남꾼뒤. 

 

중국에서 출간된 티베트학 관련 사전 가운데 단연 주목되는 것은 둥까르 로장친리(1927~1997)가 티베트어로 편찬한 『둥까르 티베트학 대사전大辭典』이다. 5세 때인 1932년 ‘둥까르 활불活佛’의 재래자再來者로 인정받은 그는 1935년 정식으로 제8세 ‘둥까르 활불’로 취임했다. 27세 때인 1954년 티베트 사찰에서 받을 수 있는 최고最高 학위學位인 ‘하람빠’를 획득했다. 1960년 9월 북경에 위치한 중앙민족대학 티베트어연구반에서 학생들을 가르쳤고, 1969년엔 『장한대사전藏漢大辭典』 편찬에 참여했으며, 1978년엔 다시 중앙민족대에서 티베트학을 전수傳授했고, 1985년엔 라싸에 위치한 서장대학西藏大學에서 학생들을 지도했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틈틈이 그는 1960년대부터 혼자 자료를 수집하고 노트를 정리하며, 티베트어 표제어를 선정하고 항목을 분류하는 등 사전편찬을 위해 준비했다. 1996년 사전 출간을 위한 준비를 마무리했으나 1997년 타계하는 바람에 안타깝게도 그는 사전 출판 을 보지는 못했다.

 

그가 일생의 모든 힘을 기울여 정리한 사전은 2002년 『둥까르 티베트학 대사전』이라는 제목으로 중국장학출판사中國藏學出版社(북경北京)에서 세상에 선보였고, 2009년 재판이 출간됐다. 약14,000 항목에 달하는 티베트어 단어를 수록한 이 사전은 내용의 풍부함, 근거와 출전의 명기銘記, 상세한 설명 등 여러 면에서 티베트학 사전의 모범이 되고 있다.

 


고대 상슝어를 정리한 『고대 샹슝어 사전. 

 

 

『둥까르 티베트학 대사전』에 앞서 1985년 초판(1993년 재판 발행)이 출간된 『장한대사전藏漢大辭典』(장이손張怡蓀 주편, 북경:민족출판사民族出版社) 역시 중요한 사전이다. 표제어 53,000 항목과 관련 해설 이 내포內包한 방대한 내용은 티베트학의 진수를 보여준다. 공예학工藝學, 의약학醫藥學, 언어문자학, 불교논리학, 불학佛學 등 전통 티베트학이 강조하는 ‘다섯 분야의 큰 학문[대오명大五明]’ 영역뿐 아니라 운율학韻律學, 시학詩學, 수사학修辭學, 희극학戲劇學, 성상학星象學 등 ‘다섯 분야의 작은 학문[소오명小五明]’ 연찬에 필요한 단어들까지 상세하게 티베트어와 중국어로 설명해 놓았다. 단어의 용법을 쉽게 설명하는 예문도 풍부하다. 그래서 세계 각국의 학자들이 “대단히 훌륭한 사전”으로 높이 평가한다.

 

티베트어 사전으로 역시 기억할 만한 것은 성도成都에 위치한 사천민족출판사四川民族出版社가 2012년에 펴낸 『티베트어 사해辭海』이다. 4013페이지(상 · 중 · 하 삼권)에 달하는 방대한 사전이다. 『게시최개 티베트어 사전』(1957, 북경:민족출판사), 『티베트어 통용사전通用辭典』(2017, 난주:감숙민족출판사), 『한장다공능사전漢藏多功能辭典』(2016, 성도:사천인민출판사四川人民出版社), 『신편 티베트어 사전』(2014, 2판, 서녕西寧:청해민족출판사靑海民族出版社) 등도 훌륭한 사전에 속한다. 특히 『티베트어 통용사전』은 예문과 설명 이 적절하게 조화된 멋진 사전이다.

 



 

 

위쪽부터  각종 티베트어 사전’, 설역 역대 명인 사전범어티베트어 대조 사전.

 

  

『둥까르 티베트학 대사전』에 버금가는 사전은 『최남꾼뒤』(2008, 북경:중 국장학출판사)다. ‘최’는 ‘법法’을, ‘남’은 ‘모양 혹은 모습’, ‘꾼’은 ‘전부’, ‘뒤’는 ‘모으다’는 의미다. 중국인들은 『수칭사석의대전數稱詞釋義大全』으로 번역한다. 수칭사數稱詞는 숫자와 관련된 단어들을 말한다. 삼보三寶, 사성제, 오온, 육바라밀, 칠각지, 팔정도 등과 같은 단어가 그런 류에 속한다. 이런 단어들을 모아 그 의미를 상세하게 해석한 큰 사전이다. 불교적인 용어로 말하면, 법[존재, 진리]에 관계된 모든 단어들을 숫자별로 집대성한 사전이다. 티베트어로 편찬된 이 사전은 일종의 ‘법수사전法數辭典’이다. 아라비아 숫자 일[1]부터 오[5] 사이에 불교와 관련된 모든 용어와 법수를 정리해 놓았다. 4110페이지(상·중·하 삼권)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의 사전이다. 한 사람이 이런 작업을 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다. 티베트 사람 ‘노르 · 창 · 오 · 갠’이라는 분이 집대성했다. 사전을 보노라면 존경심이 절로 일어난다.

 

불교 관련 사전으로는 『장한불학사전藏漢佛學詞典』(상 · 하 2권, 1993, 성도:사천민족출판사), 『불학사회佛學辭匯』(1994, 라싸:서장인민출판사西藏人民出版社), 『한장몽대조불교사전漢藏蒙對照佛敎詞典』(2003, 북경:민족출판사), 『한장대조불학사전漢藏對照佛學詞典』(2000, 난주:감숙민족출판사)등이 유명하다. 물론 『범장한몽대조사전梵藏漢蒙對照詞典』(2015, 북경:민족출판사), 『범어-티베트어 대조사전』(1989 초판·1996 재판, 난주:감숙민족출판사) 등도 눈여겨 볼만하다. 이 가운데 『범장한몽대사전』은 대단한 책이다. 1868페이지에 4개 언어로 대조한 단어들이 빽빽하게 정리되어 있다. 『불학사회佛學辭匯』 역시 중요한 사전이다.

 

티베트에도 우리나라 전통 한의韓醫와 같은 전통 의약학醫藥學 분야가 있다. 티베트 의약학을 중국인들은 ‘장의藏醫’라고 부른다. 심도深度와 수준이 대단히 깊고 높다. 한의사들이 티베트 전통의학을 연구하면 많은 계발을 얻을 것으로 생각된다. 티베트 의약학 분야를 체계적으로 정리한 사전도 적지 않다. 대표적인 것이 『티베트 의약학 대사전』(2006, 북경:민족출판사)이다. ‘티베트 의약학’ 관련 용어가 1054페이지에 걸쳐 망라되어 있다. 인체해부도 등 도판도 적지 않게 실려 있다. 『간명 티베트 의약학 사전』(2009, 북경:민족출판사)도 훌륭하다. 

 

토번왕 송짠깜뽀(617~629~650)가 병합한 ‘샹슝’이라는 작은 나라의 언어를 모아 해설한 『고대 샹슝 티베트어 사전』(2010년 초판, 난주蘭州:감숙민족출판사 甘肅民族出版社)도 주목할 만하다. 사라져 버린 고대 국가의 단어를 표제어로 삼아 현대 티베트어로 설명한 책이다. 고전 티베트어 연구에 필요하다.

 

티베트 인명사전 가운데 특기할 것은 『설역 역대 명인사전雪域歷代名人辭典』(1992, 난주:감숙민족출판사)이다. 설역은 티베트 지역을 가리킨다. 항상 흰 눈으로 덮여있는 지역이라는 의미다. 지난해 북경에 위치한 중앙민족대 티베트학연구원(단과대학에 해당)을 정년퇴임한 자빠 교수가 편찬한 이 사전은 1929페이지에 걸쳐 티베트 역사 무대에서 명멸했던 유명 인사들이 빠짐없이 티베트어로 소개되어 있다. 이밖에 『신편 티베트어 동사사전』(2015, 서녕:청해민족출판사), 『암도 티베트어 구어사전安多藏語口語詞典』(2006, 난주:감숙민족출판사), 『한장대조 라싸구어사전漢藏對照拉薩口語詞典』(1983 초판, 북경:민족출판사) 등 다양한 종류의 사전들이 즐비하다. 

 

(주1) 불교 안에는 크게 두 가지 흐름이 있다고 생각한다. 신앙으로서 불교를 대하는 태도와 학문적으로 불교에 접근하는 방식이 그것이다. 물론 불교를 믿으며 학문적으로 불교를 대하는 사람도 있고, 학문적으로 불교를 대하지만 신앙하지 않는 그룹도 있고, 신앙만 하는 사람들도 있다. 근본 입장에서 분류하면 두 흐름으로 나눌 수 있다는 것이다. 필자는 전자를 ‘불교佛敎’, 후자를 ‘불학佛學’으로 부르며 구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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