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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론학 강설]
섭산의 삼론학 시조 승랑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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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수  /  2019 년 11 월 [통권 제79호]  /     /  작성일20-06-28 17:04  /   조회5,814회  /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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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수 / 불교학자 · 번역저술가 

 

8. 승랑의 삼론학설


1. 연구 과정

 

승랑의 수학 사실이 1929년부터 일본학자에 의하여 의심되기 시작하고, 1976년 간행된 저서에서 보다 역설적인 사승문제가 제기되면서, 승랑의 수학과 업적은 의심되고 부정되어, 여러 학자들의 저서에서 축소되거나 왜곡되고, 심지어 전승 기록과 정반대의 주장까지 등장하며 평가절하 받았다.

 

이후 전승 문헌과 같은 내용의 기록이 1990년 일본에서 추가 문헌에 의거하여 발표되었고, 2004년 이후 국내에서 보다 자세한 내용이 발표되어, 승랑대사의 수학과 사승문제의 실상이 점차 알려지게 되었다. 그렇게 승랑의 수학과 사승문제의 논란이 일단락되면, 그 다음 다른 문제가 발생한다.

 

승랑은 중국 북지에서 구마라집의 직계 제자 팔숙八宿의 문하에서 수학하고, 이후 남지에 와서 은둔 학자 주옹을 가르치고 또 모여든 많은 사람들에게 강연하여 명성을 떨쳤으며, 그 소식을 듣고 양나라 무제가 보낸 열 명의 학승에게 삼론을 가르쳤다고 전한다. 정녕 그렇다면 승랑은 당시의 학자들과 학승들을 가르칠 만한 삼론학설을 보유하였다는 말인데, 과연 그것은 어떤 사상 어떤 삼론학설이었을까?

 

2. 최초의 연구자

 

삼론학을 취급한 많은 학자들이 승랑의 수학受學과 사제師弟 문제에 대한 의심과 반론으로 오랜 세월을 소모하였기 때문에, 그 많은 연구 저서와 논문에서 승랑의 학설을 찾으려는 연구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 때문에 삼론학설을 연구한 학자들은 여럿 있었어도, 승랑의 삼론학설에 대한 연구 성과는 나오지 않았다.

 

승랑의 삼론학설을 연구한 최초의 삼론학자는 전 동국대 김인덕(金仁德 1935-1999) 교수이다. 여러 학자들이 오랜 세월 승랑의 수학과 사제 문제에 집중하여 온갖 자료와 사량思量을 동원해 많은 주장과 반론을 쏟아낸 논란의 자리에서 비켜난 대신, 홀로 전승 기록을 믿고 거기에 의지하여 승랑의 삼론학설을 연구하여 일궈낸 귀중한 결과이다.

 

3. 개요

 

승랑의 삼론학설을 연구하여 발표한 김인덕 교수의 논문은 세 편이 남아 있다. 먼저 승랑의 학설에 관한 설명을 현존하는 여러 저술에서 발췌한 한문漢文의 관계자료를 1983년에 발표하였고(주1), 이후 승랑의 삼론학설을 개별적으로 연구하여 1992년과 1998년에 두 편의 논문을 발표하였다.(주2)

 

그 동안 발표한 논문에 의거하여 찾아낸 승랑의 학설을 열거해 보면, 『중론中論』의 연구와 분과分科 • 중가의中假義 또는 중가체용의中假體用義 • 이제시교의二諦是敎義 • 어교이제설於敎二諦說 • 삼종이제설三種二諦說과 사종이제설四種二諦說 • 중도이제체설中道二諦體說 • 삼종중도론三種中道論 • 제삼제건립第三諦建立 등이 거론된다. 이 보다 비중은 덜하지만 그 밖에도 몇 가지 학설이 더 남아 있어, 대략 15가지 안팎의 학설이 승랑의 삼론학설로 전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 시점에서 그 내용을 다시 고찰해 보면, 그대로 수용할 수 있는 것들도 있고, 수정하고 보완해야 할 것들도 있고, 아직 다 연구하지 못한 것들도 있다. 

특히 승랑의 학설이라고 전한 길장의 말을 신뢰하지 못한 일부 학자는, 길장이 다른 삼론학들의 학설을 이끌어와 승랑 때부터 전해진 것이라 선전하였다고 보는 경우도 있어, 몇몇 학설의 경우 재검토가 불가피하다.

 

그리고 이 학설들의 대부분은 동시에 길장이 자주 언급하는 주요 삼론 학설로서, 전체적인 간판 삼론학설로서 설해지고 있다. 승랑의 학설이라고 인정할 수 있는 경우에도, 승랑 일대에 국한하여 판명할 수 있는 것도 있지만, 승랑 이후 승전을 거쳐 길장에 이르기까지 4대에 이르는 동안 보충되고 확장된 흔적이 발견되는 것들도 있다.

이러한 상황을 감안하고, 여러 학설 가운데 네 가지를 선택하여 그 요지를 간략하게 살펴보기로 한다.

 

① 중도이제체설中道二諦體說

『이제의二諦義』에서 말하기를, “섭령攝嶺과 흥황興皇은 모두 중도中道를 이제二諦의 체體로 삼았다."(주3) 

이 학설의 요지를 발표된 논문의 설명을 참조하여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이제二諦는 진제眞諦와 속제俗諦를 말하는데, 진제眞諦는 부처님과 성자들이 깨달은 진실한 진리를 의미하고, 속제俗諦는 세속의 세상에서 통용되는 일반적 도리 일반적 상식을 말한다.

대승불교의 『반야경』과 『중론』 등에서 이 용어를 구사하였으며, 이후 불교의 핵심 사항의 하나가 되었다. 중국에서는 남북조시대南北朝時代부터 이제二諦를 둘러싸고 대략 14가家의 해석이 있었다고 하는데, 길장이 전하는 것은 3가家에서 5가家, 곧 3가지에서 5가지 정도이다.

 

요동 출신의 승랑대사는 북지에서 구마라집이 전한 삼론학의 교의를 학습하고 남지로 와서 은둔하고 있던 현학자 주옹周顒을 가르쳤으며, 주옹은 만년에 『삼종론三宗論』을 저술하여 이제二諦는 중도中道를 본체體로 삼는다는 것을 해명하였다. 그 뒤 양나라의 무제가 승랑의 명성을 듣고 승정僧正을 포함한 열 명을 승랑이 머물던 섭산에 보내어 배우게 하였다. 그 때 성실학파成實學派의 학자 개선사開善寺 지장智藏은 승랑이 머물던 산에 가지는 않았지만, 그 가르침을 전해 듣고 중도를 이제의 체로 삼았다고 한다. 그러나 몸소 승랑에게 배우지 않아, 진제眞諦를 체로 삼는 셈이 되어 도리에 어긋나게 되었다고 한다. 이제二諦를 이理로 삼은 성실학파와는 달리 삼론학는 이제二諦를 교敎로 간주하고, 또 제삼제第三諦의 뜻이 있음을 알지 못하였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② 이제시교의二諦是敎義

섭령攝嶺과 흥황興皇 이후 함께 이제二諦는 교敎라는 것을 해명하였다.”(주4)

길장은 『대승현론』에서 말하기를, 如來는 항상 이제二諦에 의하여 설법하여, 이제二諦는 오직 교문敎門이고 경리境理에 관계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이제二諦가 교설(敎)이라는 것을 해명하는 까닭에 두 가지가 있으니, 하나는 다른 학파의 학설을 대처하기 위함이다. 다른 학파에서 말하는 이제二諦는 경계법보境界法寶이니, 이것에 미혹하면 육도六道가 분연하고, 깨달으면 삼승三乘과 십지十地가 있다고 한다. 미혹과 깨달음의 경계인 그 이제二諦를 대처하기 위하여 이제二諦가 교설임을 밝히는 것이다. 다른 학설이란 당시에 성행한 성실학파의 이제二諦로, 개선開善이 말한 ‘일진의 불이적 극리〔一眞不二之極理〕’, 광택光宅이 설한 ‘영지의 연부〔靈智之淵府〕’ 등의 학설을 말하며, 그 설명이 똑같지는 않아도 모두 경계의 이치[경리境理]를 이제二諦로 삼는다고 하였다.

 

또 하나는 경론經論을 해석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경론에서 설하는 이제二諦는 본래 중생을 위한 교설이라는 것을 밝히기 위함이라는 뜻이다. “제불諸佛은 이제二諦에 의하여 중생을 위하여 설법한다”라는 『중론』의 게송을 비롯하여, 『대품반야경』 『열반경』 등의 이제설二諦說을 인용하며, 이들 경론에서 설하는 이제二諦는 모두 중생을 교화하기 위한 교敎이므로, 삼론학파는 이제二諦가 교敎라는 것을 밝힌다고 하였다.

 

③ 제삼제건립第三諦建立

앞에서 요약 설명한 ‘① 중도이제체설中道二諦體說’ 말미에서, 개선사開善寺 지장智藏은 승랑의 학설을 전해 듣고 중도를 이제二諦의 체로 삼았지만, 진제眞諦를 체로 삼는 셈이 되어 도리에 어긋나게 되었는데, 그것은 삼론학에 제삼제第三諦의 뜻이 있음을 알지 못하였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이에 관하여 계속되는 길장의 설명은 다음과 같다, 그(開善寺 智藏)에게는 제삼제第三諦가 없어, 이제二諦를 천연天然의 도리로 삼았다. 삼론학에서는 유일한 실제實諦를 방편으로 둘을 설하는데, 마치 일승一乘을 방편으로 삼승三乘을 설하는 것과 같다고 하였다.(주5)

 

이것은 제삼제第三諦를 바탕으로 삼아 진제와 속제의 둘을 방편적으로 설명하였다는 것이다. 곧 승랑은 진속眞俗의 이제二諦를 합치면서도 새로운 제3의 진리를, 곧 둘이면서 둘이 아닌 제3의 진리인 불이不二의 중도적인 제삼제第三諦를 설정하였다는 것이다. 이에 근거하여 다시 이제합명중도二諦合明中道를 전개하게 된다.

 

④ 삼종중도론三種中道論

삼종중도三種中道는 진제眞諦와 세제世諦(俗諦)의 이제二諦와 제삼제第三諦에 기초하여 변증 성립된 세 가지 중도, 곧 세제중도世諦中道 진제중도眞諦中道 이제합명중도二諦合明中道의 세 가지 중도로써 설명하는 학설이다.

 

삼종중도론은 내용이 복잡하고 장황하여 접근하기 어려운 바가 없지 않다. 그럼에도 여러 삼론학설 가운데 가장 정점에 위치하는 이론理論이라 볼 수 있다. 반야공般若空의 귀취歸趣를 이치적으로 설명한 빼어난 학설이며, 공설空說의 원조元祖 중관학파에서도 찾아 볼 수 없는 공유空有논의의 종착지이기도 하다.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이 역시 승랑에게서 발원한 것으로 보이는데, 일단 제한되어 있는 듯하다. 삼종방언三種方言이라 하여 삼종중도를 설명하는 방식에 세 가지가 있다고 하였는데, 논문의 발표자인 저자는 제1방언第一方言만 연구하고 그 이후는 계속하지 못하고 타계하였다. 다른 나라 연구자 중에는 승랑과 연관 짓지 않았지만, 최소 제1방언이라도 승랑에게서 설해졌을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4. 지향하는 메시지

 

이렇게 전해지는 승랑의 학설을 연구 성취하는 과제와 더불어 승랑의 학설이 지향하는 메시지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삼론의 학설은 그 설명이 유연하지 못하여 건조하고 딱딱한 감이 있고, 여기저기 산발적으로 설명되어 있어 일목요연하게 찾아보기 불편한 점도 있으며, 승랑 이후 길장까지 4대의 학설이 복합적 다중적으로 응축되어 간파하기 곤란한 점도 있다. 이런 성향이 있어, 당나라 초기 풍성한 이론과 매력적인 설명으로 무장한 법상종法相宗과 화엄종華嚴宗의 등장에 밀려, 종전에 누리던 불교학설의 주종 자리를 잃게 된 하나의 원인이 되었을 것이다.

 

현장과 원측으로 대변되는 법상종 등의 등장으로 인하여 삼론종이 쇠퇴하였다는 학자들의 견해에 필자는 전부 동의하지는 않는다. 공설空說 일변도로 강설하던 인도의 중관파는 유식학파가 흥기하고도 오히려 유식학파보다 더 오래 존속하였다.

 

삼론학은 기본적으로 인도에서 성립된 여러 『반야경』과 중관학 논서들의 사상을 관통하는 내용을 연구하고 축적한 중국 한국 일본의 학설들이다. 삼론의 학설을 경유하지 않고서 『반야경』의 색즉시공色卽是空을, 『중관론』의 일체법공一切法空을 때로 이치적 논리적으로 깊이 있게 음미할 수 있는가? 삼론학은 겨기에 대하여 답변을 제시해 놓았으나, 잘 파악되지 않고, 잘 보이지 않을 것이다. 그 학설의 대성은 길장에서 설명되고 있지만, 그 정점에 자리하고 있는 학설의 원형 대부분은 직접 간접 승랑과 연계되어 있다.

 

추가할 것이 하나 더 있다. 승랑은 본래 삼론학 외에 화엄에도 능통하였다는 사실인데, 이 점은 예전에 발표된 논문 같은 데서 간단히 언급되었다. 그러나 그 외에 『삼론조사전집』에 수록된 『사론현의』에도 그러한 내용이 기록되어 있다. 승랑의 『화엄경』 이해와 삼론학설의 상관관계는 미답의 분야로 남아 있다.

 

주)

(주1) 金仁德, 「승랑대사 사상 학설의 關係資料」, (『한국불교학』 제8輯, 한국불교학회 1983, pp.141-185)

(주2) 金仁德, 「高句麗 三論思想의 전개」, (가산 이지관스님 화갑기념논총 『한국불교문화사상사』, 논총간행위원회 1992, pp.166-191). 「승랑 相承 三論學의 三種中道論(Ⅰ)」, (『한국불교학』 제24輯, 한국불교학회 1998, pp.11-35)

(주3) 吉藏撰, 『二諦義』, T45, p.108a.(T는 『대정신수대장경』, 45는 권수, a는 상단, 이하 동일)

(주4) 吉藏撰, 『二諦義』, T45-p.86b.

(주5) 吉藏撰, 『大乘玄論』 제1권, T45, p.19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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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수

동국대 불교학과 졸업. 동대학원 불교학과에서 「용수龍樹의 화엄사상華嚴思想 연구」로 박사 학위 취득. 동국대 불교학과 강사 역임. 동국대에서 『한국불교전서』 제13권과 제14권(『유가사지론기』) 공동 교정 편찬. 고려대장경연구소 책임연구원으로 돈황불교문헌 공동 연구. 번역서로 『삼론현의三論玄義』와 고려대장경의 한글 번역본 몇 가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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