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및 특별서평]
여행에서 길어 올린 선비 정신
페이지 정보
고경 필자 / 2020 년 8 월 [통권 제88호] / / 작성일20-08-28 11:31 / 조회10,532회 / 댓글0건본문
이상길(전 대구광역시 행정부시장)
한계에 봉착한 듯 한 물질적인 풍요와 혐오에 가까운 극심한 세대갈등 혹은 무관심, 공정과 불평등의 해소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그럴수록 우리는 과거의 경험을 거울삼아, 그 해결 방법을 모색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미래는 아직 개척되지 않았습니다. 과거의 좋은 경험들을 소환하여 원동력으로 삼아, 기계적인 해결이 아닌 인간 본질을 추구하려는 궁극적인 갈망을 작동시켜야합니다. 과거 없는 미래는 있을 수 없습니다. 과거에서 꾸준하게 성찰과 반성을 얻어야만 미래도 창조적으로 열린다고 생각합니다. 그야말로 ‘오래된 미래’의 탐구입니다.

문화탐험가를 자처하는 제가 오랫동안 탐구한 책 『선비, 그 위대한 뿌리』(선善출판사, 사진)는 그 결과물입니다. 이 책『선비, 그 위대한 뿌리』에는 고향인 고령과 성주, 대구광역시의 문화재들과 경주와 영천, 달성, 안동까지 비교적 지근거리에 있는 명소들을 집중적으로 다뤄봤습니다. 점필재 김종직 선생의 유훈이 살아 넘치는 고령의 개실마을, 포은 정몽주 선생의 기개가 서린 영천의 임고서원, 퇴계 이황 선생의 학문적 근거를 살필 수 있는 도산서원과 청량산 기행 등에서 길어 올린 선비정신을 한 권의 책으로 묶었습니다. 한훤당 김굉필 선생이 배향된 도동서원과 회재 이언적 선생의 독락당과 옥산서원, 달성의 남평 문씨 본리 세거지와 삼가헌三可軒, 대구 둔산동 경주慶州 최씨崔氏 종택宗宅 탐방에서는 우리 것을 보존하는 어려움, 보존의 당위성, 그 보존으로 인한 삶의 품격과 정신적 여유를 생생하게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대가야의 유적이 남아 있는 박물관에서 본 ‘말머리가리개’는 역사적 상상력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를 세심하게 느꼈습니다. 대구미술관에서 전시한 근·현대 화가들의 그림에 대한 저의 감상 또한 함께 이 책에 담아 보았습니다. 천재화가 이인성, 호쾌한 필치의 이쾌대, 인간의 화엄을 그린 박생광, 그림에 대한 안목은 전문적인 평론가에 미치지는 못하더라도 나름의 해석을 해 보았습니다. 대구의 가장 대표적인 인문화의 대가 석재 서병오 삶을 조명하면서 인간을 향한 끊임없는 탐구 자세를, 묵향 가득한 옛글을 읽음과 동시에 그의 학술적 소양을 읽어낼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은 단순한 기행문, 답사기가 아닙니다. 생각하는 여행, 살아 움직이는 답사, 기억의 반추와 삶을 전망하는 여행과 답사의 전형을 잘 제시해 보려고 노력했습니다. 보이는 것만 본 것이 아니라, 사물을 꿰뚫어 보는 지혜로운 눈으로, 숨어 있던 역사와 전설도 짚어내려고 노력했습니다. 여유를 가지고 일독해 주셨으면 합니다.
저작권자(©) 월간 고경. 무단전재-재배포금지
|
많이 본 뉴스
-
히말라야를 넘나들었던 신라의 순례승들
2001년 케룽현에서 4km 떨어진 거리에 있는 종까마을에서 국보급 가치가 있는 고대석각古代石刻이 발견되어 중국 고고학계를 흥분시켰던 일이 있었다. 바로 〈대당천축사출명〉이란 비문(주1)이다. 이 …
김규현 /
-
대화엄사의 약사여래 마하연
화엄華嚴은 ‘꽃 화華’와 ‘엄숙할 엄嚴’이 만나 이루어진 말로, 온 세상이 한 송이 거대한 꽃처럼 피어나는 진리의 장엄함을 뜻합니다. 직역하면 이러하지만 화엄이라는 말 속에는 존재의 우주적 깊이와 …
박성희 /
-
세월을 헛되이 보내지 말라[光陰莫虛度]
중국선 이야기 56_ 법안종 ❸ 법안종을 세운 문익은 청원계를 계승한 나한계침羅漢桂琛의 “만약 불법을 논한다면, 일체가 드러나 있는 것[一切現成]이다.”라는 말로부터…
김진무 /
-
신라 말의 정치적 혼란과 선법의 전래
태안사 ❶ 태안사泰安寺는 전라남도 곡성군谷城郡에 있다. 죽곡면에서 태안로를 따라 남쪽으로 내려가 태안사 계곡으로 접어들어가면 동리산桐裏山 깊은 곳에 자리를 잡고 있는…
정종섭 /
-
명종대 선교양종의 복립을 둘러싼 갈등
태종대부터 중앙 정치 무대에서 불교의 권한은 지속적으로 축소되었다. 세종대까지 국가 공인의 종파는 7종에서 2종(선종과 교종의 양종)으로 축소되었고, 국가 관리의 사원 역시 242사寺로 제한되었다가…
이종수 /
※ 로그인 하시면 추천과 댓글에 참여하실 수 있습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