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과 손가락 사이]
그늘의 법석法席
페이지 정보
최재목 / 2020 년 11 월 [통권 제91호] / / 작성일20-11-25 10:28 / 조회6,521회 / 댓글0건본문
따스한 남쪽은 잊어라
깜깜한 방구석에만 쳐 박혀 있지마라
마음속의 칼은 시퍼렇게 갈아 푸른 바다에 던져버려라
붓다가 아난에게 묻는다
새벽은,
마음이 가장 어두운 자에게 먼저 온다고 생각하는가?
- 아닙니다 붓다여!
늦가을 산정에서 홀로 피는 꽃이
가장 아름답게 죽을 거라고 생각하는가?
- 아닙니다 붓다여!
제가 먼저 열반에 들면
더 이상 지상엔 아무도 없습니다
붓다께서는 山上山下唯我獨尊,
홀로 법석을 열어야 합니다
그러면 붓다께서는 무슨 말씀을 하시겠습니까?
조용히 뱃살이 늘어가듯
툭 삐져나온 영취산 밑으로 그늘이 쌓일 무렵,
뼈만 앙상한 붓다가 홀로 맨발로 걸어 내려온다
아난이 가고,
마지막으로 붓다가 떠나갔다
그늘이 홀로 어둠을 위해 법석을 연다
저작권자(©) 월간 고경. 무단전재-재배포금지
|
많이 본 뉴스
-
말법시대 불명참회와 53불신앙
지난 호에서 살펴본 윈강 11굴 태화 7년(483) 명문과 석경산 뇌음동의 참회의식은 당시 수행자가 말법시대를 대비했다는 의미이다. 그렇다면 북위 효문제(재위 471∼499) 때 조성된 윈강 11굴…
고혜련 /
-
불교에서 유래한 고려시대 대표과자 유밀과
찬란하게 아름다웠던 벚꽃의 향연은 막을 내리고 연둣빛이 선연히 짙어가는 5월입니다. 마치 차례로 줄을 서서 4월이 밀어 올린 기운을 받아 5월은 더욱 찬란하게 되는 느낌입니다. 장미꽃의 붉은 향기는…
박성희 /
-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
연꽃은 불교를 선명하게 상징하는 대표적인 꽃이다. 진흙탕 안에서도 고아한 모습으로 그 자태를 은근히 드러내지만 그것을 자랑으로 삼지 아니한다. 연은 잎에서부터 뿌리며 씨앗까지 인간 삶에 어느 하나 …
김세리 /
-
대사를 밝히지 못함이 가장 커다란 괴로움
중국선 이야기 40 | 조동종의 선사상 ⑥ 동산양개洞山良价의 법을 계승하여 조산본적曹山本寂은 조동종의 종지宗旨, 종풍宗風을 더욱 활발하게 펼쳤다. 그의 사상은 후대에 편집된 어록…
김진무 /
-
인간은 울기 위해 태어났습니다
천년 고도 교토에는 수많은 정원이 있습니다. 대부분은 료안지龍安寺나 다이토쿠지大德寺처럼 사찰의 방장 정원이거나, 가쓰라리큐桂離宮, 슈가쿠인리큐修學院離宮처럼 황실 정원입니다. 정원에 가더라도 거기 있…
서종택 /
※ 로그인 하시면 추천과 댓글에 참여하실 수 있습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