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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불교학의 성립과 전개]
일생의 노작 『조선불교사』를 쓴 일본 학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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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태  /  2022 년 5 월 [통권 제109호]  /     /  작성일22-05-04 09:45  /   조회2,492회  /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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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한국의 불교학자들 17 | 가와무라 도키

 

가와무라 도키河村道器(1899~1988)는 일본 조동종의 승려로서 일제강점기 때 한국에 포교사로 와서 활동했다. 그는 이후 한국불교의 역사에 큰 관심을 가지고 평생 연구에 전념했는데, 그 결과물로 나온 것이 유고집인 『조선불교사-자료편』 1·2이다. 그는 연구 논문과 시간 순으로 된 한국 불교사 원고도 남겼다고 하는데 함께 출간되지 않아서 그 내용은 알 수 없다.

 

가와무라 도키의 생애와 활동

 

가와무라 도키는 일본 혼슈의 서쪽 끝에 있는 야마구치현 출신으로 조동종 종립대학인 도쿄의 고마자와 대학을 나왔다. 그는 학부 시절 글쓰기와 논변에 뛰어나 토론 동아리인 변론부의 대표를 맡았고 대학의 학생대회나 가두연설에서 뛰어난 실력을 보였다고 한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오사카 에서 열린 일본 전국 대학 및 전문학교 변론대회에 고마자와 대학의 대표로 나가서 우승을 차지했기도 했다. 

 

사진 1. 1877년 미시마 츄슈三島中洲가 설립한 니쇼학사二松学舎가 모태가 된 니쇼학사대학二松学舎大学. 

 

형편이 넉넉지 않았지만 조동종의 종단 연구생으로 선발되면서 학업에 매진할 수 있었고, 졸업 후에는 유명한 니쇼二松학사에서 한학을 깊이 공부했다. 니쇼학사는 미시마 츄슈三島中洲가 1877년에 설립한 한학 전문학교였는데, 미시마는 메이지시대 3대 학장으로 일컬어지는 한학자이자 법학자로서 도쿄제대 교수도 지냈다. 

 

가와무라는 이후 포교사로 한국에 와서 각지의 사찰과 포교소에서 활동했다. 1928년 10월 이후 함경남도 함흥과 흥남에 기반을 두고 포교를 했고, 경성불교전수학교의 강사를 지내기도 했으며, 1935년 8월부터는 대전 포교소의 주지로 있었다. 그는 끝으로 부산에 정착했다가 1945년 8월 해방 후에 일본으로 돌아갔다. 주석할 사찰을 찾으려 했지만 해외에서 막 귀국한 승려들이 많았던 탓에 쉽게 구하지 못했다. 그러다 친구 승려의 소개로 후쿠오카 인근의 작은 사찰인 다이지지大慈寺의 주지를 맡게 되었다. 이후 그는 포교사로서의 실적을 인정받아 여러 곳에서 초빙을 받기도 했지만 다이지지에 머물며 오로지 한국불교 연구에 전념하다가 1988년 11월 1일 88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조선불교사 - 자료편』의 간행

 

『朝鮮佛教史: 河村道器和尚遺稿 資料編』(大阪 楞伽林) 1-2권은 그의 사후인 1995년 3월에 유고집으로 출간되었다. 1권(1~11편)과 2권(12~23편)을 합쳐 총 23편 1,700쪽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의 이 자료집을 펴낸 이는 우메다 신류梅田信隆(1906~2000)였다. 그는 가와무라보다 7세 연하이지만 고마자와 대학의 동문 친구로서 책을 직접 감수하고 서문을 지었다. 

 

사진 2. 가와무라 도키의 유고를 바탕으로 출간된 『조선불교사』 1·2. 

 

우메다는 규슈 후쿠오카현에 있는 젠카쿠지禪覚寺와 도린지東林寺를 연고지로 했고 조동종 관장, 대본산 소지지総持寺의 주지를 역임한 인물이다. 도린지는 하카타역 앞에 있는 절로 일찍이 가와무라가 규슈를 여행할 때 하루 묵으면서 당시 어린 나이였던 우메다와 우연한 만남의 기회를 가졌던 절이었다. 한국에서 돌아온 가와무라를 도린지의 말사였던 다이지지에 살게 하는 등 깊은 우애를 과시했던 우메다는 가족으로부터 유고 원고를 받은 뒤 몇몇 사람에게 상의하고 의뢰하여 출판에 앞장섰다. 그는 책의 서문에서 가와무라 인생의 후반기에 대해 “자기 자신과 학문이 별개가 아니라 일상이 곧 학문이었고 학문이 바로 생활이었다.”고 평가했다.

 

린난지臨南寺 동양문화연구소 소장 와타나베 고키渡邊剛毅가 쓴 책의 발간사에서는 가와무라가 한국에서 귀국한 뒤 한국불교 연구를 평생의 사업으로 여긴 점을 높이 샀다. 와타나베는 이 책이 수많은 자료를 모아놓은 원고지 7만 3천 매에 달하는 노작임을 강조하며, 편년체 원고와 논문도 다수 보이는데 그의 연구 성과를 출간하는 일은 불교와 역사, 특히 한국불교 연구에 중요한 자료와 정보를 제공하는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사진 3. 『조선불교사』 내지.  

 

그런데 범례에서는 저자의 연구 성과인 연구편, 편년편, 자료편의 유고 중에서 우선 자료편을 편집하여 간행한다고 적고 있다. 이처럼 각 시대의 주요 기록을 망라한 한국불교 관련 자료편이 2권의 책으로 나왔지만, 연구를 비롯해 시기별 한국 불교사 서술 내용은 아쉽게도 지금까지 출간되지 않은 상황이다. 

 

『조선불교사 - 자료편』의 내용 개관

 

『조선불교사- 자료편』 1·2에는 주요 사서 및 승전, 지리지와 금석문 등을 근거 자료로 활용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삼국사기』, 『삼국유사』, 『고려사』, 『해동고승전』, 『신증동국여지승람』, 『해동금석원』, 『조선금석총람』을 들 수 있다. 그리고 『조선도서해제』와 이능화의 『조선불교통사』 등도 이용하고 있다. 중국의 각종 고승전과 선종 서책은 물론 일본 측 사료로는 『일본서기』와 『속일본기』, 고승전인 『원형석서』와 『본조고승전』, 그리고 『대정신수대장경』, 『대일본불교전집』 등을 전거로 하고 있다. 

 

1권의 제1편에는 129개의 항목이 수록되었는데, 제일 처음에 ‘단군왕검 아사달 환인 제석 환웅천왕’이 나오고 이어 ‘신라 시조 혁거세왕’, 그리고 신라 불국토 인연설과 관련하여 과거 7불의 주석처라고 하는 담엄사, 황룡사 등의 기록이 소개되고 있다. 신라는 눌지 마립간 때 아도의 활동, 법흥왕 때의 흥륜사 공사와 이차돈, 불교의 공인, 진흥왕과 화랑, 고구려 승 혜량의 승통 임명, 백고좌회와 팔관회 개설, 자장과 황룡사탑, 원광과 세속오계, 혜숙·안함·혜공·대안, 원효와 의상, 신라 3보 및 통도사 계단 등이 주요 내용으로 언급되고 있다. 

 

사진 4. 『조선불교사』 본문. 

 

고구려의 경우는 불교를 전래한 아도와 순도, 최초의 사찰인 성문사와 이불란사, 고국양왕의 숭불 교지와 평양에 사찰 9개를 세운 기록, 동진의 담시가 요동에 와서 교화한 사실, 의연이 중국에 가서 불교사를 배워온 일, 담징의 일본 도일度日 등을 주요 사건으로 다루었다. 백제는 불교를 전래한 마라난타, 한산에 절을 세우고 승려를 출가시켰다는 기록, 아신왕의 숭불 하교, 겸익의 귀국과 율장 번역, 대통사 창건, 불상의 조성, 일본에 불교를 전한 성왕, 법왕의 왕흥사 창건과 살생 금지, 일본의 승정이 된 관륵 등이 주요한 주제이다. 또 수로왕과 허황후, 금관(가야) 호계사 등 가야의 불교에도 관심을 가졌다.

 

제2편은 100항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솔거의 황룡사 벽화, 분황사 관음상과 단속사 달마상 조성, 김대성의 불국사와 석불사 조영, 염불신자 노비 욱면과 노힐부득·달달박박, 사천왕사·봉성사·감은사·봉덕사·봉은사·영묘사 등의 성전 사원, 월명사의 도솔가, 원측과 대현, 진표 등 고승들의 업적, 용장사와 금산사를 비롯한 사찰 관련 기록, 일본에 건너가 활동한 한반도 계통 승려들의 면면이 하나하나 묘사되고 있다. 제3편은 35항이며 해인사에서 시작하여 동화사, 쌍계사, 봉암사, 굴산사 등의 사찰 창건 기록을 실었고, 의상 계통의 화엄학승, 입당승 원홍의 불교 전적 및 불사리 전래, 범일·홍척·혜철 등 선종 9산 선문의 개조들, 일본 천태종의 엔닌과 엔친이 바다를 건널 때 도움을 얻었다는 신라 명신의 이야기 등 다양한 인물과 사건들을 소개했다.

 

제4편은 37항인데 앞에서 나온 황룡사, 사천왕사, 의상, 원효 등 신라의 유서 깊은 사찰과 주요 인물 관련 사료들을 추가로 수록하고 있다. 낙산사와 조신 설화도 나오며 후삼국 시대를 배경으로 후백제의 견훤 등과 관련된 사찰도 기재되어 있다. 제5편은 129항으로 주로 고려시대를 다루었는데, 북한산 신혈사와 현종, 이자현과 이자연의 거사불교, 팔관회와 풍수설, 그리고 광명사와 숭교사, 흥왕사와 귀법사, 지공과 나옹혜근 등을 다룬 항목이 눈에 띈다. 또 석왕사, 흥천사, 원각사 등 조선 초기의 자료도 일부 들어가 있다. 

 

제6편은 144항이며 진각혜심과 태고보우 등 고려 후기 선승의 이름이 보인다. 또한 갑사, 관촉사, 백련사, 범어사, 보현사, 안심사, 영명사, 인각사 등 다수의 사찰 사료를 실어 놓았다. 신라의 의상과 부석사, 조각승 양지가 관여한 천주사와 석장사, 조선 초기 설잠 김시습과 인연이 깊은 용장사도 주목되며, 신라의 김대문과 설총, 고려의 신돈 등 역사 속의 인물들도 언급하고 있다. 제7편은 130항으로 사찰 관련 기록이 주류를 이루며 가야 수로왕, 신라 김유신, 원효와 의상, 도선, 고려의 의천과 요세 등과 불교 및 특정 사찰의 인연도 담고 있다.

 

제8편은 114항이며 표훈사, 정양사, 장안사, 유점사 등 금강산 사찰을 비롯하여 신라에서 조선에 이르기까지 이름난 사찰과 연고가 있는 인물들을 소개하고 있다. 제9편은 157항으로 궁예의 미륵 관심법, 고려 태조의 훈요 10조 및 팔관회와 연등회, 봉은사와 태조 원당, 혜거와 탄문, 흥왕사와 영통사, 소재도량과 문두루도량 등 고려시대의 사적과 사찰, 인물을 주로 수록하고 있다. 제10편은 167항, 제11편은 164항으로 금광명경도량과 인왕도량, 의천의 입송, 국왕의 보살계 수지 등 역시 고려불교의 다양한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한편 『조선불교사- 자료편』 제2권은 11~23편으로 제11편에서 제22편까지 주로 고려 후기의 다양한 사료를 초록하여 정리해 두었다. 마지막 제23편은 삼국과 통일신라의 아도, 자장, 원효, 의상 등에서 시작하여 고려의 고승을 실은 후, 조선시대는 임제태고법통의 계보, 청허계와 부휴계의 법맥을 망라해 놓았는데, 19세기 말에 정리된 『동사열전』에 의거하고 있다.

 

이처럼 이 책은 삼국에서 조선까지 한국불교의 인물과 사건, 사찰과 문화 등을 집성한 자료집이다. 다만 조선시대는 『동사열전』의 승전이 기재된 것을 제외하면 신라나 고려에 비해 거의 다루어지지 않은 셈인데, 이는 『조선왕조실록』이나 승려 문집 등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결과로 보인다. 무엇보다 이 자료편 외에 가와무라가 남긴 연구나 한국 불교사 기술이 함께 출간되지 않아서인지 그의 존재는 학계에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향후 그의 연구 업적이 모두 공개되어 정당한 평가를 받게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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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태
서울대 국사학과 문학박사 학위 취득(2008). 저서로 『韓國佛敎史』(2017, 東京:春秋社), 『토픽 한국사12』(2016, 여문책), 『조선후기 불교사 연구-임제 법통과 교학전통』(2010, 신구문화사) 등이 있고,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다. 현재 동국대 불교학술원 HK교수 및 한문불전 번역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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