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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와 빛의 말씀] 물욕이 만고萬苦의 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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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스님  /  2022 년 5 월 [통권 제109호]  /     /  작성일22-05-04 11:39  /   조회502회  /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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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인사 큰절에서 퇴옹당退翁堂 성철 종정스님이 주석하고 있는 백련암까지 오르는 아침녘의 산길은 연둣빛 숲, 무공해의 공기 속에 산새소리까지 어우러져 삽상颯爽하기 이를 데 없었다. 더구나 불기 2527년 부처님 오신 날을 이틀 앞두고, 불교계의 최고 정신적 지주인 성철 종정스님으로부터 청량법어淸凉法語를 듣게 될 기대로 1km 남짓한 산길을 단숨에 올랐다. 

 

회견을 오래할 경우 종정스님이 피곤을 느껴 사진을 찍을 수 없기 때문에 먼저 사진부터 찍는 게 좋겠다는 상좌스님의 권유에 따라, 곳곳을 기운 두루마기를 걸친 채 밖에 나온 종정스님은 20여 분 간 암자 이곳저곳에서 포즈를 취해 주었다. 지난해 가을 실족해 오른쪽 팔꿈치를 다쳐 겨우내 고생했지만 이제는 완쾌됐고, 약간의 신경통 증세가 있으나 건강한 편이라고 근황을 밝혔다. 

 

시시각각으로 오시는 부처님

 

● 20일이 부처님 오신 날인데 스님은 어떤 마음가짐으로 이날을 맞습니까. 해마다 불탄일을 맞기 때문에 어떤 느낌을 갖고 계실 텐데요.

 

“내가 볼 때는 부처님 오신 날을 특별히 정해 놓은 게 우스워요. 나날이 4월 초파일이기 때문이지요. 시시각각이 부처님이 오신 순간이고 온 천지에 부처님이 꽉 차 있는데 어떤 날을 정해 부처님 오신 날이라고 한다는 게 우습다는 겁니다. 특별히 4월 초파일이라고 정한 것은 모든 사람을 위한 일종의 방편일 뿐입니다. 하루하루가 4월 초파일임을 모르는 사람을 위해서 편의상 만든 것뿐이라고 생각하면 되지요.”

 


사진1. 성철스님

 

● 그러니까 이번 부처님 오신 날 법어에서 스님이 ‘중도中道’를 강조하신 것도 4월 초파일이 일상적인 것처럼 중도도 일상적인 것이고 또 그래야 하니까 법어의 주제로 채택한 것이군요. 사실 중도를 모르기 때문에 너무나 어처구니없는 사건이 80년대 들어 많이 일어났고, 최근만 하더라도 대도大盜 사건이라든지 아내에 의한 남편 독살, 중공 민간항공기의 피랍 불시착 등 전 국민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사건이 많았습니다. 요즘 신문 좀 보셨는지요.

 

“신문도 안 보고 텔레비전도 안 봅니다. 그래서 잘 몰라요.”

 

● 지난달에 세간에서 화제가 된 사건으로 대도사건이라는 게 있었습니다. 한 집에서 5억여 원 어치를 도둑맞는 등, 피해자들 대부분이 고관, 부호였지요.

서민들은 백 원을 잃어버려도 과장해서 천 원을 잃어버렸다고 하는데 이들은 피해액을 줄여서 말을 하는 기묘한 현상이 일어난 겁니다. 특히 일부 서민층은 도둑을 ‘대도’라 부르며 범죄와는 다른 차원에서 보려고 해 문제가되었습니다.

 

“나는 도둑놈에 대한 생각이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보통은 돈이나 물건을 뺏거나 훔치는 것을 도둑이라고 붙잡아다 가둡니다. 그러나 예를 들어 남의 나라를 뺏으면 큰 도둑놈이라 할 수 있는데도 이런 사람을 보고는 영웅이라고 하거든요. 알고 보면 영웅이 더 큰 도둑인 것이지요.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는 좀도둑은 도둑이라 하고 큰 도둑은 영웅이라고 하니, 이런것부터 바로 봐야 하지 않겠느냐 이런 생각입니다. 

그런데 사실 진짜 큰 도둑은 스스로 성인聖人인 체하는 자들입니다. 자칭 성인들의 말을 들어보면 자신들이 천하를 다 아는 것처럼 지껄이는데, 사실 알고 보면 자신도 모르면서 남을 속이는 거지요. 사이비 교주, 깨치지 못했으면서 도인인 체하는 수도자들, 앞으로 도둑놈을 심판하려면 이런 자들부터 심판해야 됩니다.”

 

● 그러니까 돈 몇 푼 훔치는 도둑보다 인간의 마음을 좀먹게 하는 큰 도둑놈이 문제라는 말씀이군요.

 

“돈 몇 푼 훔치는 것은 어린애 같은 것이라. 성인이나 철인이라고 하면서 뭣 좀 아는 체하고 남을 속이는 게 진짜 도둑이고, 그리고 고관이라면 우리 사회에선 좋은 집에 좋은 옷 입는 상류 사회인처럼 인식되어 있는데 사실은 그 반대여야 되지요. 이조판서에다 대제학까지 지냈던 율곡 같은 이는 죽은 후 염할 옷이 없었고, 부인이 살 집이 없어 제자들이 마련해야 할 정도로 사리사욕이 없었다는 겁니다. 그런데 요즘 정치인이나 고관들을 보면 국민의 기대에 못 미치는 것 같아요.”

 

종교는 물욕 없애는 것을 지도해야

 

● 또 4월에 일어난 사건 중에는 아내가 남편의 동의를 얻었다 해서 독살을 시키고, 게다가 그 범죄에 어린아이들까지 끌어들이는 가정, 인륜파탄의 사건까지 있었습니다. 이렇게 각박한 세상을 바로잡을 수 있는 건 정치도 경제도 아닌 종교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때에 불교는 어떻게 그런 사람들을 지도해야 좋을지요?

 

“그 여자도 종교는 가졌다고 하지만 철저히 종교를 믿지 않았던 게 문제지요. 종교는 겉으로만 믿었고 속으로는 물욕만 가득 차 있기 때문에 그런 불상사가 생기는 것입니다. 종교는 물욕을 없애는 방법을 사람들에게 지도해야 합니다.” 

 

사진 2. 날마다 신록이 짙어가는 백련암의 5월 풍경. 

 

● 그런 물욕과 관련해서 한 가지 더 질문을 드린다면, 한국인의 성격이 무척 조급해지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출세도 빨리, 공부도 빨리, 돈도 빨리 벌어야겠다는 식이지요. 음식도 갈수록 인스턴트화하고 말입니다.

 

“그 또한 순전히 물질 추구 때문입니다. 비행기를 타고 가면 걷거나 자동차를 타고 가는 것보다 빨리 가니 오히려 여유를 가져야 할 텐데, 물욕이 근본이니 더 빨리 가길 바라고 조급해지는 거지요. 더 불안해지기도 하고. 특히 개인을 위해서 물욕을 채우려 할 경우 더 조급해집니다. 그러므로 ‘남을 위해 일 한다’는 이타利他의 생각을 가질 때 조급함에서 벗어날 수 있는 거라고 믿어요. 미국의 ‘엑손’이라는 기업은 기업주가 자기만을 위해 일하는 게 아니고 주주가 10여 만 명이나 되도록 기업을 공개, 이익을 나누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런 것도 바로 물욕을 없애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 정리해 보면 정치인이건 기업인이건 수행하는 사람이건 모든 사람이 ‘이타’라는 입각점에 있다면 쉽게 물욕에서 헤어날 수 있다는 말씀이군요. 이타와 관련해 좀 엉뚱한 질문이 되겠습니다만, 중공 비행기가 피랍되어 불시착했을 때 중공은 우리와 아직도 적대관계에 있는 나라인데 지나치게 환대하지 않았느냐는 의문이 일부 국민들 사이에 있는 것 같습니다.

 

“나도 중공 비행기가 왔고 나라가 떠들썩하도록 법석을 떤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나는 우스워요. 중공 비행기가 무엇이길래. 나는 비행기보다 요 앞뜰에 날아다니는 나비, 저 꽃의 범나비에 관심이 더 많습니다. 요컨대 너무 물질적인 면에 치중할 것 없다는 말이지요.”

 

● 여기에서 잠깐 한국 불교계와 신도의 자세에 대해서도 듣고 싶습니다. 자책감이기도 합니다만, 한국 불교가 옛날만 같지 못하다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이런 말이 나오게 된 이유는 승려뿐만 아니라 사부대중四部大衆을 이루는 신도들에게도 상당한 책임이 있는 것 같습니다. 신도들은 어떻게 불교를 믿는 게 좋은지 평소 ‘바람직한 신도상信徒像’은 어떤 것이라고 생각해 오셨는지 말씀해 주시지요.

 

“앞서도 말했지만 불제자佛弟子는 이타행을 해야 합니다. 흔히 길거리에 있는 불우한 사람을 도와줄 때 ‘불쌍해서 준다’ 또는 ‘우쭐한 기분’에서 주는 경우가 많아요. 그러나 이런 것은 적선이 되질 못하지요. 부처님에게 공양한다는 마음가짐으로 해야 되는 것입니다. 또 부처님에게 공양하듯 매사에 임하는 신도는 틀림없는 불제자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천상천아유아독존은 모든 생명의 존엄에 대한 선언 

 

● 스님께서는 승려 교육문제에도 상당히 관심이 깊으신데, 요즘과 같은 승려교육방식으로 일반 중생을 제도할 수 있다고 보시는지요. 바꾸어 말하면 스님들이 제도해야 할 중생은 서구식 교육을 받아서 서구식 사고방식을 갖게 된 사람들입니다. 이들에게 대응해야 할 스님들은 어떤 역량을 키워야 할지요.

 

“글쎄, 그게 문제인 거지요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세속을 불교화佛敎化시켜야지 불교가 세속화되면 불교는 죽어요. 그러니까 승려가 서구식 교육을 받고 안 받고가 문제가 아니라 문제는 어떻게 승려로 하여금 철저한 불교정신을 갖도록 하느냐는 것입니다. 세상이 아무리 서西로 가더라도, 중이 중다우려면 그쪽으로 영합하기보다 동東으로 가도록 계속 빛을 발해야 합니다. 그러자면 서울 한복판에선 승려교육이 안 된다고 봐요. 산중에서 철저하게 수행하는 법을 가르쳐서 다음에 어디를 가더라도 승려 노릇을 제대로 해 세속을 불교화할 수 있도록 해야 올바른 교육이 될 걸로 믿습니다.

 

이 점이 잘 안 되고 승려가 세속화되면 물에 빠진 사람을 건지려다가 건지기는 고사하고 같이 익사하는 꼴이 벌어지는 겁니다. 이때 물에 빠지지 않을 역량을 키워야 하는데, 그게 바로 순수 불교정신입니다. 순수 불교정신은 어느 깊이 있는 서양철학이나 종교사상보다 더 깊은 원리와 체계를 담고 있으므로 인식하기만 하면 가능한 겁니다.”

 

● 그러니까 수행자로서 기틀을 완전히 한 후 외전外典을 배워도 좋다는 말씀이군요. 사실 최근 서울대 이李 모 교수가 유럽을 다녀왔는데, 서양사상의 몰락을 보는 느낌이었다고 하더군요. 아울러 불교에서 새로운 가치체계를 구하려는 움직임도 상당한 것을 느꼈다고 하더군요.

 

“아무튼 조선조 때까지 했던 모화慕華는 사대사상이라고 해서 문제가 되고, 모서慕西는 사대라고 생각지 못하는 사회풍토, 지식풍조가 문제입니다.”

 

● 초파일이 되면 ‘천상천하 유아독존天上天下 唯我獨尊’이란 말이 나옵니다. 이번 불탄일 포스터에도 약간 치졸하게 그리긴 했지만 아기 부처가 한 손은 하늘, 한 손은 땅을 가리키며 ‘천상천하’를 의미하고 있는데, 세상에선 이 말처럼 이기주의를 잘 나타낸 것도 없지 않느냐고 해석하는 것 같습니다.

 

“아我를 잘 몰라서 그렇습니다. ‘아’는 ‘소아小我’가 아니라 ‘대아大我’를 말하는 겁니다. ‘대아’란 ‘우주아宇宙我’입니다. 아무렴 석가모니 부처님이 만고성인인데, ‘내가 제일 잘났다’는 식의 유치한 말을 하겠습니까? 이 말을 정확히 알아야 합니다. ‘인간 존엄성의 선언’입니다. 우주 전체의 생명이 독존, 즉 절대적 존재라는 뜻이지요. ‘나’ 아닌 게 하나도 없는 세계, 곧 이타가 자연히 이루어지는 세계입니다.”

 

● 부처님이 오신 달이 좋은 달이어서 그런지 어린이날, 어버이날이 들어 있고 가정의 달이기도 합니다. 한국 가정이나 어린이에 대한 어른들의 바른 인식을 위해 귀가 뚫리도록 스님께서 크게 할喝을 좀 해 주십시오.

 

“때 안 묻은 어린이를 집안에선 주불主佛로 모셔야 합니다. 사람이란 나이가 들수록 때가 묻게 마련이지요. 때 묻은 어른, 때 안 묻은 어린이 중 더 가치 있는 건 때 안 묻은 어린이 편입니다. 어른이 때 안 묻은 생활을 하기 위해선 어린이 본을 받아야 하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지요.”

 

● 비행청소년이 사회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한 말씀 해 주시지요.

 

“먼저 말하고 싶은 것은 물질을 추구하지 말라는 겁니다. 각종 범죄 행위도 물욕 때문에 나오는 것입니다. 사람 각각의 마음속에는 다이아몬드 광산이 들어 있습니다. 무진보화無盡寶貨를 이미 갖고 있는데, 이 가치만 먼저 깨닫는다면 아무리 눈앞에 금은보화가 있다 해도 물욕이 생길 리가 없지요. 나 자신이 천하부자인데 말입니다. 스스로를 가난하다고 생각하는 데서 물욕이 생기고 범죄에까지 이르는 겁니다.”

 

 

사진 3. 부처님 오신 날 특집으로 성철스님의 인터뷰 기사가 실린 동아일보 1983년 5월 19일자 지면. 

 

1983년 5월 19일, 대담 : 박경훈 동국대역경원 출판부장. 정리 : 동아일보 임연철 기자 

- 성철스님의 책 『자기를 바로 봅시다』에서 발췌 정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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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스님
성철스님은 1936년 해인사로 출가하여 1947년 문경 봉암사에서 '부처님 법대로 살자'는 기치를 내걸고 ‘봉암사 결사’를 주도하였다. 1955년 대구 팔공산 성전암으로 들어가 10여 년 동안 절문 밖을 나서지 않았는데 세상에서는 ‘10년 동구불출’의 수행으로 칭송하였다. 1967년 해인총림 초대 방장으로 취임하여 ‘백일법문’을 하였다. 1981년 1월 대한불교조계종 종정에 추대되어 “산은 산, 물은 물”이라는 법어로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다. 1993년 11월 4일 해인사에서 열반하였다. 20세기 한국 불교를 대표하는 인물이자 ‘우리 곁에 왔던 부처’로서 많은 사람들의 추앙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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