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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탁소리]
성철 종정 예하 열반 30주기 추모학술대회를 마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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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택스님  /  2023 년 11 월 [통권 제127호]  /     /  작성일23-11-04 22:11  /   조회1,452회  /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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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4일 토요일 아침, 서울 장경각 사무실에서 창밖을 내다보니 추적추적 비가 내리고 있었습니다. 아마도 소납은 마음속으로 청명한 가을 하늘에 아침 햇살이 쨍하고 눈부시게 빛나길 고대하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불과 두어 시간 뒤면 지난해 가을부터 준비해 온 성철 종정 예하 열반 30주기 추모 학술세미나 및 제6회 퇴옹학술상 시상식이 열리는데, 어쩐다 싶은 생각에 얼른 일기예보부터 챙겨 보니, ‘가을비가 오락가락 내릴 거’라는 뉴스가 눈에 띄었습니다. 일단 ‘오락가락’이라는 말에 안심은 되었지만 걱정되는 마음은 소납의 발걸음을 더욱 종종거리게 만들었습니다. 

 

사진 1. 대회사를 하고 있는 원택스님(백련불교문화재단 이사장).

 

서둘러 상좌 일엄스님(백련불교문화재단 사무국장)과 함께 행사가 열리는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에 도착해 보니, 이번 행사를 공동 주최하는 성철사상연구원 및 부산 동아시아불교문화학회 스탭들이 분주하게 현장을 체크하고, 정심사아비라합창단은 축가 리허설을 하기 위해 일찌감치 자리를 잡고 고운 목소리로 연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또 바쁜 종무 일정 중에 시간을 내어 총무원장 진우스님께서 참석하여 치사를 하시는 자리여서 그런지 해당 종무원도 무척 신경을 쓰는 모습이었습니다. 오늘 전체 일정의 라이브 생중계를 맡은 불광미디어 팀도 자리를 잡고 카메라 테스트를 하고 있었고, 각자의 자리에서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을 보자 소납은 조급했던 마음을 툭 내려놓고 느긋이 자리에 앉아 축가로 선정한 ‘산은 산 물은 물’ ‘생명의 빛’ 노랫소리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열반 30주기, 어느새 이런 세월이 쌓였을까? 싶습니다. 순간, 주마등처럼 수많은 일들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성철 종정 예하의 깃털처럼 가벼워진 몸을 품에 안아 드린 게 엊그제 같은데, 큰스님 직계 상좌인 ‘원圓 자’ 스님들은 대부분 노老 스님이 되었고, 이젠 ‘일日 자’ 손상좌들이 중심이 되어 이런저런 기념사업과 추모행사를 이어가고 있으니, 한편으론 뿌듯하고 한편으론 세월의 무상함이 느껴지는 순간이기도 했습니다.

 

잠깐의 감상을 털고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오니 반가운 분들이 합장 인사를 해 오셨습니다. 한결같이 “이런 자리를 마련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하니, 역시 성철 종정 예하의 법향法香은 예나 지금이나 다름이 없구나 싶어서 그 그늘에 기대어 살아 온 세월이 뿌듯하게만 느껴졌습니다.

 

궂은 날씨와 노구에도 불구하고 성철 종정 예하의 열반 30주기를 축하하기 위해 먼 길을 마다않고 오신 원로 교수님과 발표자님, 사부대중들에게 무어라 감사를 드려야 할지 송구할 뿐입니다. 어쩌다 무슨 무슨 시상식을 보면, 감사 인사를 끝도 없이 하거나 행여 이름을 빠뜨린 사람은 없는지 골똘히 생각하는 모습을 보고 “뭐 저리 시간을 끄나?” 싶었는데, 지금 제 심정이 딱 그런 심정입니다.

 

무엇보다 우선 정심사 회주 원영스님과 주지 일념스님 그리고 신도회장단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합창은 물론이고 점심 공양을 준비한 박성희 교수팀과 함께 삼광월 회장을 비롯한 회장단 일행이 앞치마를 두르고 공양간을 질서 정연하게 운영해 주셔서 너무나 감사드립니다. 부산에서 올라온 고심정사 신도회장과 얼싸안고 포옹하는 모습에선 역시 큰스님을 향한 신심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구나 싶었습니다. 또 조계사 국화축제 견학을 핑계 삼아 온 정심사 어린이법회 아이들과의 기념촬영도 소납에겐 큰 기쁨이었습니다. 저 아이들 중에 누구라도 이 자리에 와 본 게 법연이 되어 향후 2,30년 뒤에 이 국제회의장 단상에서 성철 종정 예하의 사상을 연구하고 발표할 동량이 한둘은 있지 않겠나 싶습니다. 지금 마음 같아선 한 분 한 분 다 이름을 불러드리고 싶고, 적어 드리고 싶은 마음이지만 그러지 못한 점, 양해를 구할 뿐입니다.

 

저희 성철스님문도들은 10월 28일 사리탑전 3천배, 10월 30일부터 진행하는 4일4야 참회법회, 11월 3일 해인사 대적광전 추모다례재까지 ‘모든 중생이 이 고된 세상에서 행복하기를 기원했던 성철 종정 예하의 가르침이 펼쳐지는 법석’이 되도록 정성을 다할 것입니다. 많은 분들이 동참하시어 성철 종정 예하의 가르침 한 구절 한 구절을 마음에 새겨보시길 바랍니다. 아울러 이번 『고경』 11월호 목탁소리는 성철 종정 예하의 열반 30주기 추모 학술대회의 대회사로 갈음하고자 합니다.

 

성철대종사 열반 30주기 추모 학술대회 대회사

 

먼저 종무행정으로 바쁘신 와중에도 귀한 시간을 할애하여 자리를 빛내 주시고, 덕담과 격려의 말씀을 해 주실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께 문도를 대표하여 심심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속이지 말그래이.”

1971년 백련암에서 성철 큰스님께 들었던 첫 번째 법문입니다. 3천배를 하고 몸은 녹초가 되었지만, 마음은 알 수 없는 설렘으로 충만했던 순간이었습니다. 그날 이후 ‘스스로 속이지 말라’는 불기자심不欺自心의 가르침은 소납의 좌우명이 되었고, 50여 년의 풍상을 이어주는 견고한 법연法緣의 고리가 되었습니다.

 

사진 2. 성철 종정 예하의 글씨 ‘불기자심’.

 

1993년 11월 4일 큰스님께서 열반에 드시자 마치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습니다. 큰스님의 빈 자리를 어떻게 채울지, 어떻게 해야 스님의 뜻을 받들어 정법을 펼 수 있을지 고심하며 동분서주하는 사이, 어느덧 30년의 세월이 훌쩍 흘렀습니다. 무상신속無常迅速이라는 옛 조사들의 말씀처럼 시간은 쏜살같이 흘러 소납도 어느덧 팔순을 맞았습니다. 큰스님의 열반 30주기를 맞이하여 지난 세월을 돌아보니, 큰스님의 법향法香에 취해 50여 년의 세월을 한나절같이 살아온 것 같아 감회가 새롭습니다.

 

퇴옹당 성철 종정 예하께서는 봉암사 결사를 통해 한국불교가 나아갈 길을 보이셨고, 해인총림 초대 방장과 대한불교조계종 제6·7대 종정으로 추대되어 수행 가풍을 진작하시니 조계종은 마침내 반석 위에 올라섰습니다. 장좌불와의 치열한 수행으로 간화선의 선풍을 드날리셨고, 선과 교를 종횡으로 아우르며 백일법문을 설파하시니 해인사 대적광전은 마치 소주 대범사와 같았고, 정법을 배우려는 학인들은 구름처럼 모여들었습니다. 『선문정로』와 『본지풍광』을 통해 정법의 당간지주를 우뚝 세우시니 비로소 선문의 바른길이 활짝 열렸습니다.

 

큰스님의 열반 30주기를 맞이하여 어떻게 해야 뜻깊은 추모행사가 될지를 놓고 여러 날 고심을 거듭하였습니다. 그리고 내린 결론은 큰스님께서 현창하시고자 했던 선문禪門의 바른길을 널리 알리는 것이 문도의 도리라고 생각했습니다. 성철 큰스님은 돈오돈수를 통해 선종의 종지를 바르게 정립하는 것을 일생일대의 과업으로 삼으셨습니다. 그러나 당시 한국불교는 돈오점수론이 대세를 이루고 있었고, 수행자와 불자들이 접할 수 있는 우리말 선서禪書도 거의 없었습니다. 이에 큰스님께서는 참선하는 데 요긴하다고 생각되는 30여 종의 선어록을 선별하여 번역토록 하시고 <선림고경총서>라는 이름을 지어 주셨습니다.

37권에 달하는 <선림고경총서>는 그와 같은 종정 예하의 뜻을 받들어 10년에 가까운 작업 끝에 탄생하였습니다. 우리나라 선종사에서 처음 시도된 대작불사로, 선학 연구에 초석을 놓고 선문의 정로를 보이는 지남이 되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선림고경총서>에는 종정 예하의 법과 정신이 깃들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진 3. <선림고경총서> 37권 (장경각).

 

비록 큰스님께서는 열반에 드셨지만 종정 예하께서 펴시고자 했던 법은 <선림고경총서>와 큰스님의 법어집에 담겨 있습니다. “법을 보는 자 여래를 본다.”고 했습니다. 큰스님께서 남기신 법을 만나는 것이 곧 큰스님을 만나는 것입니다. 이런 취지에서 30주년 추모사업으로 <선림고경총서>를 무료로 공개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선림고경총서>를 통해 각자의 ‘고경古鏡’을 밝히는 계기가 된다면 일평생 큰스님을 시봉한 문도의 한 사람으로서 영광이 아닐 수 없습니다. 

 

성철 종정 예하의 열반 30주기를 추모하기 위해 많은 분들이 함께해 주셨습니다. 축사를 맡아 주실 불교학계의 원로이자 전 한국불교학회 회장 김성철 교수님과 권탄준 교수님, 그리고 종합토론의 좌장을 맡아 주실 이평래 교수님께 심심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나아가 제6회 퇴옹학술상 수상자로 선정된 동학사승가대학 교수사 도민스님과 중앙승가대학 신광희 연구교수님께도 축하의 말씀을 드립니다.

 

무엇보다 성철대종사 열반 30주기를 맞아 다양한 측면에서 큰스님의 삶과 사상을 조명해 주실 박태원 영산대 명예교수님, 신규탁 연세대 교수님, 김광식 동국대 교수님, 강경구 동의대 교수님, 김응철 중앙승가대 교수님, 김명우 동아대 교수님 그리고 사회를 맡아 주실 교수님들께도 문도를 대표하여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나아가 성철대종사 열반 30주기 추모 학술세미나와 퇴옹학술상 시상을 준비해 주신 동아시아불교문화학회 권기현 회장님 이하 학회 관계자와 성철사상연구원 서재영 원장 이하 구성원들에게도 감사를 표합니다.

끝으로 공사다망하심에도 불구하고 귀한 걸음 해주신 문도 스님들과 여러 불자님들, 그리고 오늘의 행사를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애써 주신 분들에게도 감사드립니다. 아무쪼록 끝까지 함께하시어 성철 큰스님의 거룩한 법향 속에 깨달음의 열매가 영그는 풍성한 가을이 되시기를 축원합니다. 성불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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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택스님
본지 발행인
1967년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1971년 백련암에서 성철스님과 첫 만남을 갖고, 1972년 출가했다. 조계종 총무원 총무부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조계종 백련불교문화재단 이사장, 도서출판 장경각 대표, 부산 고심정사 주지로 있다. 1998년 문화관광부 장관 표창, 1999년 제10회 대한민국 환경문화상 환경조형부문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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