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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와 빛의 말씀]
동안상찰 선사 『십현담』 강설⑥ - 환향곡還鄕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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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스님  /  2025 년 10 월 [통권 제150호]  /     /  작성일25-10-03 21:27  /   조회394회  /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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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스님의 미공개 법문 10

 

환향곡還鄕曲이라. 불교에서는 대개 본래 자기의 근본 마음을 고향이라 합니다. 그래서 환향은 본 고향에 돌아온다는 말입니다. 우리는 지금 타향에서 타향살이 하고 있거든. 본가에 돌아온다는 것은 자성自性을 단련해서 꿈을 깨서 본 고향으로 돌아오는 것입니다. 그래서 환향還鄕이라 하거든.

 

물어중로사공왕勿於中路事空王

 

환향還鄕하는 도중에 공왕空王을 섬기지 말아라. 공왕空王을 섬기지 않는다는 것은 공空에 떨어지지 말아라 이것입니다. 대개 우리 불교사상은 공사상空思想을 많이 취하는데, 공사상에서 말하는 공空이라는 것은 유有를 여의기 위한 일종의 약이지, 그 공空이 진짜가 아닙니다. 유有를 부수기 위해서 공空을 설했다고 해서, 그 공空에 집착하게 된다면 불을 피하려다가 물에 빠져 죽는 거나 똑같은 것입니다. 물어중로勿於中路에 사공왕事空王하라. 고향으로 돌아가는 도중에 유有를 버리고 공空에 집착하면 안 된다 이 말입니다. 

 

사진 1. 백련암 염화실 앞에서 가야산을 바라보고 계신 성철스님.

 

책장환수달본향策杖還須達本鄉

 

지팡이를 부지런히 재촉하여 고향으로 돌아오라 이 말입니다. 

 

질문: 공空하다고 하였는데 본향本鄕이라 하면 안되는 것 아닙니까?

 

답: 본래는 달마스님이나 조사스님, 육조스님 전체가 모두 중도中道를 근본으로 한다고 말씀하시지만 사실에 있어서는 중도中道라 해도 말이 안 되는 것이고, 본향이라 해도 말이 안 닿습니다. 그렇지만 어떻게 할 수 없으니, 중도라 해도 좋고 본향이라 해도 좋습니다. 이랬든 저랬든 공空에는 빠지지 말라는 것입니다.

 

운수격시군막주雲水隔時君莫住

 

운수雲水가 막힌 거기에 머물지 말라는 것입니다. 운수雲水라는 것은 차별경계差別境界를 말합니다. (녹음 끊어져 내용 누락)

 

설산심처아비망雪山深處我非忙

 

설산 깊은 곳에서도 나는 바쁜 것 하나 없다. (녹음 끊어져 내용 누락)

 

감차거일안여옥堪嗟去日顏如玉

 

슬프다, 떠나가던 날에는 옥玉 같은 얼굴이더니. (녹음 끊어져 내용 누락)

 

각탄회시빈사상卻歎迴時鬢似霜

 

돌아올 때는 귀밑머리가 쇠었구나. (녹음 끊어져 내용 누락)

 

환향還鄕, 고향에 되돌아왔거든. 고향을 떠날 때는 낯빛이 순수한 옥 같았는데, 중간에 “공부한다고 돌아다니다가 공부를 다 성취하고 보니까 머리가 허옇게 늙었더라”, 이렇게 밖에 해석이 안 되는데, 그렇게 해석하면 근본 뜻과는 틀려버립니다. 감차거일안여옥堪嗟去日顔如玉이요, 각탄회시빈사상卻歎迴時鬢似霜이라. 고향을 떠날 때는 참말로 신사이더니, 공부한다고 오랜 세월이 지나서 돌아올 때는 머리가 허옇게 늙었더라고 하는 이 이상 더 어떻게 해석할 수 있나 하겠지만, 이렇게만 본다면 이것은 참선參禪 공부하는 수좌首座가 아닙니다.

 

사진 2. 백련암을 찾은 불자들에게 즉석 법문을 하시는 성철스님.

 

그래서 고인古人들도 이 법문을 가지고 많이 물었습니다. 그런데 굳이 그런 뜻이 아니라면 그 뜻이 어느 곳에 있나 할 것입니다. 이것은 실지로 참선을 해서 깨치지 않으면 모릅니다. 여기에는 아주 깊은 뜻이 있다는 것만 일단 알아 놓고, 꼭 거짓말 하는 것 같지만 할 수 없습니다. 감차거일안여옥堪嗟去日顏如玉이요, 각탄회시빈사상卻歎迴時鬢似霜이라. 고향을 떠날 때는 젊은이더니 돌아와 보니 귀밑머리가 허옇더라는 이 말에 무슨 뜻이 있나 이렇게 생각하겠지만 고인들도 그렇게 많이 말했어. 내 말뿐이 아닙니다. 공부 좀 되었다 하면 여기서 바로 이해가 되어야 합니다. 여기서 바로 이해하지 못하고 껍데기만 보고 해석을 했다가는 정반대로 해석하는 것입니다. 제대로 모른다 말입니다.

 

살수도가인불식撒手到家人不識

 

손을 척 놓아버리고 집에 돌아오니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어. 

 

갱무일물헌존당更無一物獻尊堂

 

한 물건도 부모에게 바칠 것이 없더라 말입니다. 존당尊堂이라는 것은 자기 부모를 말합니다.

살수도가인불식撒手到家人不識에서 인人이라 하는 것은 전체 다를 말하는 것입니다. 보통 중생만 말하는 게 아니라 부처나 조사라도 서로 못 본다 말입니다. 같이 있어도 몰라. 불식不識은 그냥  피상적 불식不識이 아니고, 석가 달마도 그 사람을 모른다는 것입니다. 거기에서는 무엇이든 한 물건도 찾아 보려야 찾을 수가 없는데, 또 한 물건도 없다는 데 머물러 집착하면 다시 또 정반대가 되지. 실지로 공부를 해 봐야지, 공부하기 전에는 모르는 것입니다.

 

사진 3. 백련암 마당에서 성철스님의 법문을 듣고 있는 불자들.

 

한 물건도 없다고 하면 한 물건 없는가 하고 잡아 쥐고, 뭐 있다고 하면 있다는 것을 움켜 쥐는 것이 중생이지. 중생은 본디 망상妄想, 망견妄見을 따라가기 좋아해. 화두는 들지 않고 말만 자꾸 따라가지. 있다고 하면 있다는 데 집착하고, 없다고 하면 없다는 데 집착하면서 말만 따라 가면 실제 근본 뜻을 모르게 된다 말입니다. 

 

환향곡還鄕曲

 

물어중로사공왕勿於中路事空王

책장환수달본향策杖還須達本鄕 

운수격시군막주雲水隔時君莫住

설산심처아비망雪山深處我非忙 

 

감차거일안여옥堪嗟去日顔如玉

각탄회시빈사상卻嘆廻時鬢似霜 

살수도가인불식撒手到家人不識

갱무일물헌존당更無一物獻尊堂 

 

환향하는 길에 공왕空王을 섬기지 말고

지팡이를 재촉하여 고향으로 돌아오라.

운수雲水 막힌 곳에 머물지 말고

설산 깊은 곳에서도 나는 바쁜 것 하나 없다.

 

슬프다, 집 떠날 때 옥 같던 내 얼굴이

돌아올 때는 도리어 귀밑머리 쇠었구나.

손 뿌리치고 집에 오니 아는 이 아무도 없고

부모님께 한 물건도 바칠 것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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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스님
성철스님은 1936년 해인사로 출가하여 1947년 문경 봉암사에서 '부처님 법대로 살자'는 기치를 내걸고 ‘봉암사 결사’를 주도하였다. 1955년 대구 팔공산 성전암으로 들어가 10여 년 동안 절문 밖을 나서지 않았는데 세상에서는 ‘10년 동구불출’의 수행으로 칭송하였다. 1967년 해인총림 초대 방장으로 취임하여 ‘백일법문’을 하였다. 1981년 1월 대한불교조계종 종정에 추대되어 “산은 산, 물은 물”이라는 법어로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다. 1993년 11월 4일 해인사에서 열반하였다. 20세기 한국 불교를 대표하는 인물이자 ‘우리 곁에 왔던 부처’로서 많은 사람들의 추앙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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