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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탁소리]
큰스님의 저작들(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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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택스님  /  2014 년 9 월 [통권 제17호]  /     /  작성일20-05-22 08:32  /   조회5,350회  /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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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 늦가을에 조계총림 방장 구산 큰스님 49재에 참석하였습니다. 식을 마치고 서울로 가려고 광주역에서 새마을 기차를 탔는데, 출발하려고 하는데도 옆자리에 앉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편안하게 서울 가나보다 생각하며 차창 밖을 바라보며 등받이에 몸을 기댔습니다. 기차가 출발한 지 10여분쯤 지났을까, 누군가 옆자리에 앉았는데 바로 송광사 주지 현호 스님이었습니다.

 

반가운 생각에 “주지스님, 이렇게 또 뵙습니다.”하고 반갑게 인사를 드렸습니다. “큰스님 49재 마치자마자 서울에 급한 일이 있어 허겁지겁 달려오는 길이요.”하시며 이마에 송글 송글 맺힌 땀을 닦으셨습니다. 현호 스님이 땀을 식힌 것 같아 한 말씀 여쭙게 되었습니다.

 


성철 스님의 대표적 저서인 <자기를 바로 봅시다>, <신심명 증도가 강설>, <돈오입도요무론 강설>

 

“큰스님 모시고 계시다가 이렇게 홀연히 떠나시니 얼마나 황망하십니까? 주지스님! 말씀드리기 황송합니다만 방장큰스님 입적하신 뒤에 무엇이 가장 후회가 되셨습니까? 저도 큰스님을 모시고 있으니 주지스님께서 지금 가장 후회스럽게 생각하시는 것이 인지상정으로 저에게도 가장 후회할 일이 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죄송스럽지만 후회되시는 일 세 가지만 말씀해 주십사 부탁드립니다.”고 하였습니다. 물론 초면에 외람되게 그런 말씀을 드릴 수 있겠습니까? 현호 스님은 큰스님 백일법문 때를 전후해서 해인총림 선원에서 몇 년 정진을 하시고 송광사 주지로 계실 때 사중 행사에서 몇 번 뵌 인연이 있어서 이렇게 말씀드릴 수가 있었습니다.

 

“방장 큰스님 계실 때는 몰랐는데 이제 훌쩍 떠나시니 생전에 큰스님 어록을 다 못내 드린 것이 제일 후회됩니다. 내 방 궤짝에 큰스님의 녹음테이프는 물론 이런 저런 원고가 가득 있다고 내가 원택 스님 볼 때마다 자랑했잖습니까? 그걸 큰스님 계실 때 책으로 다 출판해 드렸어야 했는데…. 외국인 제자들이 만들어 놓은 『Nine Mountain』 그것 한 권 뿐이라, 그 일이 지금 가장 후회됩니다.”

 

힘없이 말꼬리를 흐리는 현호 스님의 얘기를 들으면서 등줄기를 타고 강한 전류가 흐르는 충격을 느꼈습니다. 동시에 ‘나도 우리스님 테이프를 들으면서 옮겨 쓴 원고를 빨리 정리해야겠구나!’하는 강한 의무감이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몇 달 후 불필 스님이 다소 후덕해 보이는 노보살님을 모시고 와서 큰스님 방에 들더니, 일상과는 다르게 오랫동안 큰스님 방에 계셨습니다. 며칠 후 “그 보살님이 누구십니까?”하고 불필 스님에게 물었습니다.

 

“지금은 떠나신 큰스님 도반의 평생 신도입니다. 그래서 큰스님께서 반갑게 맞이하시고 도반스님을 회상하시며 이야기가 길었습니다. 그 보살님이 금강굴에 내려 오셔서는 한참을 펑펑 울고 가셨습니다. ‘우리 큰스님 계실 때는 모두들 그렇게 헌신적이더니 가시고 안계시니 비석 하나 세워드리기도 힘들다’고 하시면서 서럽게 통곡하고 가셔서 마음이 찡했습니다.”고 불필 스님이 무심히 말씀했습니다. 불필 스님의 그 말씀을 듣고서는 “현호 스님의 큰 후회를 되풀이하지 않고 힘 덜 들이고 일을 마치려면 큰스님 생전에 어록을 다 출판하도록 서둘러야겠구나!” 하는 다짐을 한 번 더 다지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1986년 6월 15일에 『신심명․· 증도가 강설』, 6월 25일에는 『돈오입도요문론 강설』을 출간하게 됩니다. 앞서 나온 『산이 물위로 간다(본지풍광)』나 『선문정로』가 어려워서 대중들에게 잘 읽히지 않아서 걱정을 많이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새로 나온 두 권의 책은 우선 한글로 쉽게 읽을 수 있으니 대중들이 반가워하였습니다. 큰스님의 독특한 중도관으로 두 책을 일관되게 설명하고 있어서 큰스님의 ‘백일법문 시대’의 기억이 대중들에게 되살아난 분위기였습니다.

 

대중들의 호응에 고무되어서 1987년 6월 12일에 『자기를 바로 봅시다』라는 큰스님의 법어집을 출간하게 되었습니다.

 

제1장 ‘축복의 말씀’은 제6대 조계종 종정 취임 후에 발표하신 이후 당시까지의 신년법어와 초파일 법어 및 각종 행사 때 발표하신 종정법어를 모은 것입니다. 1981년 1월 20일 제6대 조계종정 취임식에도 “산승은 산에 머물러야 한다.”는 뜻을 밝히시고 참석하지 않으셨습니다. 부처님오신날이 가까워오니 총무원에서 초파일법어를 내려주셔야 한다는 전갈이 와서 큰스님께 말씀 올렸습니다. “종정 고깔을 쓰니 그런 법어도 해야 되는가 보지?”하시며 의외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셨습니다. “초파일법어다.”하시며 누런 종이 한 장을 주시는데, 언뜻 보니 한문투성이입니다. 앞서 보이셨던 긍정적 반응에 힘입어 큰 맘 먹고 건의를 드렸습니다.

 

“큰스님, 이제 스님께서는 옛날처럼 산중의 스님이 아니십니더. 해인사 방장이 아닌 조계종정 큰어른으로서 모든 국민들에게 한 말씀 하시는 것입니다. 전 국민 앞에 나서시는 공인이 되셨는데 이런 한문투로는 아무도 못 알아듣습니다. 모두가 이해하는 쉬운 한글로 법어를 내려 주셔야 합니다.”

 

엄청난 야단을 각오하고 머리를 조아리고 섰는데, 말씀이 없이 쏘아보시는 눈길이 따갑다 싶은 순간에 “그래? 그라믄 내가 다시 한 번 써보지!”하시는데 순간 제 귀를 의심했습니다. 서너 시간 정도의 적막이 흐른 후 큰스님께서 찾으셨습니다.
“이만하면 됐나? 니가 한 번 봐라.”
“처음보다 훨씬 이해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한문 반 한글 반의 글이시니 한글체로 완전히 바꾸어 주십시오.”
“그놈 참 사람 힘들게 하네. 다시 생각해 보지!”
그렇게 해서 다음날 아침 세 번째로 받아든 것이 완전한 한글법어였습니다.
“한문 법어면 잠깐인데 안 쓰던 한글 법어를 쓰려니 그 참 생각보다 어렵다. 이놈아!”
“곰새끼 말이 옳다!”하고 생각하셨는지 그때까지 70평생 써오신 한문을 버리고 쓰시기 어려운 한글법어를 써주신 스님께 저로서는 지금도 감사하고 또 감사하고 있습니다. ‘자기를 바로 봅시다’는 겁외사에 지난 5월에 시비로 모셨습니다.

 

제2장 ‘가야산의 메아리’는 하안거와 동안거 결제 중에 대중들에게 큰법당에서 불교진리를 쉽게 설명하신 법어 중에서 「해인」지에 연재하였던 것을 재정리하여 모은 것입니다.

 

제3장 ‘대담’은 종정에 취임하신 후 일간지 및 월간지와 인터뷰하신 것을 전재 또는 발췌하여 정리한 것입니다. 생전 큰스님께서는 언론을 멀리하셨는데 이런 대담이라도 남아 있는 것이 다행이고 그렇게 취재를 위해 애썼던 기자님들에게 감사드립니다.

 

1982년 1월에 법정 스님과 하신 <중앙일보> 신년대담 중에서 “나는 진리를 위해서 불교를 택한 것이지 불교를 위해서 진리를 택한 것은 아닙니다. 만약에 앞으로라도 불교 이상의 진리가 있다는 것이 확실하면 이 옷을 벗겠습니다.”는 한 구절을 인용해봅니다.

 

제5장 ‘해탈의 길-수도자에게 주는 글’은 큰스님께서 처음 출가한 스님들로 하여금 퇴보하지 않는 신심을 가지고 열심히 수행하기를 바라시는 마음에서 지어두신 글들을 정리하여 옮긴 것입니다.

 

그리고 2003년 5월 1일 개정판을 발행하면서 제4장 ‘본지풍광 평석’, 제5장 ‘해탈의 길’을 삭제하여 단행본으로 따로 만들었습니다. 올 가을에 다시 책을 만들면서 제5장 ‘해탈의 길’을 다시 첨부하여 『자기를 바로 봅시다』의 본모습을 찾도록 하겠습니다. 제4장 ‘본지풍광 평석’은 2007년 10월에 간행한 『무엇이 너의 본래면목이냐 Ⅰ,Ⅱ』에 실려 있습니다.


성철 큰스님 어록 출간에 큰 깨우침을 주신 현호 스님에게 깊은 감사의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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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택스님
본지 발행인
1967년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1971년 백련암에서 성철스님과 첫 만남을 갖고, 1972년 출가했다. 조계종 총무원 총무부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조계종 백련불교문화재단 이사장, 도서출판 장경각 대표, 부산 고심정사 주지로 있다. 1998년 문화관광부 장관 표창, 1999년 제10회 대한민국 환경문화상 환경조형부문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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