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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우 스님의 화두 참선 이야기]
선(禪)이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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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승  /  2014 년 11 월 [통권 제19호]  /     /  작성일20-05-22 08:32  /   조회4,664회  /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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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의 깨달음, 선(禪)

 

선(禪)이란 무엇일까요? 한자로 보면 보일 시(示) 변에 홑 단(單) 자입니다. 하나로 본다, 즉 중도로 본다는 뜻입니다. 나-너, 있다-없다 등 둘로 보면, 양변에 집착해서 대립 갈등이 일어나지요. 상대 분별의 중생계입니다. 그러나 중도로 보면 나와 너, 선과 악이 하나이니 공존 평화가 되지요. 깨달음의 절대 세계입니다.

 

선(禪)은 부처님의 깨달음 세계를 표현한 말입니다. 즉, 우주만물이 본래 완성되어 있고, 현실 이대로 극락이라는 절대 세계를 드러낸 말입니다. 부처님의 깨달음 세계에는 중생이니 부처니, 번뇌와 지혜가 따로 없습니다. 모두 깨달아 있고, 본래 성불해 있다고 보는 것이 선(禪)입니다.

 

그래서 선은 부처님의 깨달음만을 인정하고 사실로 봅니다. 중생과 번뇌는 착각세계의 일이니 사실이 아니고 꿈과 같이 허망한 것으로 봅니다.

 

그렇다면, 부처님께서 우리 중생을 위해 설하신 팔만대장경 법문은 무엇이냐? 선의 입장은 그것을 모두 달〔月〕, 즉 깨달음을 가리키는 손가락, 즉 방편이라 봅니다. 『열반경』에서 입적하기 직전 부처님께서 “나는 지금까지 한마디도 법을 설한 바가 없노라” 하셨습니다. 또, 『금강경』에 보면, “부처가 설한 법이 있다고 한다면 그것은 부처를 비방하는 것이다.”라는 말씀도 하셨습니다.

 

부처님은 열반하시기 전에 이 선법(禪法)을 가섭존자에게 전했습니다. 부처님께서 어느 날 영취산에서 법문하실 때 갑자기 한 송이 꽃을 들어 보였습니다. 참석한 수행자들은 아무도 부처님의 뜻을 알지 못했으나 가섭만이 빙그레 웃으며 화답했습니다. 여기에서 ‘이심전심(以心傳心)’ ‘염화미소(拈花微笑)’의 전설이 나왔습니다. 이 선법은 오로지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한다는 것입니다.

 

부처님의 깨달음은 가섭 존자를 거쳐 아난 존자에게 전해졌습니다. 인도에서 부처님 법은 28조 달마 대사에까지 이르렀다고 기록되고 있습니다. 달마는 남인도의 왕자 출신인데 스승으로부터 깨침을 인가 받아 법을 이었습니다. 달마 대사는 동방의 전법(傳法)을 위해 중국으로 옵니다.

 

달마 대사의 선법(禪法) 전래

 

달마 대사가 동쪽으로 왔을 때 중국은 양자강 이남에 양나라 무제가 통치하고 있었습니다. 양무제는 중국 역사에서 가장 불심이 돈독한 황제였습니다. 전국에 2,500개 사찰을 짓고 탑을 쌓고 스님들에게 공양하며, 많은 경전을 역경하고 간행하였습니다. 양무제는 인도에서 대선지식이 왔다는 소식을 듣고 황궁으로 초청해서 묻습니다.

“짐이 이러저러한 불사를 했는데, 이 공덕이 어떤지요?”
“공덕이 없습니다.”

 

달마 대사의 이 말은 선(禪)의 입장을 정확히 드러내고 있습니다. 내가 있고 쌓을 공덕이 ‘있다’는 생각은 모두 착각입니다. 그렇지만, 양무제는 이 선을 몰랐기 때문에 아상(我相)으로 불사를 했던 것입니다. 그러니 양무제는 달마 대사의 법문을 알아듣지 못했습니다. 대사는 양나라를 떠나 양자강을 건너 숭산 소림사로 가서 은거합니다.

 

이때 신광 스님이 찾아옵니다. 스님은 유교와 도교에 통달하였으나 불경을 보고는 출가합니다. 하지만 많은 경전을 보아도 마음이 늘 초조하고 불안한 것을 해결하지 못했습니다. 인도에서 대도인이 왔다는 소식을 듣고 달마 대사를 찾아왔습니다.
“어찌 왔는가?”
“마음이 초조하고 불안합니다. 어찌 하오리까?”
“그 마음을 가져오너라. 해결해 주겠노라.”
“그 마음은 찾을 수도 보여드릴 수도 없습니다.”
“너는 찾지도 보여줄 수도 없는 마음 때문에 어찌 늘 초조하고 불안하게 사느냐?”

 

이 법문을 듣고 신광 스님은 깨칩니다. 이에 달마 대사는 혜가(慧可)라는 법명을 지어주어 깨달음을 인가하고 2조로 삼습니다.

 

2조 혜가 대사에게 어느 날 승찬 스님이 찾아옵니다. 승찬은 불치병(일설에는 문둥병이라 함)을 앓고 있었습니다. 늘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기에 이 몹쓸 병에 걸렸는가 한탄하며 살았습니다. 어느 날 용기를 내어 혜가 대사를 찾아가 묻습니다.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기에 몹쓸 병에 걸렸습니까? 제 죄를 사해 주십시오.”
“네 죄를 가져 오너라.”
“전생의 죄를 찾아도 알 수가 없습니다.”
“그대의 죄는 참회가 끝났다….”

 

이 말을 듣고 승찬 스님은 깨쳤습니다. 혜가 대사는 승찬에게 법을 부촉하고 3조로 삼았지요. 3조 승찬 대사는 다시 4조 도신 대사에게, 도신 대사는 5조 홍인 대사에게 법을 전하여 6조에 이릅니다.

 

6조 조계혜능 대사의 선종 정립

 

5조 홍인 대사는 양자강 위 황매현 동산 오조사에서 교화하였습니다. 이때 저 남쪽 광동성 출신 나무꾼 혜능이 출가하러 찾아와 인사했습니다. 홍인 대사가 묻습니다.

“어디서 온 누군데 무엇 하러 왔느냐?”
“저는 남방 신주에 사는 혜능이라 합니다. 부처가 되고자 왔습니다.”
“신주는 남쪽 오랑캐인데, 어찌 부처가 될 수 있느냐?”
“사람은 남쪽 사람, 북쪽 사람이 있으나 불성에 어찌 차별이 있겠습니까?”

 


육조혜능이 법을 전한 남화선사 일주문 모습 

 

홍인 대사에게 이렇게 명쾌한 말을 한 이가 저 유명한 6조가 된 혜능입니다. 혜능은 집안이 가난하여 문자를 배우지 못한 나무꾼 출신입니다. 어느 날 시장에서 『금강경』 읽는 소리를 듣고 마음이 닿아 발심(發心)해서 출가한 것입니다. 혜능은 8개월 행자생활 중에 홍인 대사의 『금강경』 설법을 듣고 확철대오해서 6조가 됩니다. 그리고는 남쪽으로 내려와 조계산 보림사에서 가르침을 폈습니다.

 

6조 혜능 대사의 설법을 모아 책으로 펴낸 것이 『육조단경』 입니다. 이 『단경』은 선종의 ‘바이블’로 불리는 법문집으로 부처님 제자의 어록 중에 유일하게 ‘경’을 붙일 정도로 위대한 선사상을 담고 있습니다. 『단경』이 정립되고 많은 제자들이 배출되자 선법은 사방으로 확산되기 시작합니다.

 

특히, 혜능 대사의 많은 제자 중에 남악회양-마조도일, 청원행사-석두희천으로 이어진 선맥에서 기라성 같은 선사들이 나왔습니다. 그 결과 선은 중국뿐 아니라 통일신라와 일본, 베트남까지 전파되었습니다.

 

이 무렵 통일신라의 도의 스님이 중국으로 유학 가서 선을 접하고 마음을 깨치고 전법을 받아 신라로 돌아옵니다. 그것이 서기 821년입니다. 이후 홍척 대사 등 수많은 신라 스님들의 선법을 얻어 구산(九山)에 선문(禪門)이 들어서게 됩니다.

 

훗날 도의 스님의 제자들은 가지산문을 세웠는데, 한반도에 최초로 선법을 전한 분이니 지금 우리 조계종의 종조로 추존됩니다. 또한, 도의 조사를 비롯한 구산선문의 많은 조사 선지식들의 대부분 선맥이 6조 조계혜능 대사에게 이어져 조계법맥이라 불리워졌습니다. 오늘날 대한불교조계종의 조계종이 바로 6조 혜능 대사의 선법을 상징하는 것입니다.

 

이후 선은 동아시아 불교의 중심이 되었으며, 정치·경제·사회·문화·예술·건축에까지 많은 영향을 주며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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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승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에서 20여 년간 종무원 생활을 하다가 고우 스님을 만나 성철스님 『백일법문』을 통독하고 불교의 핵심인 중도에 눈을 뜬 뒤 화두를 체험하니 마음이 편해졌다. 불교인재원에서 생활참선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유튜브 생활참선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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