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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탁소리]
개정증보판 『백일법문』을 출간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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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택스님  /  2014 년 12 월 [통권 제20호]  /     /  작성일20-05-22 08:32  /   조회5,236회  /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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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일법문』 개정증보판을 내면서 1992년 3월 춘분절에 쓴 ‘초판 후기’를 새삼 읽어보았습니다.


“저는 완벽을 기하고자 하다가 한 줄도 세상에 전파하지 못하는 어리석음을 저지르지 않기 위하여 성철 스님의 이 법문들을 책으로 출판하기로 결심하였습니다.”

 

법정 스님의 윤문을 거쳐서 1981년 12월에 『선문정로』, 1982년 12월에는 『본지풍광』을 출판하게 되었습니다. 큰스님께서는 그 두 권의 책을 받으시고는 “나는 부처님께 밥값 했다.”하시며 법정 스님께 감사를 표시하시고, 그 뒤로 저에게는 “무식한 포수가 범 잡는다.”고 놀리곤 하셨습니다.

 


 

 

세월이 흘러서 불필 스님의 “고희가 되어가니 기념이랄 것도 없지만 제방선원에 큰스님 ‘백일법문’ 테이프를 법보시하고 싶으니, 잘 정리해서 배포해 주시길 바랍니다.”는 청을 받고서 다시 ‘백일법문’을 정리하게 되었습니다. 1992년 3월에 초판 출판한 『백일법문』은 큰스님께서 직접 살펴주신 것이 아니라 원주스님이 가지고 있던 테이프를 받아서 정리해서 출간하였던 것입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큰스님께서 소장하고 계시던 모든 테이프를 직접 열람하고서 ‘백일법문’에 관계된 테이프를 완벽하게 정리하여 2004년 3월 25일 MP3용 CD 3장에 다 담아서 ‘성철 스님 백일법문 노트’라는 강의 원문(한문)의 작은 책과 더불어 전국 선원에 배포하였습니다.

 

그런 후 성철선사상연구원의 최원섭 연구원이 “스님! 제가 큰스님 법문이 좋아서 여러 번 들었는데, 지금 유통되는 『백일법문 상, 하』는 큰스님 뜻을 제대로 전하고 있다고 보기에는 뭔가 부족합니다. 녹음테이프를 다시 녹취하여 정리해 법문집을 새롭게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고 건의하여 이번에 이렇게 『백일법문 상·중·하』3권을 출간하게 되었습니다.

 

큰스님이 계시지 않으시니 참회라도 제대로 올리지 못하고 너무나 송구스럽고 죄스럽고 부끄러운 마음을 감당할 수 없었습니다. ‘무식한포수’라 놀리시던 것이 빈 말씀이 아님을 뼛속깊이 새기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도 ‘무식한 포수’가 겁도 없이 한 일이 된 셈이니, 훌륭한 후생들이 뒤를 이어 금자탑을 쌓아 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오랜 기간 정리를 해오면서 저도 많은 것을 생각하고 느끼게 되었습니다. 이번 개정증보판에는 큰스님의 부처님 근본불교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극명하게 드러납니다.

 

“불교를 연구하는 방법은 가장 먼저 된 기록에 입각해야지 뒤에 된 기록을 가지고 연구하면 모래 위에 지은 집이 되고 맙니다. 지금 불교를 연구하는 학자는 반드시 근본경전에 의지해서 연구해야 합니다. 근본경전에 의지해서 연구해 보니 가장 오래되고 정확한 율장의 ‘초전법륜’이라든가 『숫타니파타』에서도 분명히 불교의 근본은 중도에 있다고 부처님께서 말씀하셨고, 또 중도를 정등각했다고 선언하셨습니다. 그래서 불교의 근본은 중도사상이라는 것이 억천만겁 지나도 흔들릴 수 없는 근거를 갖게 된 것입니다.

 

근본경전에 의지해서 연구해 보니 나중에 이루어진 대승경전도, 선종도 근본불교의 중도사상에서 조금도 이탈하지 않고 정통적으로 계승했다는 것이 완전히 증명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사상적으로 시간을 따질 필요가 없습니다. 다만 연구방법에서는 언제든지 경전 성립사를 계산에 넣어야 합니다. 그렇게 하지 않고 무조건 『화엄경』에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법화경』에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고 하면 안 됩니다. 앞으로 우리도 불교를 연구하는 데 있어 초기경전에 관한 부분을 개척해야 할 것입니다.”


천태종의 오시팔교 교판에서는 아함경을 녹야원시(鹿野苑時)로 소승교를 설한 아함시(阿含時)라 하고 화엄종의 오교 교판에서는 아함경을 우법소승(愚法小乘), 어리석은 법 소승으로 폄하하고 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성철 스님의 개정증보판 『백일법문』은 부처님의 근본불교가 소승의 가르침으로 폄하되는 것이 아니라 불교의 뿌리임을 다시 확인함으로써, 교판이 등장한 수·당 이후 동아시아 불교계에서 볼 수 없었던 주장이라 하겠습니다. 또 “어떤 측면에서 교판이 풍미한 이후 1500여년 만에 우리 불교계에서 아함과 초기불교 교설의 가치를 회복시킨 일대사건이라 해도 좋을 것이다.”고 서재영 박사는 조만간 발표될 글에서 언급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큰스님은 어떤 관점에서 1500년의 교판을 뒤흔드는 말씀을 하실 수 있었을까를 곰곰이 생각해 보다가 나름의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렇다! 성철 스님께서는 정통적인 불교학자도 아니시고 불교 내에서 가르침을 배운 강백도 아니시다. 그러니 정통적인 교판이나 학설에서 자유로운 분이셨다. 29세에 동화사 금당선원에서 깨치시고 제방을 순력하고 해방 후 봉암사결사를 경험하시고 한국전쟁 이후 파계사 성전암에서 10년 동구불출하시면서, 당시 세계 최고의 일본 불교학자들의 연구서적과 팔만대장경과 어록들을 통독하시고 역사적 교판에 연연하시지 않고 큰스님 스스로 독자적인 교판을 새롭게 정립하셨다.”

 

요즈음 한국 사회는 다종교 시대이지만 불교도 다종파 시대가 도래하여 점점 혼란스러워지려 하는데 큰스님의 『백일법문』이 큰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선종의 대학자 야나기다 세이잔(柳田聖山) 선생은 ‘무문관’ 1칙의 평창을 이렇게 평가하고 있습니다.

 


해인사 대적광전에서 법문하는 성철 스님 

 

“이 통쾌한 큰 깨달음의 찬가는, 참으로 중국 선종의 하나의 귀결이다. 인도 이래의 명상공부는 여기에 이르기 위한 기나긴 모색의 과정이었다고 말해도 좋을 것이다. 선의 본질을 이루는 의식집중의 훈련은 여기에서는 ‘무(無)’ 자에 의한 큰 의심의 응결과 그 타파라고 하는 간명직절한 두 단계로 통일되는 것이다. 그것은 예전의 북종적인 간심간정(看心看淨)과 남종적인 견성주의(見性主義)의 멋진 조화라고도 볼 수 있으며, 더욱 소급해 올라간다면 소승적인 번뇌대치(煩惱對治)의 수정(修定)과 대승적인 반야공관(般若空觀)의 비할 바 없는 통일이라고 말할 수 있다.”

 

야나기다 세이잔 선생은 이렇게 간화선을 극찬하고 있는데, 남방 니까야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아비달마 불교만 불교라고 하고 있으니 서역불교와 동양 삼국의 불교를 어떻게 통섭할 수 있겠습니까? 하와이 대학교의 칼루파하나 교수는 중국의 선종은 부처님 근본불교와 제일 가깝다고까지 말하고 있습니다.

 

“성철 스님의 ‘백일법문’에는 일찍이 우리 불교계가 쉽게 경험하지 못했던 불교지식의 종합을 경험할 수 있다. 교리 지식 그 자체만을 위한 건혜(乾慧)가 아니라 수행에서 우러난 선 체험의 관점에서 교학과 선, 이론과 현실 경험이 상호융섭하면서 성철 스님만의 독창적이고 자신감 넘치는 이론이 등장하고 있는 것이 ‘백일법문’이 가진 힘이자 매력이다.”는 글을 인용해 봅니다.


『백일법문 상·중·하』가 큰스님의 살아 있는 육성으로 독자들에게 다가가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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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택스님
본지 발행인
1967년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1971년 백련암에서 성철스님과 첫 만남을 갖고, 1972년 출가했다. 조계종 총무원 총무부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조계종 백련불교문화재단 이사장, 도서출판 장경각 대표, 부산 고심정사 주지로 있다. 1998년 문화관광부 장관 표창, 1999년 제10회 대한민국 환경문화상 환경조형부문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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