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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탁소리]
“대한민국은 월드컵 4강을 이룬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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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택스님  /  2018 년 8 월 [통권 제64호]  /     /  작성일20-05-22 08:32  /   조회4,860회  /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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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초 · 중순 2018년 러시아 월드컵 때문에 밤잠을 설쳤습니다. 8강전에서 프랑스가 우루과이를 2:0으로, 벨기에가 브라질을 2:1로, 잉글랜드가 스웨덴을 2:0으로 각각 이겼습니다. 크로아티아와 러시아는 연장전까지 2:2로 마친 뒤 페널티킥 승부로 크로아티아가 러시아를 4:3으로 눌렀습니다. 7월8일 새벽3시 경기가 시작되었는데 5시간 40분이 지나서야 승부가 났습니다. 러시아와 크로아티아의 게임은 피 말리는 경기였는데, 전반 31분에 등번호 6번인 러시아의 체리셰프가 선제골을 터뜨리고, 10분도 지나지 않아 전반 39분에 등번호 9번인 크로아티아의 크라마리치가 동점골을 넣었습니다.

 


 

 

후반전에는 러시아와 크로아티아 모두 득점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전후 30분 연장전 경기로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연장전 전반 11분에 등번호 21번인 크로아티아의 비다가 먼저 선취골을 넣고, 후반 10분에 등번호 2번인 러시아의 페르난지스가 동점골을 넣었습니다. 그렇게 주거니 받거니 2:2로 경기가 종료되자 결국 승부차기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주심이 동전을 던져 정한 순서에 따라 크로아티아가 먼저 페널티킥을 차게 되었는데 이 때 진풍경이 벌어졌습니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국제경기에서는 먼저 차는 쪽이 이겼는데 러시아 월드컵에서는 먼저 차는 쪽이 지는 반대 기록이 생긴 겁니다. 그래서 인지 크로아티아가 나중에 차는 쪽을 택하고 러시아에게 선공先攻을 양보하는 어리둥절한 모습이 벌어졌습니다.

 

멀리서 보는 저의 마음도 조마조마한데 러시아 국민이나 크로아티아 국민은 승부차기 결과에 얼마나 가슴을 졸였겠습니까! 아니나 다를까 승부차기에 나선 러시아의 첫 번째 선수와 세 번째 선수가 실축하며 골을 넣지 못했습니다. 러시아의 세 번째 승부차기 선수는 연장전 후반에 골을 넣었던 페르난지스였습니다. 그의 심정은 아마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기분이었을 겁니다. 러시아는 결국 크로아티아에게 4:3으로 패하고 말았습니다. 실망과 슬픔에 찬 러시아 응원단과 열광하는 크로아티아 응원단의 모습이 대조되는 그 때, 크로아티아의 콜린다 그라바르키타로비치 여자 대통령이 승리한 자국 선수들을 향해 두 손을 번쩍 들고 득의만만한 미소를 짓는 모습이 TV에 클로즈업 되어 왔습니다.

 

크로아티아의 월드컵 4강행이 확정되는 순간 저도 모르게 2002년 한 · 일 월드컵에서 한국이 4강에 오르던 그 감격이 되살아났습니다. 러시아가 4강에 오르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지켜보면서 “4강이 이렇게 힘든 것이구나!” “2002년 우리는 감격스러운 4강의 기쁨을 제대로 만끽하기는 했었던가!” 하는 심정으로 과거를 되돌아보았습니다.

 

2002년 5월31일~6월30일까지 한 · 일 월드컵이 열리던 그 해, 저는 조계종 총무원 총무부장 소임을 보고 있었습니다. 종무원들과 함께 우리나라 팀이 낮에 경기 하면 그것을 본 뒤 저녁 먹으며 뒤풀이를 했고, 밤에 게임이 있으면 저녁 먹고 응원을 열심히 했습니다. 4강전에서 독일과 맞붙었는데 경기 있기 며칠 전에 어떤 분이 “좋은 자리이니 상암경기장 현장에 가 열심히 응원하시라.”며 월드컵 관람권 한 장을 소납에게 주었습니다.

 

경기장에서 보고 싶어 그동안 같이 응원해왔던 종무원들에게는 미안한 마음을 가진 채 “내 없어도 더 열심히 응원 잘하라!”고 말하고는 운동장으로 갔습니다. “스님! 이러시면 아니 됩니다!”는 종무원들의 애교 섞인 원성을 뒷전으로 흘리며 부리나케 상암경기장으로 달려갔습니다. 동쪽 편 골라인에서 3m정도 떨어진 중간층 자리였습니다. 그래도 골키퍼 동작 하나하나가 눈에 선명하게 들어 왔습니다. 아쉽게도 한국이 독일에게 1:0으로 졌습니다. 그러나 골대에 들어가는 그 한 골이 내 눈 앞으로 날아오는 듯 하드니 그대로 휙 굽으며 골키퍼 머리 위를 지나 골문에 꽂히는 모습을 생생히 보았습니다. 그 순간 이루 말할 수 없는 허망함을 느꼈습니다. 게임이 끝나고 주위를 돌아보니 자갈 마당에 물 빠지듯이 순식간에 사람들이 사라지고 없었습니다. ‘붉은악마의 다음 응원’에 대한 안내 한 마디 없이 말입니다.

 

조계사 옆 광화문 광장에 도착하면 “독일에 졌어도 우리는 4강이다.”는 자축연이 열리고 있을 줄 알았는데 … …. 너무도 조용했습니다. 한국 선수들의 사기도 독일 전에서 사라졌는지 터키에게 져 4등으로 ‘2002 한 · 일 월드컵’을 마무리 했습니다. 독일에 진 그날 밤, 온 국민이 4강에 오른 것을 밤새워 축하했더라면 선수들의 기세가 올라 터키를 이겼을지 모른다는 아쉬움은 지금도 남아 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우리 국민들이 “대한민국은 월드컵 4강을 이룬 나라!”라는 자부심을 가슴 깊이 새기고, 인내심을 갖고 최근의 남북회담 · 북미회담을 지켜보시길 기원합니다. 나아가 한반도 비핵화가 이뤄지고 남북 자유왕래가 가능해진 끝에 마침내 통일의 그날이 오기를 한 마음으로 기원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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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택스님
본지 발행인
1967년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1971년 백련암에서 성철스님과 첫 만남을 갖고, 1972년 출가했다. 조계종 총무원 총무부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조계종 백련불교문화재단 이사장, 도서출판 장경각 대표, 부산 고심정사 주지로 있다. 1998년 문화관광부 장관 표창, 1999년 제10회 대한민국 환경문화상 환경조형부문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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