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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행, 오래된 미래]
아나빠나사띠 숫따에 나타난 불교 호흡 수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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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법스님  /  2017 년 8 월 [통권 제52호]  /     /  작성일20-05-22 08:32  /   조회5,016회  /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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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재에서 설명했듯이 호흡 수행은 거의 대부분의 종교전통에서 기초적인 수행방법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그 방법은 서로 다르다. 초기불교에서도 호흡 수행에 대한 설명이 동일하지 않은데, 『대념처경(大念處經)』과 『아나빠나사띠숫따(Ānāpānasati Sutta, 안반수의경)』의 설명 역시 차이가 있다. 『대념처경』은 호흡에 대한 사띠 수행을 신념처(身念處)의 하나로서 제시한다. 반면 『아나빠나사띠 숫따』에서는 호흡에 대한 사띠 수행이 사념처(四念處) 수행을 포괄하는 것으로 제시되어 있다. 이 차이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대념처경』에 제시된 44가지의 수행 목록이 비록 몸, 느낌, 마음의 현상, 법에 대한 사띠로 분류되어 있지만 이 경이 편찬된 당시까지 실천되었던 모든 방법들이 뒤섞여 있다는 인상이 강한 것과 달리, 『아나빠나사띠 숫따』에 제시된 호흡 수행은 호흡에 대한 관찰 과정을 통해 몸, 느낌, 마음의 현상, 법에 대한 통찰을 이끌어내는 단일한 방법이다. 이 때문에 학계에서는 일목요연하게 체계화된 『아나빠나사띠 숫따』의 체계가 『대념처경』보다 뒤에 만들어졌을 것으로 본다.

 

그렇다면 호흡 수행이 사념처 전체를 포괄하는 수행방법으로 전환된 이유는 무엇일까? 『대념처경』에서 제시하는 44가지의 수행법은 몸, 느낌, 마음의 현상, 법에 대한 지속적인 관찰[隨觀, anupassin]로 이루어진다. 호흡에 대한 사띠 수행은 몸에 대한 지속적인 관찰[身隨觀] 중 하나로서, 이와 같은 지속적인 관찰을 통해 사념처 수행은 위빠사나로 전개된다.

 

“이와 같이 혹은 안으로 몸에 관련하여 몸에 관련된 현상을 지속적으로 관찰하면서 머문다. 혹은 밖으로 몸에 관련하여 몸에 관련된 현상을 지속적으로 관찰하면서 머문다. 혹은 안팎으로 몸에 관련하여 몸에 관련된 현상들을 지속적으로 관찰하면서 머문다. 혹은 몸에서 사라지는 현상들을 지속적으로 관찰하면서 머문다. 혹은 몸에서 일어나고 사라지는 현상들을 지속적으로 관찰하면서 머문다.”

 

그런데 네 가지 염처 수행 가운데 몸과 법에 대한 사띠는 그 세부 대상 각각을 대상으로 독립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몸과 법에 대한 사띠는 그 대상 중 어느 하나를 선택하여 수행하더라도 일어남과 사라짐, 즉 무상의 진리를 체득할 수 있다. 왜냐하면 그 대상들 각각이 독립적인 현상이며 따라서 그것들에 대한 통찰은 그 자체로 완결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들숨과 날숨에 대한 사띠 수행은 하나의 독립적인 현상이며 그 자체로 완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시체의 부패 과정을 지켜보는 부정관 역시 독립적으로 실천될 수 있다.

 

그와 달리, 느낌과 마음의 현상에 대한 사띠 수행은, 그 세부 현상들이 개별적으로 관찰되지 않고 일어나고 변화하고 사라지는 일련의 연속 과정으로서 관찰된다. 예를 들어, 즐거운 느낌이 일어나고 변화해서 사라지면 곧 괴로운 느낌이 되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이다. 즐거운 느낌과 괴로운 느낌은 실제로 하나의 느낌이 변화하는 양상에 불과하다. 따라서 관련된 대상들은 낱낱으로 관찰되면 안 되고 전체 과정을 지켜보아야만 무상에 대한 통찰을 가져다준다.

 

따라서 호흡 수행은 호흡을 주로 지켜보지만 느낌과 마음의 현상, 그리고 법에 대한 관찰을 동시에 진행할 수 있다. 다시 말해, 호흡을 주로 관찰하지만 부수적으로 일어나는 다른 현상들이나 법을 위빠사나 수행을 통해 사라지도록 하거나 법으로서 통찰할 수 있다. 그 과정은 다음과 같은 16단계로 이루어진다.

 

긴 호흡 알아차림
짧은 호흡 알아차림
온 몸을 체험하기
몸의 형성을 고요하게 하기
희열의 관찰
행복을 체험하기
마음의 형성을 체험하기
마음의 작용을 고요하게 하기
마음을 체험하기
마음을 기쁘게 하기
마음을 집중하기
마음을 자유롭게 하기
무상을 관찰하기
사라짐을 관찰하기
소멸을 관찰하기
보내버림을 관찰하기

 

이 중 마지막 네 단계는 ‘법에 대한 관찰’로 구성되어 있다. 그런데 무상함, 사라짐, 소멸, 내려놓기는 모든 현상이 무상하다는 것에 대한 관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사라짐과 멈춤에 집중하는 수행이다. 이는 『대념처경』에서 법에 대한 사띠의 대상으로 상정한 다섯 가지 장애, 다섯 가지 집착된 조건들[五取蘊], 여섯 가지 터전[六處], 칠각지(七覺支), 사성제와 다르다.

 

법념처는 몸, 느낌, 마음의 현상에 대한 사띠를 통해 얻어진 결과들을 대상으로 다시금 사띠 수행을 하는 것으로서, 모든 현상이 조건지어져 있다는 특성을 이해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따라서 법에 대한 관찰은 모든 법이 조건지어져 있다는 원리(법)를 이해하고 모든 법(현상) 중 가장 뛰어난 깨달음인 열반으로 이끌기 위하여 관찰하는 동안 부처님이 가르친 법(분류상의 범주)을 기술적으로 적용하는 것을 가리킨다.

 

그런데 몸, 느낌, 마음의 현상에 대한 사띠는 호흡 수행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관찰되는 대상들이다. 그것들은 호흡의 양상이 어떤 방식으로 포착되느냐에 따라 관찰되는 것들이다. 따라서 호흡 수행이 몸, 느낌, 마음의 현상에 대한 사띠를 포함한다는 사실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이와 달리 법에 대한 사띠는 호흡 수행 과정에서 포착된 통찰의 내용을 다시 관찰의 대상으로 삼는다. 법념처는 단순히 몸과 마음에서 일어나는 현상들을 관찰하는 것이 아니라 그 현상들을 수행의 과정으로 바라보는 관점이 개입되어 있다. 이는 『아나빠나사띠 숫따』에서 적용한 호흡 수행이 위빠사나 수행과 결합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아나빠나사띠 숫따』에서 호흡에 대한 명상의 마지막 단계에 법에 대한 사띠를 둔 것은 상당한 수행의 경지에 도달한 수행자에게도 욕망과 불만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이 문제들을 극복하여 마음의 평온함을 확립시키려면 수행 과정에서 나타나는 장애들은 법에 대한 관찰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숨을 들이쉬고 내쉴 때마다 모든 것들이 조건지어져 있으며 매 순간 변화한다는 사실을 관찰함으로써 무상의 이치를 터득해야 한다. 그 다음 단계에서 수행자는 모든 것이 마음에 달려 있다는 사실을 더 섬세하게 지각하게 된다. 눈이나 귀로 보고 듣는 기능이 마음의 작용에 달려 있기 때문에 마음이 일어나지 않으면 대상들도 일어나지 않음을 알게 된다. 이렇게 온갖 대상들이 마음에 달려 있음을 알게 되면, 세번째 단계에서 모든 것이 원인과 조건이라는 그물망에 의해 생겨난 것이라는 사실을 자각하게 된다. 네 번째 단계에서는 이렇게 원인과 조건들로 이루어진 것들이 여러 가지 구성요소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 구성요소들은 더 작은 단위로 쪼갤 수 있다는 사실을 감지하게 된다. 따라서 영혼, 자아, 또는 절대적 실체 따위의 것이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된다.

 

『아나빠나사띠 숫따』에서는 ‘무상’에 대한 관찰은 있지만 ‘고’와 ‘무아’에 대한 관찰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하지만 무상을 완전히 이해하면 고를 이해하게 되며, 무상과 고를 완전히 이해하면 무아를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따로 ‘고’와 ‘무아’를 말하지 않고 ‘무상’을 말한 후 바로 ‘사라짐’에 대하여 말한다. ‘무상’은 단독으로 사용되더라도 불교적 맥락에서 무상은 무아와 고의 원칙에 대한 올바른 앎을 포함한다. 따라서 이 단계에서 말하는 무상은 다른 수행법에서 말하는 무상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아나빠나사띠 숫따』에서는 “호흡에 대한 사띠가 계발되고 신장되면 사념처를 완성되고, 사념처가 계발되고 신장되면 칠각지가 완성되고, 칠각지가 계발되고 신장되면 진리와 해탈이 완성된다.”고 주장하는데, 호흡에 대한 사띠 수행이 곧 진리의 터득과 해탈을 완성하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호흡은 몸에서 가장 중요한 작용이고 가장 편리하게 관찰할 수 있는 대상 중 하나이다. 날숨과 들숨을 관찰하면 몸에 대한 밀착된 관찰을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수행자는 몸의 무상을 꿰뚫어볼 수 있고 마침내 다섯 번째 단계에서 설명한 것처럼 몸에 대한 집착을 포기할 수 있다. 그 결과, 관찰 대상을 직시하고 그것을 사실 그대로 관찰하고 있는 그대로 보고 알게 된다.

 

『아나빠나사띠 숫따』는 인도의 전통적인 호흡 수행을 사띠를 핵심으로 하는 수행방법으로 변용시켜 물질과 정신, 그리고 그 원인인 무상, 고, 무아의 통찰로 이끄는 수행법으로 발전시켰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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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법스님
서울대 불문과를 졸업하고 해인사 국일암에서 성원 스님을 은사로 득도했다. 운문사 승가대학을 마치고 10년간 강사로서 학인을 지도했다. 경전 연찬을 하는 틈틈이 제방에서 정진했으며, 서울대와 동국대를 비롯한 여러 대학과 대안연구공동체 등에서 미학, 명상, 불교를 강의해오고 있다. 2016년 미르문화원을 열고 그곳에서 은유와마음연구소를 맡아 운영한다. 새로운 형식의 불교모임인 무빙템플을 수년째 이어오고 있으며, 이 밖에도 (사)한국명상지도자협회 이사와 문화재청 문화재 위원으로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 『은유와 마음』, 『미술관에 간 붓다』, 『선종과 송대사대부의 예술정신』 등이 있으며, 「무지한 스승으로서의 선사」, 「『선문염송』의 글쓰기-정통과 민족적 정체성의 지향」 등 다수의 논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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