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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행체험기]
나는 이 삼천배에서 무엇을 얻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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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간정  /  2015 년 3 월 [통권 제23호]  /     /  작성일20-05-22 08:32  /   조회5,271회  /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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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호에 이어서)

 

이쯤에서 내 닉네임에 관해 이야기해야겠다. 내 닉네임은 ‘가야’이다. 가야! 이 가야라는 명사와 전생에 나는 아주 각별한 인연이 있었던 것이 분명하다. 가야라는 이름만 들어도 마냥 서럽고 눈물이 흐르니 말이다. 인터넷이 보급되고 닉네임을 가지면서 나는 처음부터 가야라는 닉네임을 사용하고 있다. 가야, 가락국, 가야산, 붇다가야, 모두가 불교와 떼려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를 가지고 있다. 그러고 보면 나와 불교는 불가분의 관계가 있다는 말이 된다.

 

해인사 백련암에서 삼천배 기도를 하는데, 마침 서울에서도 버스를 대절하여 간단다. 늘 아웃사이더로 살아왔던 내가 원 안으로 들어가기로 한 것이다.

 

삼천배를 몇 번 해 본 경험은 있지만 정말 내가 삼천배를 잘할 수 있을까? 슬그머니 걱정도 된다.

 

삼천배에 앞서 세검정 옥천암에 당도했다. 마침 저녁 예불시간과 맞물려 장엄하게 울려 퍼지는 범종소리를 들으며 보도각 백불님께 108배를 하기 위해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모아 절을 하는데, 갑자기 내 눈앞에 너무나도 또렷하게 나타나는 스님의 초상! 붉은 가사를 걸쳐 입으시고 주장자를 한 손에 든 채 의자에 단정하게 앉아 계신 모습.

 

나는 얼른 고개를 흔들며 눈을 떠보았다. 지금까지 한 번도 없던 일이었다. 잘못 본 것이 아니었을까? 자리에서 일어나 두 번째 절을 하는데 아까와 똑같은 모습의 스님 영정이 더욱 또렷하다. 누구실까? 퍼뜩 떠오른 것이 대각사 법당에 계신 용성스님? 그러나 찬찬히 보니 용성스님은 아니시다.

 

그렇다면 누구시란 말인가? 혹시 기도를 잘못하여 스님들이 말씀하시는 마장이 생긴 것이 아닌가? 내 눈 앞에 선명한 그 분의 모습을 가만히 살펴보니 신장님처럼 부리부리한 눈의 광채가 선명하다. 아! 그렇다, 그 분은 분명 성철 큰스님이 분명하셨다.

 

나는 너무나 감격스러워 오래도록 좌복에 엎드려있었다. 108배를 하는 동안 내내 성철 스님은 그렇게 나와 함께 계셨다. 해인사 백련암에 가려고 하니 성철 큰스님께서 나타나시다니, 나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삼천배 문제없이 하겠다는 자신감이 생겼기 때문이었다. 드디어 해인사 백련암행 버스가 있다는 지하철 2호선 방배역 2번 출구로 향했다.

 

3.도반

 

버스에 오르니 운전석 뒤 앞좌석이 비어있다. 예상 밖의 일이었다. 앞좌석은 누구나 선호하는 자리이기 때문인데 말이다. 운영자로 보이는 인상 좋으신 두 보살님에게 앞자리에 앉아도 되겠냐고 물으니 그렇게 하시라고 한다. 기분 좋은 출발이 분명하다. 10시 15분! 우리 일행을 태운 버스는 방배동을 출발하였다. 날씨는 맑고 화창하였으며 주말이라 붐빌 것 같았던 고속도로는 한적하기조차 하였다. 

 

입속으로 능엄주를 독송하였다. 차창 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과수원에는 가을을 준비하는 손끝이 바쁘기만 하다. 한가로운 모습, 가야산은 과연 어떻게 생겼을까? 해인사는 얼마나 웅장하며, 백련암은 또 어떠할까? 좁은 산문에서 누더기 옷을 입고 서 계신 성철 큰스님의 사진이 떠올랐다. 드디어 그 곳에 내가 가고 있다는 사실에 새삼스럽게 가슴이 두근거린다.

 

4.가야산

 

성주를 지난다. 문득 오래전에 인연이 있었던 사람의 고향이 그곳이라는 사실에 내 마음은 잠시 흔들린다. 논 곳곳에 짙푸른 벼가 자라고 있다. 벌써 모내기를 한 것일까? 그러나 그건 벼가 아니라 마늘이었다. 드디어 가야산 해인사 입구에 당도하였다. 

 

나는 차창이 닫힌 줄도 모르고 손을 내밀어 소나무와 악수를 하려다 멈칫하였다. 해인사로 향하는 좁은 2차선의 포장된 도로는 방금 비질을 마친 듯 깨끗하기만 하다. 사찰 초입에 초소에 이르러 백련암에 가는 길이라고 하니 통과를 허락한다. 다시 울창한 소나무 숲길을 달린다. 해인사 입구에 이르러 마음씨 좋아 보이는 기사님은 우리를 내려주고 내일 아침 8시를 기약하고 버스는 오던 길을 되돌아 소나무 숲길로 사라졌다.

 

우리 일행은 해인사를 참배하고 백련암에 오르기로 하였다. 먼저 성철 큰스님 부도 탑 앞에서 삼배로 우리가 왔음을 고했다. 해인사에 오른다. 법당에 들려 삼배를 드리고 신라 비로자나부처님(쌍둥이)에게도, 간절한 기원을 모아 탑돌이를 하였다.

 

5. 백련암

 

백련암을 나는 아주 작은 암자로만 생각했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꽤 큰 사찰이었다. 성철 큰스님 동상(?)이 모셔진 고심원에 들어갔다. 한 무리의 법복으로 단장한(?) 보살님들이 부처님 명호를 부르고 절을 하고 있다. 그 모습도 아름다울 뿐더러 일정한 곡조에 맞추어 부르는 부처님 명호가 장엄하기 그지없다. 나는 정성스럽게 삼배를 하였다. 전국에서 오신 많은 아비라카페 도반들이 관음전에 모였다. 정확한 인원은 모르겠고 법당이 가득 찼다. 나이는 네 살 정도 어른 아이부터 일흔이 넘어 보이는 노보살님 까지 다양하다. 삼천배에 앞서 원택 큰스님께서 성철 스님과 삼천배의 일화를 말씀해주셨고, 7시 30분, 12분 100배를 목표로 1000배 800배, 600배 400배 200배 뒤에 각각 30분씩 휴식을 갖는 것으로 기도는 시작하였다. 

 

조금 전 고심원에서 들었던 지심귀명례를 부르며 한 분 한 분 부처님 명호를 부르며 삼천 배를 시작하였다. 생소한 부처님 명호와 소리와 절을 따라하느라 숨이 차고 힘은 들었지만 마음은 상쾌하기 그지없었다.

 

1000배가 무사히 끝났다. 땀으로 뒤범벅이 된 몸을 간신히 추슬러 후들거리는 발걸음을 밖으로 나왔다. 문득 하늘을 보니 그 어느 때보다 밝은 반달이 정수리에서 수고했다며 환한 웃음을 준다. 북두칠성과 오리온이 선명하다.

 

딸기와 오렌지, 커피, 사탕, 떡 등 따스한 도반님들의 정성스런 음식으로 피로한 심신을 다스린다. 다시 800배를 시작하고 1800배를 마쳤다는 안도감에 가슴이 뿌듯하다. 다시 커피가 담긴 종이컵을 들고 밖으로 나간다. 달은 벌써 저만큼 달아나 있다. 대신 북두칠성이 머리 가까이 반짝거린다.

 

스님! 성철 큰스님 스님도 밤새 공부하시다가 지금 저희처럼 이렇게 하늘을 올려다보고 달을 보셨겠지요. 저희에게 지혜를 주십시오. 공부할 수 있는 근기를 주십시오. 간절한 마음을 바람에 담아 별에게 전한다. 600배를 마쳤다. 2400배가 끝난 것이다. 남은 600배, 몇몇 분들이 300배씩 나누어하자는 분들도 계시고, 힘이 드니까 600배를 한꺼번에 하자는 분도 계시다. 은근히 걱정이 되기 시작한다. 점점 호흡도 빨라지고 다리가 후들거린다. 왼쪽 팔꿈치가 까졌는데 몹시 아프다. 마지막 200배가 남았다. 너무나 힘이 든다. 화장실에 가서 세수를 하면서 보니까 다른 분들은 얼굴에서 빛이 나는데 나만 유독 새빨갛다.

 

그러나 마지막 200배에 이르기까지 단 한 배도 빼먹지 않았다. 부처님 명호를 부르는 것도 잊지 않았고, 새벽 3시 45분 드디어 200배가 끝났다. 삼천배를 내가 마친 것이다. 조용한 회한이 가슴을 저민다. 왜 이제야 이곳에 왔을까? 과연 나는 이 삼천배에서 무엇을 얻었을까? 절이 끝나고 모두가 그 자리에 쓰러졌다. 나 또한 죽은 듯이 누워서 이런저런 생각을 거듭한다. 다음 날 아침 일곱 시 삼천배를 마친 사람들에게 특별히 하사(?)하는 불명을 받으시는 도반들이 20여명 가량 되었다. 원택 큰스님께서 일일이 호명하시며 불명과 성철 큰스님의 낙관이 새겨진 휘호와 원상을 선물로 주셨고, 다정하고 따스한 말씀으로 자신을 바로보라는 법문도 함께 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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