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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론학 강설]
관하구설과 섭령흥황상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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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수  /  2019 년 8 월 [통권 제76호]  /     /  작성일20-05-29 10:33  /   조회5,764회  /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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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수 | 불교학자·번역저술가 

 

관하구설關河舊說의 유래와 의미

 

 길장은 자신의 저술 여러 곳에서 삼론의 학문적 계승의 연원을 관하구설關河舊說이라 칭하였는데, 그 기본적 의미는 북지 장안의 구마라집과 그 문하의 삼론학을 의미하였다. 그런데 ‘관하구설關河舊說’ ‘관하구석關河舊釋’같은 명칭하에 인용한 그 관하關河라는 게 구체적으로 어디를 말하는 것인지, 학자들 간에 지명地名의 혼란을 불러왔다. 

 

1) 문제의 발단

 길장은 섭산攝山의 승랑僧朗으로부터 계승되어 섭령상승攝嶺相承의 시조가 된 섭산대사攝山大師를 낭공朗公, 랑법사朗法師, 대랑법사大朗法師 등으로 호칭하였다. 그런데 8세기 일본의 삼론학자 남도南都 대안사大安寺의 안징安澄(763-814)은 길장이 말한 낭공朗公을 도량道朗이라 간주하고, 자신의 저술 『중관론소기中觀論疏記』에서 관하關河는 관중關中과 하서河西의 양자를 의미하는 말이라고 해석하고, 하河는 하서河西를 뜻하여 하서의 도량道朗이라고 간주하였다. 이것이 남도의 계보설에서 하서의 도량이 삼론학파 조사의 하나로 헤아려진 이유가 되었으며, 근대에 와서 그 도랑이 실은 승랑으로 밝혀졌기 때문에 시정된 것이다.

 

2) 잘못된 견해라는 지적

 그런데 이러한 내용을 접한 전 북경대北京大 탕융통(湯用彤, 1893~1964) 교수는 그러한 설명이 그릇된 견해라고 지적하였다. 승랑이 삼론학을 돈황군敦皇郡의 담경 법사曇慶法師에게 얻었다는 일본인 안징安澄의 설을 거론한 뒤, “관하關河를 관중關中과 하서河西라고 한 것도 역시 안징이 말하였지만, 곧 잘못된 견해〔유견謬見〕이다. 대개 관하關河라는 한 마디는 본래 관중關中을 가리킨다.”(주1)라고 하였다. 바로 이어 『송서宋書』 「무제기武帝紀」의 “유사관하有事關河”, 「범태전范泰傳」의 “관하근본동요關河根本動搖”, 『남제서南齊書』 왕융王融 「구자시계求自試啓」의 “사예전절司隸傳節 부입관하復入關河”(주2) 등 정사正史에 나오는 관하와 연관된 사항을 집중 인용하여 그 증거로 제시하였다.

 

3) 잘못된 견해라는 지적에 대한 반론

 하지만 히라이 슌에이平井俊榮교수는 나중 시기에 이 문제를 고찰하고는, 길장의 심증心證에 관하는 한, 잘못된 견해는 안징이 아니라 탕융퉁교수 측에 있다고 반박하였다. 그 증거로 우선 관하구설이 관중과 하서의 양자를 거론하는 경우를 몇 가지 거론하였다. 그 용례를 하나 들어보면 다음과 같다. 길장이 저술한 『법화경유의法華經遊意』에 문답을 주고받는 제3에서 관하구설을 찾아 이렇게 설명하였다.

 

“셋째로 관하구석關河舊釋을 사용하는 것은, 관중關中의 승예僧叡는 라집羅什을 대면하여 법화法華를 수학하였는데, 그 경전의 서문에서 말하기를…하서河西의 도랑道朗은 『법화경소法花經疏』를 지어 「견보탑품見寶塔品」을 해석하였는데, 법신法身은 상주常住하여 도리가 존몰存沒하지 않는다는 것을 해명하였다.”(주3) 

 

 곧 『법화경』을 해석하는 대목에서, 관하구설의 해석자로서 구마라집에게 직접 수학한 관중의 승예가 지은 「법화경서」의 내용과, 하서의 도랑이 저술한 『법화경소法花經疏』의 설명을 거론한 것이다.

 

 또한 관하구설과 유사한 용어에 ‘관내구의關內舊義’라는 표현도 있다. 『유마경의소維摩經義疏』에서는 『유마경』의 종지를 변론하는 대목에서, 권지權智와 실지實智에 대한 승조僧肇의 해석을 일부 인용하며, 이것이 관내關內의 구의舊義라고 하였다.(주4) 이렇게 ‘관내구의關內舊義’, ‘관중구의關中舊義’라고 칭하는 경우는 구마라집과 그 문하를 언급하는 경우에 한하여, 관하구설과 구별하여 사용한 것이다. 

 

 길장이 하서 도랑의 학설을 포함하여 관하구설이라고 강조한 데에는, 당시 강남의 불교계를 풍미한 양梁의 삼대법사 등 성실학 같은 대세적인 학풍의 흐름에 저항하기 위한 길장의 대항對抗 의식意識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보았다. 

 

 하서의 도랑은 『열반경』의 서문을 지었고, 현존하지 않지만 『열반경의소涅槃經義疏』와 『법화경의소法華經義疏』를 저술하였다고 한다. 그 학설이 구마라집 문하와 근사한 데가 있고, 실제 교섭이 있었는지도 알려지지 않았다. 이렇게 『열반경』과 『법화경』의 권위자인 하서도랑의 설이 관중 일파의 설과 일치한다고 강남 불교계에 선전한 곳에 관하구설을 강조한 길장의 의도가 있다는 것이다.(주5)

 

4) 관하關河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관내關內와 관중關中은 구마라집과 직계 제자들이 활약한 옛 장안長安(지금의 西安)을 의미한다. 관하關河는 관중과 하서(黃河의 서쪽 지역)를 겸하여 말하는 경우도 몇 가지 확인되었다. 그렇다면 관하는 곧 관중이라고 단언한 탕융통 교수의 지적은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 길장이 다른 주석서에서 관하가 관중과 하서를 겸하여 말하는 경우를 조사하지 못했다 해도, 다만 관중으로 규정한 것은 성급한 시도가 아니었을까. 그러나 탕교수의 그러한 지적은 그 이전에 이미 길장이 말한 낭공朗公을 안징이 도량道朗이라 간주하고, 관하를 관중과 하서로 구분하여, 하서의 도랑을 삼론학파 조사로 오인하게 한 것이 문제가 되었다는 사카이노 고요境野黃洋박사의 저술을 참고하고 말한 것이다. 거기에 지정학적 용어로 중국의 사서史書와 사전辭典에도 관하라는 지명地名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그렇게 설명하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이와 별도로 내용적으로 좁은 의미에서 관하가 관중을 의미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승현론大乘玄論』에서 ""관하구서關河舊序 여영예소작如影叡所作""(주6)이라 설명하였다. 담영과 승예가 지은 『중론』의 서문을 ‘관하구서關河舊序’라고 표현한 것이다. 길장의 기록에 의하면 하서도 『중론』의 서문을 지었다고 전하기 때문에, 히라이교수는 언외言外에 하서 도랑의 서문도 포함하여, 그 일례로서 두 명을 말한 것이라 생각된다고 하였으며, ‘여如’라는 한 마디가 그것을 암시한다고 해석하였다. 그러나 이것은 담영과 승예가 지은 것과 같은 서문으로 국한할 수도 있다. 이것만으로는 어떻다고 확정하기에 충분하지 않다. 이 문제는 일단 이 정도에서 그치기로 한다.

 

섭령흥황상승攝嶺興皇相承의 유래와 의미 

 

 삼론학 교의들의 대부분은 길장 자신이 창안하여 설한 것이 아니라, 승랑 및 법랑 등 이전 스승들로부터 전수받아 듣고 배운 것을 그대로 전하거나, 혹은 그것을 길장이 체계적으로 정리한 형태를 보여주고 있다. 이 점은 다른 학파의 유명 학자들의 저술과 많이 다르다는 점을 이미 안급하였다. 

 승랑 이후 신삼론新三論으로부터 전수받아 계승된 경우, ‘섭령상승攝嶺相承’ ‘흥황상승興皇相承’이라는 명칭하에 인용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승랑의 삼론학은 섭산攝山 서하사捿霞寺의 승랑(송나라 말기~제나라 초기)→섭산 지관사止觀寺의 승전僧詮→경도京都 흥황사興皇寺의 법랑法朗(507~581)→가상사嘉祥寺의 길장(549~623)으로 계승되었다. 그 때문에 승랑 이후의 스승들로부터 전수받은 경우, ‘섭령흥황상승’이라는 명칭하에 인용한 것이다.

 

 그러면 승랑 이후 길장까지 4대에 걸쳐 전승된 경우 문제가 없었을까? 종래 일본의 학자중에 하서의 도랑道朗과 섭산의 승랑僧朗, 흥황興皇의 법랑法朗을 혼동한 일이 많았다. 앞에서 설명한 “삼론학파의 원류 계보설”에서 승랑을 도랑이라 오인한 경우가 그러하다.

 

 그러나 중국의 경우도 혼동한 오류가 이미 오래 전부터 여러 곳에서 나타났다. 당대唐代에 편찬된 도선道宣의 『속고승전續高僧傳』에도 “라운羅雲이 도랑道朗을 만나 업業을 흥황興皇에서 성하게 하다”(주7)라고 하여, 이미 도랑과 법랑을 혼동한 사실이 지적되었다. 무엇보다 승랑이 삼론학과 무관한 법도法度의 제자로 기록된 『양고승전』의 「법도전法度傳」의 기록 역시 일찍부터 혼란의 예로 지적되었다.

 

 ‘섭령상승攝嶺相承’은 섭산에 거주한 승랑의 가르침이 제자 승전에게 계승되고, 계속하여 법랑을 거쳐 길장에게 전승된 것을 의미한다. 길장은 승랑을 지칭할 경우, 대개 섭산 대사攝山大師, 섭령 대사攝嶺大師, 대랑 법사大朗法師, 섭산고려랑 법사攝山高麗朗法師 등으로 호칭하였으며, 요약하여 섭령운攝嶺云, 섭산운攝山云이라 한 경우도 있다. 일부 예를 들면, 

 

“만약 그렇다면 섭산 대사는 어찌하여 유有도 아니고 무無도 아닌 것을 중도中道라 이름하고, 유有이기도 하고 무無이기도 한 것을 가명假名이라 칭하였는가?”(주8)

 

“섭령 대사가 말하기길, 연緣은 관觀에서 다하고, 관觀은 연緣에서 다한다고 하였다.”(주9)

 

 문맥이 확실한 경우 단순히 대사운大師云이라 한 경우도 있지만, 흥황사興皇寺 법랑에 대해서도 대사운大師云이라 한 경우가 있어 양자를 구별해야 할 필요가 있다. 

 길장은 여러 저술에서 단 한번도 ‘승랑僧朗’이라는 이름을 거론한 적이 없다는 보고도 있다. 그 때문에 일본 남도南都 삼론종의 전승에서 승랑을 도랑이라고 오인하여, 삼론학 조사의 계보에 도랑을 잘못 열거한 것이다.

 

 또 승랑과 승전이 모두 섭산에 거주한 까닭에 때로 양자를 오해한 일도 있었다. 예를 들면 길장의 저서에서 산중대사운山中大師云이라 하였는데, 이것을 후대 일본의 『술의述義』의 저자가 ‘고려국高麗國 대랑법사大朗法師(승랑)’라고 해석하였지만, 뒤이어 이를 주석한 안징은 ‘지관사止觀寺의 승전사僧詮師’라고 시정하였다.(주10) 그런데 그 전후의 자세한 내막을 살피지 않고, 전반부의 기록만 참고하여 승랑을 산중대사山中大師라고 거론한 학자들도 있었다. 삼론학의 교의 중에는 아직 충분히 해명되지 않은 상태에 있는 것들도 있다. 그 기원이 명확하지 않으면 삼론교의 가운데 학설의 유래가 달라질 수 있어 유의할 필요가 있다.

 

 ‘흥황상승興皇相承’은 흥황사에 거주한 법랑으로부터 길장에게 계승된 것을 말하는데, 그 설이 흥황 이전부터 전승된 경우도 있다. ‘섭령흥황상승攝嶺興皇相承’은 섭산에서 발원하여 승전과 법랑에게 계승된 전통적인 교의를 의미한다. 에를 들면 『이제의二諦義』에서 이렇게 설명하였다.

 

“섭령과 흥황 이후 함께 이제二諦는 교敎라는 것을 해명하였다.〔攝嶺興皇已來 竝明二諦是敎.(T45-p.86b)〕”

“섭령과 흥황은 모두 중도中道를 이제二諦의 본체로 삼았다.〔攝嶺興皇 皆以中道爲二諦體.(T45-p.108a)〕” 

 

주)

(주1) 湯用彤, 『漢魏兩晋南北朝佛敎史』 下冊, 臺北 漢聲出版社, 1938, p.740. “因爲關河者, 乃關中與河西, (亦安澄說). 則爲謬見. 蓋關河一語, 本指關中” 

(주2) 앞의 책, p.740.

(주3) 吉藏造, 『法華經遊意』 上卷, (T34-p.604bc). “三用關河舊者, 關中僧叡面受羅什法華其經序云…河西道朗, 著法花疏釋見塔品, 明法身常住理無存沒”

(주4) 吉藏撰, 『維摩經義疏』  제1권, (T38-p.916c). “釋僧肇云, 統萬行卽以權智爲主, 權卽方便 智謂實智, 此旣關內舊義, 故述而無作”

(주5) 平井俊榮, 『中國般若思想史硏究』, 1976, pp.65-72. 趣意 요약.

(주6) 吉藏撰, 『大乘玄論』 제5권, (T45-p.68a).

(주7) 道宣, 『續高僧傳』 제9권 「釋羅雲」, (T50-p.493a), “釋羅雲…會楊都道朗盛業興皇”

(주8) 吉藏, 『中觀論疏』, (T42-22下), “若爾攝山大師 云何非有非無名爲中道 而有而無稱爲假名”

(주9) 앞의 책, (T42-50하). “攝嶺大師云 緣盡於觀觀盡於緣”

(주10) 安澄, 『中觀論疏記』, (T65-p.46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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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수

동국대 불교학과 졸업. 동대학원 불교학과에서 「용수龍樹의 화엄사상華嚴思想 연구」로 박사 학위 취득. 동국대 불교학과 강사 역임. 동국대에서 『한국불교전서』 제13권과 제14권(『유가사지론기』) 공동 교정 편찬. 고려대장경연구소 책임연구원으로 돈황불교문헌 공동 연구. 번역서로 『삼론현의三論玄義』와 고려대장경의 한글 번역본 몇 가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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